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속 경제리뷰] 디에고 벨라스케스 ‘시녀들’
[작품속 경제리뷰] 디에고 벨라스케스 ‘시녀들’
  • 어기선 기자
  • 승인 2024.11.21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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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디에고 벨라스케스 ‘시녀들’은 프라도 미술관에 걸린 작품이다. 부제는 ‘펠리페 4세의 가족’이다. 얼핏 보면 이 작품이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간파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해당 작품에는 ‘합스부르크 가문’의 비극과 화가의 욕망 그리고 새로운 작품 의도가 엿보인다. 원래 제목은 ‘펠리페 4세의 가족 초상화’이다. 19세기 제작된 프라도 미술관 작품 목록집에서 ‘Las Meninas’이다. 메니나는 여자아이 또는 궁정에서 왕족의 시중을 드는 소녀를 뜻한다. 그 이유는 시녀 두명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시녀들’이 아니다.

주인공은 마르가리타(Margarita) 공주

주인공은 마르가리타(Margarita) 공주이다. 펠리페 4세와 두 번째 부인 마리아나 사이의 딸로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와 결혼하지만 21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인물이다. 마르가리타 공주 위로 거울이 있는데 거울에 펠리페 4세와 부인이 나란히 있다. 거울 기법을 통해 펠리페 4세와 부인을 등장시킨 것이다. 사실 미술작품에 거울을 등장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오늘날 방송국에서 거울을 사용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약 방송에서 거울이 있다면 방송 카메라 등이 방송을 통해 보여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미술작품에서 거울을 등장한다면 그것은 화가가 등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미술작품에서 거울은 금기시 되는 물건이다. 그러나 디에고 벨라스케스 화가는 거울을 등장시켰고, 거울 안에 펠리페 4세와 부인을 등장시켰다. 대신 자신은 이 작품 한 가운데 등장시켰다. 즉, 디에고 벨라스케스 화가의 자화상이 된 꼴이다.

스페인 합스부르크 가문의 비극

시녀들 작품은 스페인 합스부르크 가문의 비극을 담았다. 합스부르크 가문은 한때 전세계를 지배했을 정도로 유명한 가문이었다. 그 가문이 유지한 비법은 ‘근친혼’이다. 하지만 근친혼의 부작용은 바로 유전병이다. 이런 이유로 합스부르크 가문 사람들은 주걱턱 현상을 보이거나 근육이 약해지는 등의 승장을 보였고, 일찍 사망했다. 여기에 얼굴이 창백하면 미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여인들은 납을 태운 후 그 연기를 들이마셨다. 그로 인해 납 중독이 걸린 여성들이 많았다. 왕족들이나 귀족들은 자신의 재산과 권위를 지키기 위해 근친혼을 많이 했는데 근친혼에 따른 부작용도 많이 발생했다. 그 중 대표적인 가문이 바로 합스부르크 가문이다.

초상화 화가가 주인공으로

이 그림은 궁정화가가 주인공이 된 사례이다. 서구유럽에서는 왕들이 자신의 초상화를 남기기 위해 궁정화가를 뒀다. 오늘날로 이야기하면 ‘사진사’를 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궁정화가는 초상화를 그릴 때 자신을 등장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이 그림은 ‘궁정화가’가 주인공이다.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등장하고, 마르가리타(Margarita) 공주는 한쪽 구석에, 펠리페 4세 부부는 거울에 등장한다. 게다가 벨라스케스 가슴에 그려진 십자가는 2년 후 ‘기사 작위’를 받으면서 귀족이 됐고, 그에 따라 십자가를 그려 넣었다. 그 이후 화가들 스스로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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