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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올해 중소벤처기업부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는 ‘공영홈쇼핑’이 수많은 논란 속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의원들은 공영홈쇼핑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질의를 이어갔고,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고개를 숙이며 “국감이 끝나자마자 대규모 집중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본지 역시 다수의 기사를 통해 공영홈쇼핑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취재를 진행한 바 있다. 종합국감까지 마무리된 현재 공영홈쇼핑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지적사항들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를 살펴본 결과, 아쉬운 대목들이 포착됐다.
특히 수많은 국민들로부터 질타를 받은 ‘한우불고기 제품의 젖소 DNA 검출’ 논란과 관련해서는 공영홈쇼핑의 ‘뒷북대응’과 임시방편용 ‘꼬리자르기’가 새롭게 고개를 들었다. 재발방지를 위해 공영홈쇼핑이 취해야할 행보에 대한 약속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문제가 된 제품은 유명쉐프가 광고하는 공영홈쇼핑의 간판상품 중 하나인 ‘한우 불고기’ 제품이었다.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실은 공영홈쇼핑이 추석연휴를 앞두고 진행한 시료분석 결과에서 A사의 제품에서 ‘젖소형 DNA’가 검출됐다는 내용을 대대적으로 지적했다.
공영홈쇼핑은 젖소고기가 일부 혼입된 제품이 1만3000여세트가 팔리고 한달이 넘도록 이러한 사실을 구매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가 언론보도가 이뤄지는 등 논란이 터지고 나서야 뒤늦게 “경위 파악과 후속조치를 준비하다 고지가 늦었다”며 조치에 나섰다.
논란이 터진 이후인 10월 중순에 접어들어서야 공영홈쇼핑 측은 A사에 방송편성을 반납한다는 내용의 서류를 보낼 것을 요구했고, A사는 10월18일자로 ‘기편성 돼있는 방송을 반납하고자 합니다’라고 쓰여진 공문을 제출했다. 10월 21일·23일·27일 편성된 한우국밥 방송과 10월26일 편성된 한우특내장탕 방송이 해당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공영홈쇼핑은 A사를 상대로 경찰에 고발조치까지 진행했다. 제품 회수와 환불조치에 들어가는 비용 뿐만 아니라 콜비(고객들이 전화로 홈쇼핑에 제품을 주문할 때 발생하는 비용)는 공영홈쇼핑 측이 아닌 A업체가 고스란히 부담했다는 후문이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판매하던 제품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포인트 지급 등의 형태로 홈쇼핑 업체나 유통사가 환불처리를 해주고 추후 해당 기업과 정산을 진행한다”며 “논란이 터지자마자 비용을 다 떠넘기고 고발 조치까지 진행하는 것은 국정감사 때문에 보여주기식으로 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 귀띔했다.
본지는 A사에 직접 접촉해 더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A사 관계자는 “한우불고기 제품에서 젖소 DNA가 검출됐다고 하길래 CCTV도 다 돌려보고 젖소고기 약 50kg이 섞여 들어간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고 조치를 취했다”며 “현재 자체적으로 1만3100건 전량에 대해 100% 환불조치를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12억 정도의 금액이 소요됐다. 현재는 고발까지 된 상황”이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우불고기 제품의 경우 젖소고기가 혼입된 것이 사실이고 변명할 여지없는 저희 잘못이라 인정한다. 하지만 한우국밥이나 한우특내장탕은 사정이 다르다”며 “DNA 검사결과에 대해 전수조사 착수를 요청하는 등 수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공영홈쇼핑 측은 답변이 없었다”고 호소했다.
여기서 또다른 의문점이 생긴다. 공영홈쇼핑이 이른바 ‘가짜 한우’를 가려내기 위해 축산물로부터 채취한 시료의 유전자를 감식하는 ‘DNA 동일성 검사’를 진행했다면, 훼손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공영홈쇼핑에서 판매되는 한우제품에 대해 DNA 검사를 정례화 한다는 식의 추후 조치가 나왔어야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영홈쇼핑은 국정감사에서도 재발방지를 위한 장치에 대해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공영홈쇼핑이 자체적으로 전수조사에 나서야 함에도, 업체의 전수조사 요구에도 현재까지는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A사는 공영홈쇼핑 방송편성 상위에 이름을 올린 업체들 중 하나로 가공축산분야 전체 방송편성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공영홈쇼핑 내부에서는 A사가 아예 철수하게 된다면 전체 매출에까지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영홈쇼핑의 설립 목적은 ‘중소기업과 농축산어민의 판로 지원’이다.
공영홈쇼핑이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잊은게 아니라면 입맛에 따라 방송편성을 몰아줬다가 불리하면 빼버리는 식의 조치를 취하기 전에 축산업계와 중소기업들을 위해 어떤 행보를 이어가는 것이 맞는지, 그리고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어떠한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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