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조치 미흡했고, 전수조사는 회피…직무유기 논란까지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공영홈쇼핑이 중소벤처기업부의 대규모 감사 대상이 된 가운데, 최근 논란이 됐던 ‘한우불고기 젖소 DNA’ 검출 문제와 관련해 공영홈쇼핑의 꼬리자르기 및 직무유기 정황이 포착됐다.
납품업체 측에서는 젖소고기가 혼입된 비율이 0.3%도 되지 않는다며 실수였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공영홈쇼핑 측은 해당 업체를 ‘사기죄’로 고소했다.
더욱 문제가 되는 부분은 납품업체에서 문제가 된 한우불고기 제품 외에 다른 한우국밥‧한우특내장탕 등 제품에 대해서 ‘DNA 전수조사’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영홈쇼핑 측이 3주가 다 되도록 이렇다 할 답변조차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영홈쇼핑은 이번 국정감사 때도 젖소고기가 일부 혼입된 제품이 1만3000여 세트 팔리고도 한달이 넘도록 이를 구매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던 만큼 ‘의도적 직무유기’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한우불고기 젖소 DNA 검출…공영홈쇼핑, 꼬리자르기 정황
불고기 전체 19톤 중 젖소고기 52kg, 비중 ‘0.3%’도 안돼
납품업체 A사 관계자 “실수로 혼입된 것…사기죄는 억울해”
지난 9일 중소벤처기업부는 공영홈쇼핑에 대한 ‘대규모 감사’에 착수키로 했다. 이는 지난달 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집중 질타를 받았던 당시의 지적사항들 때문이다.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은 지난 10월20일 국정감사에서 공영홈쇼핑이 판매한 한우불고기 제품에서 젖소 DNA가 검출됐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는데, 이에 중소벤처기업부가 ‘젖소를 한우로 허위 판매 의혹’이라는 사항을 들여다보기로 한 것이다.
소비자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공영홈쇼핑은 부랴부랴 방송편성에서 납품업체의 한우 관련 제품을 전부 빼버리고 환불 절차에 나서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제품이 팔려나가고 한달이 넘도록 소비자들에게 공지 하나 없다가 지적을 받고 나서야 뒤늦게 조치에 나섰다.
더욱 문제가 되는 대목은 공영홈쇼핑이 해당 납품업체를 ‘사기죄’로 고발했다는 점이다.
A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우불고기 제품에서 젖소 DNA가 검출됐다고 하길래 CCTV까지 다 돌려봤다. 젖소고기가 혼입된 것은 사실이고 변명할 여지 없는 저희 잘못”이라면서도 “정말 실수로 혼입된 것”이라 해명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혼입된 젖소고기는 약 50kg이지만 비율로 보면 0.3%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전체 19톤(1만9000kg)의 불고기에 섞여 들어간 젖소고기는 52kg으로, 백분율로 환산하면 전체의 ‘0.2736842%’ 가량이었다. 0.3% 조차 되지 않는 비중인 셈이다.
A사 관계자는 “진짜 젖소를 한우로 둔갑시킬 작정이었다면 30%는 섞었지, 고작 0.3% 넣고 1만3100명에게 환불 다해주면서 피해액 12억원을 고스란히 보는 업체가 세상에 어딨겠느냐”며 “의도를 갖고 둔갑시킨게 아니라 실수로 일부가 혼입된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A사는 공영홈쇼핑 측에도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면서 어디까지나 ‘실수’였다는 점을 해명했지만, 공영홈쇼핑은 ‘사기죄 및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명목으로 A사 대표 등을 고소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의도가 다분한 고소‧고발”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공영홈쇼핑, 검사의뢰 결과 받고도 한달 넘게 무대응
후속조치 미흡했고, 전수조사는 회피…직무유기 논란까지
본지는 취재과정에서 공영홈쇼핑이 A사를 사기죄로 고발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대응에 손을 놓은 정황을 포착했다. 공영홈쇼핑은 업체의 DNA 전수검사 요청까지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소장 등을 통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공영홈쇼핑 측은 2023년 8월29일 한우불고기 제품을 구매하고 9월1일 품질공인기관에 한우DNA검사를 의뢰했다. 이후 9월5일 검사의뢰 결과를 받았는데 여기서 젖소DNA가 검출됐다.
이 주장대로라면 공영홈쇼핑은 적어도 9월5일 한우불고기 제품에 젖소가 혼입됐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본격적으로 방송편성 반납(10월18일)과 환불절차(10월19일) 관련 공문이 오간 것은 10월 중순이 지나고 나서의 일이었다.
사실상 한달이 넘는 기간 동안 공영홈쇼핑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질타가 국정감사에서도 이어졌지만, 공영홈쇼핑 측은 “경위파악과 후속조치를 준비하다 고지가 늦었다”고만 밝히고 공식적인 사과나 입장 발표는 없었다.
뿐만 아니라 A사는 해당 논란과 관련해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지난 10월20일 공영홈쇼핑 측에 보낸 ‘한우불고기 DNA 전수검사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통해 2023년 8월28일 생산된 한우불고기에 대한 DNA 전수검사를 요청했지만 공영홈쇼핑은 답을 하지 않았다.
이후 11월1일 A사는 재차 공문을 보내 DNA 전수검사를 재요청했지만, 현재까지도 답변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A사 관계자는 “하도 공영홈쇼핑으로부터 답변이 없어서 조성호 대표에게 직접 연락까지 해봤다. 다시 공문을 보내겠다고도 했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다. 전화를 해도 안 받는다”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잘못한 부분은 깨끗하게 인정하고 보상할 부분은 보상하는게 맞다. 하지만 잘못하지도 않은 부분까지 피해를 봐서는 안되는 것 아니냐. 그래서 DNA 전수검사를 요청한 것인데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공영홈쇼핑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으로서, 중소기업 제품과 농수산물 판로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일각에서는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공영홈쇼핑이 먼저 나서서 적극적으로 사과하고 DNA 전수검사에 앞장서도 모자랄 상황에, 업체의 요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수조사를 회피하고 있다는 점은 ‘직무유기’로 보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