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윤인주 기자] 경제보복을 통해 한일 관계의 판도를 바꾸려는 일본 아베 정부의 구상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겨우 3가지 조치에 우리나라는 충격에 빠졌고, 여기에 공장기계, 탄소섬유, 자동차 등이 더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혼란은 가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민간 차원에서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번지고 있고, 미국에 도움을 청하거나 중국의 도움을 원하는 등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야당 대표 역시 “문재인 대통령은 왜 트럼프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가”라는 식의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대일관계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였던 사람이라면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해 최대한 관용(?)을 베풀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동안 일본은 한국 제조업체들의 제품 관세를 3% 이하(의류·직물·가죽제품 제외)로 부과했고, 기계류 제품 대부분에는 관세를 설정하지 않는 특혜까지 제공해 왔다.
하지만 우리 기업은 일본 제품의 경제성과 품질에 중독됐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알면서도 철저히 외면해 왔다.
뿐만 아니라 이같은 특혜는 오히려 우리 산업계에 덫이 됐다는 게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지나치게 의존적인 포트폴리오를 만들었고, 이는 결국 화를 자초했다.
정부와 산업계 모두 일본의 기초과학과 소재기술에 기대 우리 산업을 너무 쉽게 발전시켜 온 것은 아닐지 반문해야 하는 현실이다.
이 같은 중독증상은 대부분 산업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업들은 개별적인 이익을 위해 달려간다. 산업전체를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부재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때문에 산업 소재 분야에서의 일본 의존도는 아직도 절대적이다.
일본산 강관(파이프)이 없다면 당장 자동차 엔진, 중장비의 유압 실린더조차 만들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조선강국이라고 자부하는 우리나라가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 대우조선해양의 LNG수송선 건조에 쓰일 제품 역시 일본산이 아니라면 대체품을 찾기 힘들다.
제조업 전반에서 일본산 소재를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등 ICT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조업 전반의 문제다.
별것 아닌 듯 보이는 이 ‘파이프’를 제조할 수 있는 업체도 고작 2~3곳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설비 수준이나 생산능력, 업체의 규모, 특수강 소재 미비로 인해 그 어떠한 산업 수요도 충족하지 못한다. '글로벌 1위 철강사 보유’ '제철강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많은 부분의 기초 과학 소재와 부품을 즐기기만 했지 어느 누구도 이 위험을 인지하면서도 그것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기울이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현실을 인정하고 실리를 추구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