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공정위 출신 인사들이 SK·삼성·LG 등 굵직한 대기업이나 법무법인으로 재취업한 후 공정위원회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결국 전관예우를 대기업이나 법무법인이 최대한 활용한 흔적으로 보인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SK, 삼성, LG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김&장, 광장, 율촌, 태평양 등의 대형법무법인에 재취업한 공정위 OB와 공정위 YB와의 접촉이 매우 빈번했다.
이는 공정위 사건 조사 및 진행 과정에서 청탁과 외압 등 부적절한 행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김 의원은 제기했다.
‘2018년부터 2019년 9월말까지 외부인 접촉기록’에 따르면, 공정위에서 자료제출, 진술조사, 디지털증거수집, 현장조사 등의 사건처리와 관련해 접촉한 대기업 및 법무법인 관계자들과의 접촉횟수가 지난 2년간 총 8천941회였다.
그 중 공정위 출신 퇴직자들이 재취업한 대기업 및 법무법인 관계자들과의 접촉이 3천583회로 40.1%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에는 전체 3천767건의 중 32.5%인 1천223건이 공정위 출신 재취업자들과의 접촉이었는데, 2019년에는 전체 5천174건 중 45.6%가 전관 출신과의 접촉이었다. 이에 해가 갈수록 공정위 OB 출신 입김이 점점 세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리고 지난 2년간 기업별로 본 접촉건수는 삼성이 384회로 가장 많았고, SK(382회), LG(274회), 롯데(270회), KT(183회), GS(180회), CJ(146회), 현대자동차(134회), 포스코(128회), 한화(109회) 등이었다.
법무법인으로는 김&장이 2천169회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태평양 853회, 광장 670회, 율촌 583회, 세종 457회, 바른 363회, 화우 276회 등이었다.
그런데 최근 공정위 관련해 한화시스템 늑장 제재조치 논란 등 공정위 관련 사건과 관련된 여러 의혹이 일고, 비리가 확인돼 중징계를 받은 공무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총 4건의 청렴의무 위반, 성실의무 위반 사례를 적발하여 징계했었는데, 그 중 2건이 파면이었다.
파면사건을 보면 롯데쇼핑에서 점포입점권 및 현금으로 약 5,372만원의 금품과 향응을 수수하여 적발됐고, 건축공사 감리단체에서 현금 등 약 1,370만원의 금품과 향응을 수수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공정위는 임직원들과 대기업, 법무법인 관계자의 만남이 단순만남인지 아니면 사건과 연관되는 것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 관계자에 따르면 “접촉기록은 단순히 자료제출, 안부인사, 전화, 문자 등으로만 내용을 표시한다”며 “세부 사건명이나 내용을 보고하지는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에 언제든지 부적절한 사건처리와 연계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공정위의 관리‧감독이 너무 안일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김 의원은 “사건 처리와 언제든 연관될 수 있는 공정위 출신 관계자들이 공정위에 제집 드나들 듯 하는 것은 큰 문제”라며 “공정위 관계자가 외부인과 접촉했을 때 문제가 발생한 적도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던 만큼, 공정위는 외부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자제하고 접촉한 내용에 대해서는 국민께 상세하게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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