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野, 정략적” 손학규 “야당 거부 효과 노렸나”
[파이낸셜리뷰=이정우 기자] 오는 18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정치권의 동행을 요청한 청와대의 제안에 당청과 보수야당 간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10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의장단(문희상 국회의장 및 자유한국당 소속 이주영·바른미래당 소속 주승용 국회부의장)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 여야 5당 대표 등 9명이 남북정상회담 방북단에 동행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민주평화당 정동영·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제안에 응했지만, 나머지 대상자들은 모두 불응했다.
불응 이유로는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이뤄진 임 실장의 기자회견 ▲국회 측이 방북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점 등을 들었다.
하지만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청와대 초청을 정략적이라고 반발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정상회담에 국회를 동참하게 해달라는 것은 지난달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직접 요청했던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 측은 11일 참석 대상자들을 향해 동행 제안에 응해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회 차원에서도 이번 정상회담을 국회 회담의 단초를 여는 좋은 기회로 삼아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미 당리당략과 정쟁으로 어지러운 한국정치에 ‘꽃할배’ 같은 신선함으로 우리에게 오셨으면 한다”고 협조를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오전부터 국회에서 문 의장 측 박수현 비서실장, 이·주 부의장, 이해찬·손학규·정동영·이정미 대표 등 참석 대상자들을 만나며 재차 취지를 설명하며 동행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특히 야권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경북 구미에 위치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느라 한 수석과 만나지 못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순서가 바뀌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며 “먼저 이야기를 하고 초청 발표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대표는 한 수석와의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의장과 당대표가 대통령을 수행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고 그렇게(국회의장 및 당 대표 동행) 간다고 하면 결국 국내 정치용”이라며 “일방적으로 야당이 거부를 했다는 효과를 노리는 것밖에 더 되느냐”고도 지적했다. 당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유감 논평도 냈다.
다만 한 수석은 손 대표 예방 뒤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여당의 이익이나 야당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티끌만큼도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정말 중차대한 역사적 전환기에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으는 순수한 의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의 동행 제안에 응한 평화당과 정의당에서도 청와대 측의 다소 매끄럽지 못한 동행 제안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정현 평화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 “아무리 급하다고 바늘 허리에 실을 꿰어 쓸 수는 없는 법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다”며 “청와대는 국회와 정당 특별대표단 초청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을 거울삼아 좀 더 신중해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이정미 대표는 한 수석을 만나 “초유의 훌륭한, 큰 일을 도모하는데 그 과정에서 좀 계획적이지 못했다. 안타깝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동행에 긍정적으로 답한 이해찬·정동영·이정미 대표만 평양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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