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025 K컬처 트렌드 포럼, 한국 대중음악 톺아보기
[현장] 2025 K컬처 트렌드 포럼, 한국 대중음악 톺아보기
  • 김희연 기자
  • 승인 2024.11.07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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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모레퍼시픽재단
/사진=아모레퍼시픽재단
[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아모레퍼시픽재단이 주관하는 ‘K컬처 트렌드 포럼’이 7일 아모레퍼시픽 본사 2층 아모레홀에서 열렸다.  K컬처 트렌드 포럼은 전문가와 현업 종사자들이 매년 대중문화를 결산하고 미래의 트렌드를 전망하는 자리로, 2022년부터 3회째 이어지고 있다.  포럼은 대중음악, 드라마와 예능, 웹툰, 영화 4개 세션이 순서대로 진행된다. 각자의 테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포럼에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공유했다.
/사진=김희연 기자
/사진=김희연 기자
그중 첫 번째 대중음악 세션에서는 조일동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 고윤화 서울대학교 연구원, 이재훈 뉴시스 기자가 하이브와 민희진 등 케이팝의 가장 큰 이슈들을 재조명하고 산업, 팬덤, 세대론 등 다양한 관점에서 대중음악 트렌드를 해석했다.

대중음악, 산업적 이슈가 되다
전반적으로 한국 대중음악은 주류와 비주류를 넘어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시도를 펼쳤던 한 해였다는 평이다. 그럼에도 뉴진스 등 4세대 여자 아이돌이 활약했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뚜렷한 음악적 활약이 더뎠다고도 설명했다. 

김영대 대중음악 평론가./사진=김희연 기자
김영대 대중음악 평론가./사진=김희연 기자
김영대 대중음악 평론가는 올해 한국 대중음악의 주요 흐름을 설명하며 “연예계 관련 언론 보도와 잡음도 많았지만, 음악에 있어 가시적인 성과가 잡히지 않은 한 해”라는 의견을 밝혔다. 하이브와 민희진 프로듀서의 분쟁으로 음악적 관심을 산업적인 이슈로 덮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주요한 음반 발매가 미뤄지기도 했으며, 공개됐을 때 기대만큼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평했다.

멀티레이블 체재의 명과 암
멀티레이블 체제는 최근 K-POP 업계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구조로,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와 같은 대형 기획사들이 도입하고 있다. 프로듀서 민희진과 하이브 사건에서 볼 수 있듯 멀티레이블 체제에는 다양한 논란과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한다.

멀티레이블 체제의 가장 큰 특징은 각 레이블이 독자적인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대형 기획사의 자원과 전략을 공유한다는 점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R&B 레이블 론칭과 하이브의 여러 레이블 확장은 이런 세분화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특히 데이식스와 같은 밴드 스타일의 아티스트가 인기를 끄는 이유도 이런 다양성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각 레이블의 책임과 권한이 모호해지거나, 외주화와 같은 위험 요소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명곡이 탄생했을 때 아티스트를 제외하고 시간이 지나고 가장 강렬히 기억되는 건 해당 앨범을 퍼포밍했던 사람이다. 이처럼 ‘produced by’의 개념이 강화되면서 프로듀서의 역할이 확대된 만큼, 레이블 수장의 권한 범위가 명확하지 않거나, 대형 기획사의 경영 전략과 충돌할 경우 레이블의 운영은 복잡해질 수 있다.

올 한 해의 키워드, 밴드와 록의 재발견
우리나라에서 잔잔히 불고 있는 밴드 및 록의 유행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김영대 평론가는 코로나 때 기타 판매량이 급증한 건 답답한 생활에서 오가닉한 실물 악기에 대한 갈증이 생겨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팬데믹이라는 특이한 상황 속 전자음악 사운드에 염증과 싫증을 느낀 팬들도 생겨났으며, 내추럴한 모습을 록이라는 음악으로 소화하는 밴드 플레이에 대한 갈증이 공연 시장의 성장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뉴시스 이재훈 기자./사진=김희연 기자
뉴시스 이재훈 기자./사진=김희연 기자
‘밴드 열풍이 온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뉴시스의 이재훈 기자는 “밴드 열풍이 왔다고 보긴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진정한 밴드 열풍이라면 대중적으로 널리 확산되는 낙수 효과가 있어야 하지만, 현재 인디 씬 자체가 약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디 아티스트들이 공연을 통해 점차 메인스트림으로 진입하는 흐름이 이어져야 하는데, 아직 그런 체제는 확립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룹 QWER의 사례처럼, 대중들이 밴드 포맷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김영대 평론가는 아이돌이 라이브나 콘서트에서 밴드를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보이그룹 라이즈도 악기 서사를 다루고 있으며, 싱어송라이터 우즈, 스트레이키즈의 하드락 공연 등 밴드 퍼포먼스 분위기 자체가 오거닉한 사운드에 대한 갈증에서 비롯됐으며, 유행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분명히 포착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김희연 기자
고윤화 서울대학교 연구원./사진=김희연 기자
실제로 밴드 포맷 그룹인 데이식스의 인기를 시작으로, 로제의 ‘APT’와 같은 펑크록적인 모습은 대중에게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윤화 서울대학교 연구원은 이에 대해 “우리가 록의 형태를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지만, 록의 진정한 정신은 기존의 틀을 깨부수는 데 있다. 그런 혁신적 에너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대형 공연장 인프라 부족, 음악 산업의 발목을 잡나?
한국 음악 산업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음에도, 대형 공연장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여론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등 몇몇 장소가 대형 공연에 활용되고 있지만, 이들 시설은 원래 스포츠 경기를 위해 설계된 곳으로, 음악 공연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김희연 기자
조일동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사진=김희연 기자
조일동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이에 대해 “국내 아레나급 공연장을 채울 수 있는 아티스트는 손에 꼽을 정도라, 오히려 새로운 대형 공연장을 짓는 것은 비효율적일 수 있다”며, 다양한 규모의 아티스트들이 안정적인 사운드 환경에서 공연할 수 있는 전문 공연장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또한 "좋은 공연장과 인프라란 무엇인지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코를 벗어던진 팬덤
한국 대중문화 팬덤은 이제 더 이상 ‘일코(일반인 코스프레)’를 할 필요가 없는 시대에 도달했다. SNS와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 덕분에 팬덤은 음지에서 벗어나며,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것이 당당한 문화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조일동 교수는 트로트 가수 장윤정이 대중적 유명세가 높음에도 공연 모객을 실패한 사례 등을 들며 팬덤의 열성과 결속력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콘서트와 음반 활동에만 집중하는 이승윤 같은 경우는 폭발적인 팬덤의 지지를 받으며 성황리에 공연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대중적 유명세가 아닌, 진정한 팬덤의 힘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김영대 평론가는 "덕질은 오랜 기간 음지 문화로 인식돼 왔지만, 이제 좋아하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인스타그램 챌린지나 인증 문화는 팬들이 자신의 취향을 당당히 드러내고, 더 나아가 아티스트와 소통하는 방법으로 작용하고 있다. 뮤덕도 마찬가지로 남들 모르게 하는 거였지만 SNS 문화와 맞물려 하나의 인증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조일동 교수는 “이제는 아티스트보다 나이가 많은 팬덤이 많아졌다. 그룹을 팬질하러 온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들은 단순히 ‘덕질’을 하는 것을 넘어서, 그 과정에서 팬들 사이에 친밀함과 연대감을 형성하며 아티스트와 함께 성장해 간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서 “정치가 팬덤처럼 변해가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트럼프 지지층과 같은 팬덤 정치가 단지 일부 사람들의 특이한 현상이 아니라, 현대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해 가는 중요한 방식이라는 점에서, 현재 한국 사회에서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제이팝 혹은 일본문화의 재부상
한국 음악 산업에 일본 문화와 J-POP의 영향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일본 음악의 영향력은 영화음악과 같은 다양한 장르에서 나타나며, J-POP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K-POP과 J-POP 아티스트들 간의 다양한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에이티즈와 일본 보이 그룹 비퍼스트의 콜라보 및 일본 래퍼 스카이하이와 한국 래퍼 창모의 협업 싱글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최근 국내에서는 다양한 일본 아티스트들의 내한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후지카제와 요아소비의 공연을 비롯해, 약 30팀의 일본 아티스트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J-POP 페스티벌이 열리며 한국 팬들과 직접 소통할 예정이다.  이재훈 기자는 K-POP과 일본 문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더욱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 흐름이 새로운 대중음악 트렌드를 형성하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대표적으로 가수 윤하는 일본에서 데뷔해 큰 인기를 끌었는데 최근 J-POP과 일본 문화가 국내에서 유행함에 따라 다시 주목받은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기자는 K-POP 아이돌 하니가 일본의 유명 곡인 ‘푸른 산호초’를 부르는 장면이 팬들에게 신선한 반응을 끌어낸 최근 사례를 언급하며, “J-POP과 일본 문화는 더 이상 서브컬처에 국한되지 않으며, 일본 곡을 베트남 국적의 K팝 아티스트가 J팝을 부르는 다국적 측면은 글로벌 팬덤에서 흥미로운 문화적 융합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대중음악의 전망
한국 대중음악계는 전통적 K-POP의 틀을 넘어 더 다양한 형태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패널들은 2025년을 앞두고 다국적 멤버 구성, 가상 아이돌 등 다각화되는 한국 대중음악 시장을 전망했다.

김영대 평론가는 “K 없는 K-POP은 이제 멈출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며, 한국인이 아닌 멤버로 구성된 글로벌 K-POP 그룹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주목했다. K-POP의 본래 목표는 세계화이자 현지화였기 때문에 막을 수 없는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버추얼 아이돌의 시대도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김 평론가는 SM엔터테인먼트의 버추얼 아이돌 발표 사례를 들며, 가상 아티스트에 대한 기술적 구현은 가능하지만 이를 실질적인 콘텐츠로 만들어낼 크리에이터의 역할이 중요한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역시 "버추얼 아이돌은 2025년의 주요 화두가 될 것"이라며, “이미 선보인 가상 아이돌 플레이브의 콘서트에 의문을 품고 가봤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그동안 봤던 수많은 콘서트 중 무대전환이 가장 빨라 지루할 틈이 없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또한 2025년은 인디 씬에서 중요한 30주년이자 SM엔터테인먼트의 30주년이 되는 해다. SM엔터테인먼트는 한국 대중음악의 세계화를 선도한 기획사로, 30주년을 맞이해 K-POP 개척사에 어떤 의미를 더할지 주목받고 있다. 세븐틴, 트와이스, 데이식스 등 K-POP 3세대 아이돌도 10주년을 맞이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여부와 하이브의 새로운 아이돌 론칭이 한국 대중음악계에 어떤 새로운 장을 열지 기대가 모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고윤화 연구원은 “한국인들은 여전히 60% 넘게 발라드를 가장 많이 선호하고 있으며, 이러한 점에서 한국 대중음악을 단순히 K-POP으로만 정의하기보다는 'K-음악'이라는 포괄적 개념으로 다뤄야 하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와 함께 AI가 음악 창작에 영향을 미치고 시스템화되는 과정을 통해 한국 음악의 다양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식스, 2024 한국 MVP 선정

/사진=김희연 기자
/사진=김희연 기자
포럼을 끝으로 데이식스가 2024년 한국 대중음악계 MVP로 선정됐다. 데이식스는 군백기 동안에도 인기가 상승하며 역주행 신화를 썼고, 서정적인 가사와 힐링 요소가 담긴 음악으로 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재훈 기자는 “최근 야구 열풍과 함께 데이식스의 노래가 경기장 곳곳에서 울려 퍼질 만큼 대중적 인기를 실감했다”고 전했다. 조일동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데이식스의 첫 출발이 홍대의 작은 클럽 공연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들이 지속적인 라이브 무대를 통해 탄탄한 팬층을 쌓아왔음을 언급했다. “데이식스의 팬인 ‘마이데이’는 열성적인 응원 문화를 통해 팬덤의 주체성을 확립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음악적 소비를 넘어서, 팬들 사이의 연대감과 음악적 가치를 공유하는 데이식스만의 독특한 팬덤 문화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한 녹음된 MR(반주) 음원 대신 라이브 공연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그 순간 그 자리’의 특별함이 더욱 강조됨에 따라 데이식스가 더욱 급부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MR로 이루어진 공연이 많았지만, 이제는 실시간 라이브 공연을 통해 오직 그 순간에만 들을 수 있는 음향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는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에 공유하는 사진이나 숏폼과도 같은 맥락으로, 그 순간을 남기고 자신이 그 자리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방식이 유행하고 있다는 점과도 연관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행사의 주최 측인 아모레퍼시픽 재단은 1973년 세워져 51년의 역사와 전통이 있는 기업의 문화 예술재단이다. 포럼 내용을 바탕으로 2024년을 결산하고 2025년을 전망하는 도서 ‘K컬처 트렌드 2025’도 올해 12월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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