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석원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기업들은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사업의 역량을 끌어올리면서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애경그룹은 각종 논란과 실적 부진으로 위기를 맞고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돌파구를 찾고 있는 모양새다.
또한 애경그룹은 ‘제주항공’, 생활용품·화장품 사업을 영위하며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는 ‘애경산업’, 지역 특화형 쇼핑몰로 성장기반을 닦는 ‘AK플라자’ 등을 중심으로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애경그룹은 비누, 세제 등 생활용품 기업으로 시작해 백화점, 석유화학, 항공, 화장품까지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하며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이번에도 새로운 사업을 통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비누·세제 제조사, 사업 확장하며 대기업으로 성장
애경그룹은 창업주인 고(故) 채몽인 창업주가 1945년 세운 무역업체 ‘대륭양행’을 기원으로 한다.
1951년 ‘대륭산업’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1954년 국내 1호 석유화학 등록업체 ‘애경유지공업’을 설립했다.
애경그룹의 기원을 비누 제조업체로 출발한 이 ‘애경유지공업’으로 보는 이들도 있으며, 실제 애경그룹은 ‘애경유지공업’ 설립일을 그룹의 창립기념일로 삼고 있다.
‘애경유지공업’은 1956년 화장비누 ‘미향’을 출시한 지 한 달 만에 100만 개의 판매량을 돌파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1966년엔 국내 첫 주방세제인 ‘트리오’를 출시해 당시 세제 부문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며 비누·세제 제조사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1970년 창업자인 고(故) 채몽인 애경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 이후 그의 부인인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이 경영을 이어받아 오늘날의 그룹 터전을 일구었다.
당시 장 회장은 35살의 젊은 가정주부로 결혼 이후 11년째 가정에 집중했던 만큼 그가 경영 일선에 나설 때만 해도 반대가 거셌지만, 장 회장 체제에서 애경그룹은 가파르게 성장하며 일각의 우려를 모두 불식했다.
1985년 ‘애경유지공업’은 생활용품 사업 부문만을 분리해 ‘애경산업’을 세웠다.
‘애경산업’은 설립 초기엔 주로 비누 제품을 생산하다가 1990년대 이후 합성세제·비누·샴푸·주방세제·화장품 등 그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또한 애경그룹은 1993년 애경백화점(AK플라자) 1호점을 애경유지공업 영등포공장 부지(현 서울시 구로구)에 개관하며 유통업에도 진출했다.
2000년대 들어 장 회장의 자녀들이 모두 경영에 참여하면서 애경그룹은 항공업, 면세점업, 부동산개발업까지 뛰어들며 사세를 크게 확장했다.
애경그룹은 2018년 자산규모 5조 원의 대기업집단에 편입되며 명실상부한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각종 ‘논란’으로 위기를 맞기도
승승장구하던 애경그룹은 2000년대 후반부터 크고 작은 구설수로 위기를 맞았다.
논란의 시작은 장 회장의 장남이자 현재 애경그룹에서 실질적 총수 역할을 하고 있는 채형석 총괄부회장이었다.
채 총괄부회장이 2005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회사공금 20억 원을 빼돌려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혐의로 2009년 4월 1심에서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것이다.
최근에는 장 회장의 셋째 아들인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마저 2017년 9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약 100차례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2020년 1심에서는 징역 8월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된 바 있다.
또한 애경그룹은 수천 명의 피해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주요 책임 기업으로 지목받았으나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고 회피한다는 논란으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기도 했다.
심지어 최근 애경그룹은 유통업(AK플라자), 화장품(애경산업) 등 주력 사업 대부분이 크게 부진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항공업(제주항공)마저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애경그룹은 현재 큰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메타버스’ 시무식 연 애경그룹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오프라인 행사가 어려워지자 올해 일부 기업들이 시무식을 가상현실세계인 메타버스 공간으로 옮겨 진행했다.
현실 공간에서는 방역 문제 등으로 임직원이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만큼 전통적 방식 대신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것이다.
메타버스는 가공·추상 등의 의미가 담긴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가능한 3차원 가상세계를 일컫는 신조어다.
애경그룹도 올해 신년회를 그룹 사옥인 애경타워를 메타버스로 구현한 ‘AK 메타버스’라는 자체 가상공간에서 지난 5일까지 3일간 신년회를 진행했다.
‘AK 메타버스’에는 7개의 문을 통해 애경산업, AK플라자, 제주항공, 애경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의 특성을 살린 테마 공간을 마련했다.
애경그룹은 해당 첨단기술을 통해 비대면 업무의 확산과 신기술 도입이 확대 등 기업문화 전환까지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애경그룹은 앞으로 다양한 사내·외 행사와 사업 영역에 이 ‘AK 메타버스’ 공간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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