공영홈쇼핑, 대표이사 부친상 직원 동원…출장처리 논란
프랭크버거, 대표 회갑연 임직원 돈 갹출 폭로글에 ‘몸살’
경조사비 월급 공제, 일부에선 불만…“불법여부 문의 많아”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홈쇼핑 업체 ‘공영홈쇼핑’에서 대표이사 부친상에 직원들을 대거 동원하고 출장처리를 해줬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앞서 한 사기업에서 대표 회갑연을 맞아 직원들로부터 경조사비를 수금했다는 폭로가 나온데 더해, 공공기관에서까지 임원 경조사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면서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한 기존 경조사 문화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일부 기업들에서는 상조회비‧사우회비 등의 이름으로 경조사비를 월급에서 일부 공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에 대한 불만제기도 날로 늘고 있어 부조문화 전반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이 공영홈쇼핑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조성호 대표 부친상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직원 40명이 출장을 목적으로 대구를 방문했다.
이들은 업무시간에 빈소를 찾아 신발‧화환정리‧조문객 동선안내 등을 맡았다. 이후 교통비‧식비‧숙박비 등 한명 당 최대 30여만원, 510만원 가량의 출장비를 수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논란과 관련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팀원들 경조사도 출장 승인 해주는거냐’며 불만 섞인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현재는 문제의 게시글을 찾을 수 없는 상태다.
고용노동부 한 관계자는 관련 문의에 “단체협약에 따른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표이사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업무와 무관한 개인적인 경조사에 직원들을 동원할 경우 근로기준법 제76조의 2, 직장 내 괴롭힘 위반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공영홈쇼핑의 ‘내부 임직원 장례지원 기준’에 따르면, 임직원 장례시 3인 이내로 장례지원팀을 구성해 지원할 수 있고 장례지원팀 외 임원과 소속 본부장 등이 조문시 소요된 이동 여비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돼있다.
하지만 대표이사 부친상 장례에 참석한 직원들은 기준에 명시된 교통비 외에 숙박비 등도 지급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진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공영홈쇼핑 측은 “내규에서 벗어나 지급된 부분에 대해서는 지난 6월초 회수했다”고 해명했지만, 권명호 의원 측은 “공익가치를 실현해야 할 공영홈쇼핑이 개인홈쇼핑으로 전락했다”며 중소벤처기업부 차원의 전수조사 요청을 예고하고 있다.
회사 경조사를 둘러싼 갈등은 잊혀질만 하면 계속해서 언급되는 문제 중 하나다. 지난 6월에는 경기도 부천의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회사에서 대표 회갑을 이유로 직원들에게 돈을 걷었다는 논란이 촉발되기도 했다.
폭로글에서는 부사장‧전무‧상무‧이사 등 임원진은 각 7만원씩, 부장‧차장은 5만원, 과장 이하는 3만원을 내도록 했다. 그렇게 직원들에게 걷은 돈은 489만원이었다.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돈을 다시 직원들에게 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문제의 업체가 ‘프랭크버거’라고 알려지며 관련 기사들이 쏟아졌고, 회사 관계자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했던 것이다. 대표님이 생일인 직원들을 모아서 매달 첫째주 월요일에 직접 미역국을 끓여주고 생일축하를 해줄 정도였는데, 이런 오해를 받게 되니 답답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돈을 다시 돌려줬다는 점을 강조했다.
논란이 터질 때마다 관련 업체들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많은 근로자들은 “100% 자발적일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회사 직원들이 전부 돈을 내는 상황에서 혼자만 안내는 것은 쉽지 않다는 하소연부터, 노사간 단체협약에 의해 아예 월급에서 공제가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이야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근로자 A씨는 “팀장‧부장 등 윗사람 경조사가 있으면 반강제적으로 참석할 수밖에 없지 않나. 회사 사람들 다 가는데 나만 안가면 눈치보이는게 사실”이라며 “축의금이나 부의금으로 나가는 돈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말단 직원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사우회비라는 이름으로 월급에서 아예 공제되는데 마음에 안든다”,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노사 합의에 따른 것이라면서 떼가는데 1년 모아보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일하는 동안 경조사가 없어서 돈을 받지 못한 사람이 퇴사하면 되돌려 받을 수 있는거냐” 등등의 글도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노동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실제로 경조사비를 월급에서 공제하는 것에 대해 불법이 아니냐는 문의가 많다. 상부상조로 경조사를 챙기는 문화에 익숙한 관리자급 직원들과 그렇지 않은 신입직원들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근로기준법 제43조 2항에 따라 임금 전액을 지급하지 않으면 임금체불에 해당할 수 있지만, 법령 또는 단체 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경조사비 일부 공제가 가능하다”며 “근로자 동의 절차가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하고 만일 공제되는 부분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 사측 또는 노사협의회에 서면이나 구두로 정식요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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