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리뷰] 지소미아 종료 결정, 그 이유 ‘셋’
[폴리리뷰] 지소미아 종료 결정, 그 이유 ‘셋’
  • 이정우 기자
  • 승인 2019.08.23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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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여부 브리핑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여부 브리핑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이정우 기자]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이하 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했다. 지소미아란 두 국가 사이에 군사정보를 서로 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당초 우리나라는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0년대 우리 정부가 일본에 요청했지만 거부했다. 이명박정부 때인 2010년 6월 일본이 우리 측에 제안하면서 협상이 시작됐고,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6년 체결됐다. 당시 국정농단 사태로 나라가 혼란한 가운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들어 지소미아를 종료하기로 지난 22일 결정했다. 당초 ‘파기’가 아닌 ‘종료’를 선택한 것은 지소미아가 ‘절차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국내외에 알린 것이다. 이는 언제라도 지소미아의 효력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기’를 선택하면 지소미아 협정을 다시 체결해서 효력을 발휘해야 하지만 ‘종료’를 선택했기 때문에 언제든지 효력을 재개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지소미아 종료에는 여러 가지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과의 관계는 물론 미국과의 관계도 생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소미아를 종료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고심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결정한 사실이 23일 일본 도쿄도(東京都)에서 판매되는 주요 일간지 1면에 실려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결정한 사실이 23일 일본 도쿄도(東京都)에서 판매되는 주요 일간지 1면에 실려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유 1. 대화하지 않는 일본

가장 큰 이유는 대화하지 않는 일본이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일본 정부는 우리 대법원 판결에 불만을 품기 시작했고, 지난 7월 부품소재 수출규제에 이어 지난 2일에는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의결을 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티리스트에서 배제했다는 것은 우리를 더 이상 우방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이상 우방으로 생각하지 않는 일본과 군사정보를 교류할 이유가 있느냐는 여론이 국내에서 제기됐다. 또한 일본과의 대화를 위해 우리 외교가는 계속해서 시도를 했지만 일본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여러 채널을 통해 일본과의 대화를 꾸준하게 시도했지만 일본은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일본이 원하는 것은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였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나면서 사실상 일본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 수치로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상당한 힘을 받기 시작했다. 일본이 대화 거부를 장기적으로 하면 할수록 불매운동은 장기전으로 치닫게 되고, 그로 인한 손해는 오히려 일본이 더 커질 것이라는 믿음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리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한일관계에서 이제 우리 정부가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그동안 일본 정부가 강하게 나가면 우리 정부는 다소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해왔다. 이로 인해 일본 정부가 얻는 것이 더 많았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한일관계를 대등한 관계로 만들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서울 겨레' 소속회원들이 '아베에게 군사정보 넘겨줄 수 없다! 한일군사정보협정 파기를 선언하자! ' 집회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에 환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서울 겨레' 소속회원들이 '아베에게 군사정보 넘겨줄 수 없다! 한일군사정보협정 파기를 선언하자! ' 집회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에 환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유 2. 지소미아 졸속 협정에 대한 불만

또 다른 이유는 지소미아가 이명박·박근혜정부 당시 졸속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불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소미아가 우리에게 이익이 되기 보다는 오히려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부추기는 협정이라는 인식이 당시에 강했다. 또한 지소미아 협정 이후 과연 지소미아가 얼마나 우리 안보에 효과적이었냐는 문제도 있다. 2016년 11월 체결 이후 총 29차례 정보가 교환됐다. 양적으로 그다지 많은 수준은 아니다. 문제는 질적인 수준 여부인데 군사전문가들은 양적으로 많은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질적으로도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닐 수도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더욱이 지소미아가 종료된다고 해서 한미일 안보협력이 와해되거나 일본과의 정보교류가 완전히 차단되지 않는다고 우리 정부는 판단했다. 즉, 지소미마 무용론이 끊임없이 제기된다는 이야기다. 지소미아가 결국 우리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본에게 이득이 되는 협정이라는 판단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에 있어 우리나라와 일본이 군사정보를 교환했는데 일본이 오히려 이득을 얻은 것으로 판명됐다. 일본은 발사 직후 북한 미사일을 포착하는데 한계가 있고, 우리는 북한 미사일이 동해상 어느 지점에 탄착됐는지 찾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안보상으로 볼 때 탄착지점보다는 발사 직후 미사일을 포착하는 정보가 더 가치가 크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손해라는 인식이 강하다. 따라서 지소미아 종료를 해도 우리 안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한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한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유 3. 미국의 중재자 역할 기대

또 다른 이유는 미국 압박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악화된 한일관계에 대해 불개입 원칙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악화된 한일관계에 무작정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분위기다. 우리 정부도 미국의 적극적 개입을 요구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통화까지 해서 개입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행정부는 아직까지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불만이 표출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미국 행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나오자마자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미국 언론은 미국 행정부가 개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악화된 한일관계를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 스스로 풀어낼 수 없다면 결국 미국이 개입해야 하는데 지소미아 종료를 통해 미국의 개입을 이끌어내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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