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연임(連任)은 현직에 있는 사람이 정해진 임기를 마친 이후에도 연속으로 임기를 이어가는 것을 말한다. 낙선 이후 재출마해 당선되는 형태의 ‘중임(重担)’과는 달리 연속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연임의 장점은 정책 또는 업무상에 있어 연속성을 가지기 때문에 중장기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데 있다. 이른바 ‘강한 리더십’을 필요로 할수록 연임의 효과는 극대화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연임의 대표적 부작용이 ‘독재’다. 권력의 집중으로 견제가 어렵고 소수의 목소리가 배척되는 과정에서 각종 비효율적인 일이 자행되며 결과적으로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이 이른바 ‘철인정치’를 이상으로 제시했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지혜를 갖추고 선(善)을 추구하는 이상적 개인은 존재하기 힘들기 때문에 부작용이 나타난다.
‘연임’의 역사는 정치는 물론 경제 부문에서도 숱하게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연임으로 대표되는 인물에는 이승만‧전두환‧박정희 전 대통령 등이 있다. 최근에는 중국 시진핑 주석도 3연임으로 눈길을 끌었다.
경제부문에서는 KB금융지주의 윤종규 회장, NH투자증권의 정영채 대표, KT&G 백복인 사장 등이 3연임에 성공한 대표적 인물로 거론되며 최근에는 포스코 최정우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을 놓고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제1·2·3대 대통령으로 재임하며 12년 간의 임기를 거쳤다. 권력을 향한 그의 욕심은 사사오입 개헌 등의 과오를 남겼다. ‘초대 대통령에 한해서 중임제한을 철폐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과정에서 한표 차로 부결됐음에도 이른바 반올림이라는 황당한 셈법으로 가결을 선포하는 일들이 자행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대한민국 제5‧6‧7대 대통령을 역임하며 ‘3연임’을 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 역시 장기집권을 위해 대통령 연임을 3회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3선 개헌안’을 추진하고 1972년 ‘10월 유신’을 통해 계엄과 국회해산 등을 골자로 한 선언을 발표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 1979년 김재규의 저격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되며 장기집권은 끝이 났다.
최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중국 건국 이후 처음으로 3연임을 확정지으며 관심을 모았다. 대통령 직선제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국은 전국인민대표대회 재적 과반수의 찬성으로 선출되는 형태다.
2013년 무렵 국가주석 자리에 오른 시진핑은 취임 첫해에 경쟁자였던 보시라이를 필두로 반대파 숙청 및 권력집중에 나서며 마오쩌둥 시대와 비슷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아쉽게도 현재 중국 경제는 연 8%씩 성장하던 성장률이 2%로 떨어지고 수출감소와 물가하락에 몸살을 앓는 등 악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시진핑 주석이 만장일치 찬성으로 3연임에 성공하며 외신 등에서는 브레이크 없는 위험한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적 위주의 평가…경제계의 이유 있는 '3연임'
경제계에서도 ‘3연임’의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금융업계에는 과거부터 3연임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으며, 지난해에는 KT&G 백복인 사장이 3연임에 성공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에는 포스코 최정우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을 놓고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최근 KB금융그룹 윤종규 회장은 3연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4연임을 포기하며 화제를 모았다. 2014년 11월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2017년과 2020년 3연임에 성공한 윤 회장은 취임 후 혼란했던 KB그룹 내부를 수습한 그는 취임기간 동안 적극적인 M&A와 경쟁력 강화로 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3조원대 순이익을 달성하는 등 실적을 만들어냈다.
그랬던 그는 최근 “그룹의 새로운 미래와 변화를 위해 KB금융그룹의 바톤을 넘길 때가 됐다”며 4연임 포기의 의사를 밝혔다. 업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박수칠 때 떠나는 모습이라는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NH투자증권의 정영채 대표도 회사 설립 이래 최초로 3연임에 성공한 인물로 눈길을 끌었다. ‘옵티머스 사태’로 인한 논란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정 대표는 탁월한 능력을 앞세워 임기 중 사상 최대실적을 경신하는 등 성과를 냈다. 2018년 취임 당시 “5년 후 이익 1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이후 4년 만에 목표를 조기달성했다.
지난해에는 KT&G 백복인 사장이 3연임에 성공해 관심을 모았다. 한국담배인삼공사 공채 출신의 백 사장은 2015년 취임해 2018년, 2021년까지 3연임에 성공했다. 그가 사장직에 있었던 2021년 KT&G는 매출액 5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실적을 냈고 해외진출국도 날로 늘려가고 있다.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과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굵직한 성과도 만들어냈다.
최근 ‘3연임’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으는 이들 중에는 포스코 최정우 회장도 있다.
최정우 회장은 지난 2019년 3월 포스코 회장에 취임한 이후 2021년 연임에 성공하고 현재는 3연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역대 포스코 역사상 연임에 성공한 이후 임기를 제대로 마친 회장이 한명도 없다는 점 때문에 그의 ‘3연임’ 가능성을 놓고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포스코가 기존의 철강 대신 2차전지 관련 리튬‧니켈 등 소재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면서 기업가치 역시 대폭 상승했지만, 정부와의 불화설이 계속되며 최정우 회장의 입지는 상당히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3연임은 어려울 것이라며, 연임 성공 이후 임기를 제대로 마치기만 하더라도 성공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최정우 회장이 CEO후보추천위원회에 참여하는 사외이사들과 해외에서 이사회를 개최하고 골프 일정을 소화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그의 임기를 둘러싼 각종 해석이 끊이질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