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전 회장이 탈환한 금융그룹 1위 KB에 1년 만에 빼앗겨
현장 변화보다 내부정비에 중점... 지주사 조용병 체제 지우기로 혁신 이룰까?
현장 변화보다 내부정비에 중점... 지주사 조용병 체제 지우기로 혁신 이룰까?
전임 회장이 달성한 금융그룹 1위 취임 첫 해에 빼앗겨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지주의 2023년 3분기 누계 당기순이익은 3조9019억원으로 같은 기간 4조3459억원을 기록한 KB금융보다 4440억원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전년 동기대비 2999억원이 증가한 반면 신한지주는 4678억원 줄어들며 순위가 뒤바뀌게 됐다. 신한지주는 KB금융과 리딩뱅크에서 오랜 기간 우위를 유지해왔다. 그러던 중 KB금융이 현대증권을 인수하며 지난 2017년 1위에 올랐지만, 조용병 전 회장 취임 직후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며 2018년과 2019년 1위를 되찾아 왔다. 조 전 회장은 취임 후 6년 간 비은행권의 외연을 확장하며 금융그룹으로서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오렌지라이프뿐만 아니라 아시아신탁 등을 인수했고 신한리츠운용 출범,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 인수 등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체제를 완성했다. 비은행의 수익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며 은행과 비은행간의 균형있는 수익체계를 갖추며 2022년 리딩금융그룹 타이틀을 되찾아오는 성과를 달성하는 원동력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신한지주의 지난 2022년 당기순이익은 4조7555억원으로 3조9000억원의 이익을 남긴 KB금융을 9000억원 가까이 멀찌감치 따돌리며 1위를 달성했다. 하지만 올해는 두 금융지주사의 분위기는 반대로 흐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조8597억원으로 전망되지만 KB금융은 5조1238억원으로 예상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3분기 누계 실적에서도 이미 4000억원이 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 업계에서는 4분기에 신한지주가 드라마틱하게 역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계열사 ‘안정적 변화’ vs 지주사 ‘조용병 지우기?’ 인사전략 통할까?
리딩금융그룹 타이틀을 빼앗긴 상황에서도 신한지주는 지난해말 CEO 인사에서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택했다. 임기가 만료된 자회사 9곳의 CEO 전원을 연임시키며 현재의 경영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지주사는 일부조직은 통합하며 조직슬림화에 나섰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본사에서 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 추천위원회(자경위)와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사장단 후보를 추천, 지주회사 경영진 인사를 단행했다. 자경위는 9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전원에 대해 연임을 결정했다. 연임이 결정된 CEO는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 정운진 신한캐피탈 사장,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사장, 박우혁 제주은행장, 이희수 신한저축은행 사장, 조경선 신한DS 사장, 정지호 신한펀드파트너스 사장, 김지욱 신한리츠운용 사장, 이동현 신한벤처투자 사장이다. 반면, 지주사에는 조직슬림화로 개편을 단행하며 조용병 색깔을 지우기 시작했다. 11개 부문으로 나뉘어 있던 지주사의 조직을 그룹전략부문, 그룹재무부문, 그룹운영부문, 그룹소비자보호부문 4개 부문으로 통합하며 지주사의 경영진도 10명에서 6명으로 축소했다. 지주회사은 조직슬림화로 대폭 변화를 시도한 반면 자회사는 안정을 선택한 진 회장의 선택이 올해 신한지주의 성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조 전 회장이 은행과 비은행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며 리딩금융그룹을 탈환하며 사실상 완성체를 진 회장에게 물려줬다"면서 "1년 만에 1위를 KB금융에 내어준 진 회장은 계열사들의 고른 성장과 1위 재탈환이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고 평가했다. 지난 6일 신한지주의 핵심 자회사인 신한은행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임직원 및 가족이 함께한 가운데 2023년 종합업적평가대회를 개최했다. 진 회장은 이날 격려사에서 "올해 그룹은 ‘고객중심 일류신한! 틀을 깨는 혁신과 도전!’을 전략목표로 삼았다"면서 "기존의 틀을 깨고 변화를 시작하는 신한은행이 그룹의 혁신과 도전에 앞장서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와 같은 진 회장의 주문에 대해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2022년까지 신한은행을 이끌었던 진 회장으로서는 더욱 애착이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자회사 중 맏형인 신한은행의 성과가 올해 그룹의 1위 탈환 성패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기에 은행의 ‘고객몰입’전략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했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