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무파업 포스코가 뿔났다…이면엔 ‘최정우 불신론’
55년 무파업 포스코가 뿔났다…이면엔 ‘최정우 불신론’
  • 박영주 기자
  • 승인 2023.09.08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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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으로는 처우 불만, 이면에는 최정우 불신…리더십 ‘흔들’
직원들 임금 인상률 5년간 2%, 최정우 회장 성과급‧고액보수 챙겨
태풍 올라오는데도 ‘골프’…위기상황에 현장 비운 최정우의 리더십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창립 55주년을 맞은 포스코가 노조 파업 위기에 직면했다. 포스코에서 노사 임단협 교섭이 결렬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포스코 역사상 처음 발생한 파업국면에 사내 안팎에서는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가 표면적으로는 처우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면에는 ‘최정우 회장’에 대한 강한 불신이 자리했다는 것이다. 

포스코 노조가 최정우 회장에 불만을 갖는 배경은 과거 그의 행보를 보면 이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왼쪽)과 포스코노동조합이 6일 오후 전남 광양제철소 앞에서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정우 포스코 회장(왼쪽)과 포스코노동조합이 6일 오후 전남 광양제철소 앞에서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첫번째는 위기상황에서 보여준 최정우 회장의 리더십 문제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 피해로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침수됐을 당시, 최정우 회장이 태풍 북상 상황에 골프를 쳤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4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소환된 최정우 회장은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이던 지난달 3~4일에 골프를 쳤느냐는 물음에 “3일은 쳤고 4일은 안쳤다”고 답했고, 의원들로부터 “골프가 웬 말이냐”, “제정신이냐”는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그랬던 최 회장은 올해 역시도 태풍 ‘카눈’이 북상 중인 상황에서 골프를 쳤다. 이번에는 1년에 한번 해외에서 개최되는 이사회 참석 목적으로 지난 8월6일부터 8월11일까지 캐나다를 방문해 골프를 친 사실이 공개된 것이다. 

포스코 측에서는 외유성 출장이 아니라는 입장이었지만, 이들의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특히 회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CEO후보추천위원회’가 사외이사 전원이 참여하는 만큼, 사외이사가 경영진과 필요 이상의 친분을 유지하면서 밀착하게 되면 존재의의를 상실하고 거수기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이어졌다. 

최정우 퇴출! 포스코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등에서는 “자칭 비상경영시기에 5박 6일 골프 관광을 관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보라”고 날을 세웠다. 

포스코를 사랑하는 사우들 모임도 지난달 30일 “김성진 이사회 의장 등 사외이사들뿐만 아니라 김학동, 정기섭, 김지용, 유병옥 등 사내이사들도 동참했다. 모두 12명이었으니, 3팀으로 나눠 많은 상금(?)을 걸고 나이스샷을 외쳤을 것이다. 욕지기가 목구멍까지 치솟는 순간”이라 힐난한 바 있다. 

두번째는 직원들의 낮은 임금 인상률 대비 높았던 성과급 문제다. 포스코를 중심으로 이른바 ‘비상경영체제’가 이어지면서 직원들은 5년 평균 임금 인상률이 2%대에 머물렀다. 반면 최정우 회장은 올해 상반기 포스코홀딩스에서 전년 대비 26% 증가한 23억8000만원의 보수를 받아챙겼다. 

뿐만 아니라 포항제철소 침수피해 복구를 위해 직원들이 밤낮으로 애썼을 당시 최정우 회장과 경영진은 스톡그랜트(stock grant) 제도를 통해 100억원대 자사주를 지급하며 성과급 파티를 벌였다. 

포스코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정우 회장과 경영진이 받아챙긴 이익에 비하면 포스코 노조가 제시한 기본급 13.1% 인상과 조합원 대상으로 자사주 100주 지급 요구는 결코 과한 것이 아니다”라며 “직원들 보고는 허리를 졸라매라고 요구하면서 최정우 회장은 잇속을 챙기는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 6일 포스코 내 복수노동조합 중 하나인 포스코노조는 투쟁 결의문을 통해 “포스코 사측은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 또한 노조가 일방적으로 교섭결렬을 선언한 것으로 호도했다”며 투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고 쟁 행위(파업)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포스코 노조의 파업이 실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입을 모은다. 조합원이 절반 가량 가입돼있지만 대부분이 현장직이 아닌 사무직‧관리자 등으로 현장 조합원이 절반도 안된다는 점, 저근속 사원들이 많이 나서고는 있지만 이들은 실제 가동에 관여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더욱이 쇳물을 다루는 공정은 국가기간산업으로, 파업이나 태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파업 동력을 발휘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코 내에서 이같은 강성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 자체가 현 경영진에 대한 직원들의 강한 불신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세번째로 철강 중심의 포스코를 이차전지 분야로 전환하려는 최정우 회장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내부 불만이 적지 않다. 

포스코 창업 멤버들과 포스코 출신 원로들은 지난 4월 ‘포스코에는 경영리더십 혁신이 절실하다’라는 특별 성명서를 통해 “지금 반도체‧운송업 등 많은 산업이 발달되어 있으나 기저에는 언제나 철강업이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국가기간산업인 철강업은 특히 비상시기에는 국가경제의 외통수를 지켜내야 하기 때문에 결코 모험기업에 예속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성명서 문안을 작성한 여삼환 전 부사장 역시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창업요원 중에 살아있는 사람들이 몇되지 않는다. 철강은 나라의 근간인데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포스코를 사랑하는 사우들 모임도 지난달 30일 성명서를 통해 “요즘 ‘포스코퓨처엠’ 사우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정우가 양극재 공장에 무조건 투자하라고 닦달하기 때문이다. 실무자들은 공급과잉 현상으로 수익도 안나는 상황에서 이사회 승인도 없이 떼를 쓰는 최정우가 모종의 세력과 결탁하고 그 짓을 하고 있다는 수군대는 소리가 지금도 들려오고 있다”며 “주력 분야인 철강은 자동차 메이커들과 직접 가격협상을 하므로 해외 생산기지나 가공센터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양극재는 배터리 회사가 중간에 있으니 가격협상이 불가능하다. 최정우 임기 5년 동안 이차전지 분야의 부채가 2조5000억 가량 늘었다”고 꼬집었다.

최정우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업계 안팎에서는 해외순방 과정에서 현 정부로부터 계속해서 ‘패싱’ 당하던 최정우 회장이 임기 종료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 사상 초유의 파업국면까지 맞으면서 거취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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