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미의 여행테라피] 섬 아닌 섬, 우음도를 아시나요? 
[이동미의 여행테라피] 섬 아닌 섬, 우음도를 아시나요? 
  • 이동미 기자
  • 승인 2023.11.14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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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전에서 소금을 실어 날랐던 조금나루, 1970년대 이전 사용했던 지명 여전히 남아있어
- 시화 간척사업으로 차로 드나들게 된 우음도
- 우음도 주변으로 만들어진 인공섬과 고층빌딩들
우음도 전망대에서 멀리 고정리 공룡알화석산지가 보인다. /사진=이동미 여행시간
우음도 전망대에서 멀리 고정리 공룡알화석산지가 보인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파이낸셜리뷰=이동미 여행작가] 우음도(牛音島). 소 ‘우’자에 소리 ‘음’을 쓴다. 소가 우는 모양의 섬일까? 소 우는 소리가 나는 섬일까? 이 섬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가 소 울음소리와 닮아 우음도라 한다. 또는 섬의 모습이 소 두 마리가 등을 마주하고 있는 형상이어서 우음도가 되었다고도 전해진다. 해안선의 길이 2.4km, 면적 0.42km²로 127평 정도의 작은 섬, 아니, 섬이었던 우음도가 궁금하다. 

궁살로 잡은 고기, 파발로 궁궐로 진상

우음도의 위치는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화성 고정리 공룡알화석산지를 지나 북쪽으로 3km 지점에 있다. 우음도 사람들은 궁살을 하며 살았다. 궁살(宮殿)은 대궐 ‘궁(宮)’ 자에 어살의 ‘살(箭)’을 붙여 만든 말이다.
바람결에 소 울음소리가 들리는 우음도는 석양이 아름다운 섬이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바람결에 소 울음소리가 들리는 우음도는 석양이 아름다운 섬이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우음도 당산에서 내려다보면 오랜 세월 형성된 삼림과 그 사이 민가가 드문드문 보인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우음도 당산에서 내려다보면 오랜 세월 형성된 삼림과 그 사이 민가가 드문드문 보인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우음도의 서쪽에는 철새도래지와 갯벌이 있으며 저 멀리 형도가 보인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우음도의 서쪽에는 철새도래지와 갯벌이 있으며 저 멀리 형도가 보인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어살(漁箭)은 조석간만의 차를 이용한 전통어업 방식이다. 나무울타리나 돌담을 쌓아 밀물 때 들어온 물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서 물고기를 잡는다. 궁살은 일종의 궁궐전용 어살이라고나할까. 그날 잡힌 고기는 파발을 이용하여 바로 궁궐로 진상되었다. 이곳의 이름은 ‘군자만’이었고 조수간만의 차가 큰 경기만의 대표적인 만(灣)이었다. 바람으로 움직이는 큰 돛단배인 풍선(風船)으로 소금과 쌀을 실어 날랐다. 바다가 깊어 배가 정박하기 좋았고, 군자염전, 소래염전, 남양염전, 서신염전 등 주변에 염전이 많았다. 1970년대 이전 사용하던 ‘조금나루’라는 지명은 아직 남아있다. 우음도 갯벌에는 맛과 백합이 지천이었고 꽃게는 사료로 쓸 만큼 풍부했으며 굴, 조개, 민어, 숭어가 잘 잡혀 살림이 여유로웠다.  국토 면적이 좁은 우리나라는 1970~80년대에 대규모 간척사업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1987년 4월 안산시 대부도 방아머리에서 시흥시 오이도를 잇는 12.7km의 시화 방조제를 착공해 1994년 1월 24일 최종 물막이를 완료했다. 시흥의 ‘시’와 화성의 ‘화’를 딴 이름의 시화방조제가 만들어졌고 그 안에 생긴 인공호수는 ‘시화호’가 되었다.  시화 간척사업 이전의 군자만은 사라졌고 개미 섬, 닭 섬 등 6개 섬이 육지화되었다. 배를 타야만 갈 수 있던 우음도는 차로 드나들게 되었다. 바다에서 갯것을 잡고 갯벌에서 먹거리를 캐던 사람들은 이제 땅에서 농사를 짓게 되었다. 우음도에서 청동기시대 패총(조개무덤)이 발견되었으니 3000년 역사의 섬은 육지가 되었다. 
시화호의 랜드마크인 송산그린시티 전망대.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시화호의 랜드마크인 송산그린시티 전망대.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송산그린시티 전망대에 오르면 북쪽으로 시흥평택 고속도로와 공업단지가 보인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송산그린시티 전망대에 오르면 북쪽으로 시흥평택 고속도로와 공업단지가 보인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시화호의 랜드마크인 송산그린시티 전망대

육지가 된 우음도 당산 정상에는 시화호의 랜드마크인 송산그린시티 전망대가 우뚝 서 있다. 시화호의 물이 하늘로 시원하게 솟아오르는 형상의 송산그린시티 전망대의 높이는 40m. 해발고도 60m에 세워졌으니 전망대는 아파트 15층 높이인 해발 100m로 시화호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특히 5층 옥상 전망대는 통유리창 같은 가림막 없이 360도 멋진 뷰를 제공한다.
우음도 맞은 편에 만들어진 인공섬인 반달섬과 고층빌딩이 보인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우음도 맞은 편에 만들어진 인공섬인 반달섬과 고층빌딩이 보인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우음도 동쪽에도 인공섬을 만들고 있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우음도 동쪽에도 인공섬을 만들고 있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전망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시화호를 건너는 평택시흥 고속도로다. 고속도로 건너 북쪽으로 반월특수 국가산업단지, 시화 공업단지 등 엄청난 규모의 공업단지가 잔뜩 모여있다. 인공섬인 반달 섬과 반달섬마리나큐브도 눈에 띈다. 고속도로 건너편으로 또 다른 인공섬이 만들어지고 있다. 송산그린시티는 공룡알화석산지와 철새서식지를 빼고 시화호 간척지 서쪽과 남쪽, 동쪽으로 화성 국제테마파크, 대규모 아파트 등 거대 신도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있다.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되었다.’라는 뜻으로 세월이 흘러 환경이 크게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이곳 우음도는 고사성어와는 반대로 푸른 바다가 육지가 되었고, 간척지 위에는 공업단지와 최첨단 신도시, 테마파크가 들어서고 있다. 10년이나 20년쯤 지나 송산그린시티 전망대에 오르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문득, 우음도 주민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예전 군자만 시절엔 호미 도장만 들고 나가면 갯벌 통장에서 얼마든지 잡고 싶은 만큼 조개를 잡을 수 있었어요. 우리 어촌계가 예전같이 풍요로운 갯벌에서 자연과 공존하는 삶을 사는 것, 이것이 어촌계장으로서 마지막 저의 소원입니다” - 우음도 주민 윤영배 시화방조제가 완공되면서 군자만은 없어지고 주민들은 떠났다. 섬 내에 있던 유일한 학교인 고정초등학교 우음분교는 한국전쟁 무렵인 1949년 4월 25일에 개교해 50여 년간 119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시화방조제 완공 후인 1997년 9월 1일에 폐교되었다. 송산그린시티전망대 공사가 진행되며 학교 진입로와 운동장이 사라졌으며 남은 건물은 2020년 봄에 철거되었다. 군자만과 갯벌 통장의 꿈은 꿀 수 있는 것일까?
사라져가는 우음도의 생태와 우음도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들. /사진=이동미 여행시간
사라져가는 우음도의 생태와 우음도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우음도의 습지 생태를 볼 수 있는 우음도 생태 연못. 2020 경기도 생태관광 거점조성 사업으로 조성되어 수생식물과 수서곤충 등 다양한 습지 생물을 만날 수 있는 생태학습장이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우음도의 습지 생태를 볼 수 있는 우음도 생태 연못. 2020 경기도 생태관광 거점조성 사업으로 조성되어 수생식물과 수서곤충 등 다양한 습지 생물을 만날 수 있는 생태학습장이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송산그린시티 전망대 아래쪽에 우음도 에코센터 에코락이 있다. 우음도 에코 뮤지엄 거점센터로 생태를 뜻하는 ‘Eco’와 ‘즐길 樂’의 합성어로 ‘생태를 즐기다’라는 뜻이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송산그린시티 전망대 아래쪽에 우음도 에코센터 에코락이 있다. 우음도 에코 뮤지엄 거점센터로 생태를 뜻하는 ‘Eco’와 ‘즐길 樂’의 합성어로 ‘생태를 즐기다’라는 뜻이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에코락에서는 우음도 디스커버리, 우음도 에코플로깅을 비롯해 친환경 샴푸바 만들기 등 우음도 생태를 위한 활동이 이루어진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에코락에서는 우음도 디스커버리, 우음도 에코플로깅을 비롯해 친환경 샴푸바 만들기 등 우음도 생태를 위한 활동이 이루어진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전망대를 한 바퀴 더 돌아본다. 송산그린시티 사업 지구와 철새도래지, 공룡알 화석지, 시화호가 보인다. 신도시가 생겨도 철새도래지에 철새가 올지 모르겠다. 상상도 되지 않는 2억 년의 시간이 담긴 화성 공룡알화석산지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공룡알 화석과 공룡 뼈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도 육중한 중장비와 크레인 소리가 들리는지 궁금하다.  저 넓은 비밀의 초원 어디쯤엔 아기를 품에 안고 잠든 어미 공룡, 걸음마를 가르치던 아빠 공룡의 뼈도 있을지 모르겠다. 40t이 넘는 초대형 공룡에서부터 1m도 안 되는 소형 공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룡이 살던 곳, 공사장의 시끄러운 소리에 깨어나 앞발을 들고 하늘을 향해 포효하며 인간들에게 더는 침범하지 말라 경고할지도 모른다. 2억 년 전부터 공룡의 땅이었던 이곳은 너희 인간들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공간이라고. 세월의 흐름과 문명을 거스를 순 없지만, 인간만이 지구의 주인이고 지구를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오만에는 경계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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