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화 넘어 K산업으로, 일본의 4차 한류 붐 타는 한국 기업들
K문화 넘어 K산업으로, 일본의 4차 한류 붐 타는 한국 기업들
  • 김희연 기자
  • 승인 2024.06.07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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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문화에 따른 K-소비 트렌드
[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최근 일본 여행을 다녀온 정모씨(23·대학생)는 일본 내 다이소 격인 미니소를 들렀을 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익숙한 한국 제품들이 매대 한쪽 면을 한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SNS 등을 통해 퍼지는 4차 한류 열풍의 물결을 따라, 국내 기업들도 활발히 현지 진출에 나서며 일본 내 소비층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4차 한류란 K-팝이나 K-드라마 등의 콘텐츠 향유를 넘어 한국의 다양한 제품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이전과 다른 일본의 한류 양상을 의미한다.
식음료, 패션, 뷰티 등 4차 한류를 이끄는 K-브랜드들은 이미 일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는 중이다.
사진=하이트진로
사진=하이트진로
올해 100주년을 맞이한 하이트진로는 ‘복숭아에이슬’, ‘청포도에이슬’ 이외에도 ‘자몽에이슬’, ‘자두에이슬’, ‘딸기에이슬’ 등을 선보이며 일본 내 K-소주 열풍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월 일본 유명 아이돌 시로마 미루(白間美瑠)가 하이트진로 과일소주 '복숭아에이슬'을 소재로 한 콘텐츠를 SNS에 올려 주목을 끌기도 했다. 하이트진로는 일본 연회전문기업 베스트 브라이덜이 나고야에서 운영하는 연회장 '아프로스 스퀘어 나고야 영빈관'에서 다음 달부터 오는 9월까지 주말에 여는 '코리안 네온 비어 나이트'(Korean Neon Beer Night)에 참가할 예정이다.
오사카 내 젝시믹스 매장./사진=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오사카 내 젝시믹스 매장./사진=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국내 액티브웨어 브랜드 ‘투톱’인 젝시믹스와 안다르의 일본 시장 진출 반응도 뜨겁다는 분석이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젝시믹스 일본 법인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2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4월 12일 오사카 다이마루 백화점에 1호 정식 매장을 연 지 2주 만에 나고야에 2호 매장을 여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젝시믹스에 이어 국내 애슬레저(일상 운동복) 2위인 안다르 역시 일본 진출에 적극적이다. 안다르는 지난 2월 22~27일 오사카 한큐백화점 우메다본점에서 팝업을 진행했는데, 당시 하루 최대 100만엔(약 9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진=CJ올리브영
올리브영 K뷰티 행사 부스./사진=CJ올리브영
'오샤레(おしゃれ)'라는 일본어 단어는 '세련되고 멋지다'라는 뜻으로, 최근 한국의 뷰티나 패션, 인테리어 상품 등을 소개할 때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K-화장품이 고급스럽다는 인식으로 자리 잡자, 뷰티 업계의 일본 진출도 반기는 분위기다. CJ올리브영은 일본에서 웨이크메이크 등을 비롯한 PB상품 매출액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연평균 125% 증가했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76% 늘어났다. 또한 지난달 10일부터 12일까지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와 ‘조조마린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K-POP Fan & Artist Festival ‘KCON JAPAN 2024’에서 K뷰티를 알리는 행사 부스를 성황리에 운영하기도 했다. 올리브영은 올해 상반기 내에 일본 법인 설립을 통해 현지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지리적으로 가깝고 소비 성향이 한국과 유사한 데다 최근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북미와 더불어 글로벌 진출 우선 전략 국가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한류 열풍의 흐름
일본 내 본격적으로 초기 한류 바람이 불기 시작했을 때부터 오늘날 4차 한류 열풍으로 이어지기까지의 세월은 20년을 부쩍 넘는다. 

배우 배용준이 ‘욘사마’가 된 2002년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 여성 중장년층에서 흥행하던 시기를 1차 한류라 한다.  이어 가수 보아에서 시작해 동방신기, 소녀시대, 빅뱅, 카라 등이 큰 인기를 얻으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본에서 K-POP을 통한 2차 한류 열풍이 불게 됐다. 이후 동일본 대지진과 외교 문제를 겪으며 한류는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그러나 트와이스 등 일본인 멤버가 섞인 한국 아이돌이 주목받기 시작하고,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이 히트를 치면서 3차 한류 바람이 퍼졌다. 이때 불닭볶음면, 치즈닭갈비 등 한국의 다양한 먹거리도 유행을 탔다. 4차 한류 열풍의 본격적인 계기는 코로나였다. 2020년 팬데믹의 영향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자, OTT, 유튜브 등을 통해 한류를 접한 일본 대중들은 K-문화에 더욱 빠져들었다.  넷플릭스로 전 세계에 배급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 클라쓰’ 등의 인기에 힘입어 일본 대중들은 연령대를 막론하고 계속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향유하고 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콘텐츠를 넘어, 온오프라인을 통해 다양한 한국 제품까지 소비하는 4차 한류 붐이 일어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본의 10대들이 한류의 주요 소비자층으로 떠올랐다. 이들이 한국에서 유행하는 패션, 화장품, 먹거리 등을 서로 앞다퉈서 구매하고, SNS에서 한국 셀럽들을 팔로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의 한국 여행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티웨이항공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해외 홈페이지 일본 신규 회원은 지난해 동기간 대비 일본 92% 증가했다. 기존 방송에서 드라마를 시청하며 한류 소비에 앞장섰던 중년층과는 달리 스마트폰을 매개로 한 젊은 층들이 틱톡이나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한국 문화를 접하면서 시작된 현상으로 분석된다.
히라노 쇼./사진=방송 화면 캡쳐
히라노 쇼./사진=방송 화면 캡쳐
하지만 4차 한류가 퍼져나감에 따라 일부 일본인들 사이에서 ‘혐한’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지난 혐한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일본 아이돌 히라노 쇼가 지난 4월 한국 화장품 모델로 발탁돼 논란을 빚었다. 히라노쇼는 지난해 3월 방송 촬영차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당시 방송에서 한강과 서울을 상징하는 ’I SEOUL U‘ 조형물을 배경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중국어로 “씨에 씨에”(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며 “의외로 높은 건물이 있다”는 조롱 섞인 발언을 이어갔다. 또한 자신의 한국 방문을 ‘방한’이나 ‘내한’이 아닌 ‘내일’(來日)이라고 하기도 했다. ‘내일’은 한국을 일본의 식민지로 인식하고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일본을 방문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뜻인 대표적인 한국 깔보기 발언이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라인야후 사태’의 경우도 일본 내 국내 기업의 성장을 배척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개인정보 유출을 핑계로, 네이버에서 개발해 일본의 국민 메신저가 된 ‘라인’의 지분 매각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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