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석원 기자] 청보식품은 라면, 스낵 등을 제조했던 식품회사이다. 1984년부터 1987년 4월까지 존속했던 회사이고, 프로야구 청보 핀토스를 운영하던 회사이다.
청보식품은 현 오뚜기의 라면 회사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오뚜기라면과 청보식품은 법인 자체가 완전히 다른 회사라는 점이다.
청보식품이 신설법인인 오뚜기라면에 흡수하는 식으로 사실상 해산된 것이다.
풍한방직이 만든 식품회사
청보식품은 풍한방직이 만든 식품회사이다. 풍한방직은 일제강점기 내외흥업이 전신으로 평양 출신 김영귀가 설립한 기계 판매 업체였다.
광복 이후 일본 방직 관련 적산을 불하받은 것을 계기로 방직업에 진출하면서 1952년 풍한방직이 생겼다.
1960년대까지 삼성그룹 제일모직에 버금가는 큰 기업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해 정부지원금을 받고도 부도를 냈다. 다만 부동산 사업으로 큰 돈을 벌었기 때문에 풍한방직 자체가 매각되지 않았다.
창업주 아들이 식품회사에
창업주 김영귀 아들 김정우가 경영을 맡으면서 1980년 식품사업에 뛰어들었다. 이것이 청보식품의 시작이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영라면이 있었고, 곱배기 라면, 진곱배기(오뚜기 진라면), 모모라면, 홈라면, 열라면, 쌀라면, 크로렐라면, 우짜짜, 스파게티, 청보육개장, 아줌마, 알짜배기, 4번타자, 청보 김치면(오뚜기 김치라면), 두레참, 5무5첨라면/5첨라면, 콩비지라면, 747 라면, 물텀벙(오뚜기 오동통면), 라면박사, 청보 비빔면 등이 있었다.
당시 마케팅도 공격적으로 했다. 농심그룹 계열 전속 광고모델이었던 이주일이 계약을 막 끝내자 영입을 하려고 했다. 이주일이 농심과의 의리로 처음에는 거절을 했지만 결국 광고 출연을 했고, 당대 최고 가수였던 김수철과 함께 광고를 찍었다.
이주일과 광고 계약을 맺었다는 것은 최근으로 치면 신생기업이 방송인 유재석과 광고계약을 맺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맛없는 라면이라는 인식이 소비자에게 강하게 박히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됐고, 결국 1987년 4월 폐업해야 했다.
청보식품 그 이후
청보식품의 라면 생산라인은 이후 오뚜기에게 넘어가면서 현재 오뚜기라면이 됐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열라면과 진 곱빼기 라면을 계승한 것이 진라면이다.
청보식품 라면의 이미지 때문에 오뚜기 라면도 한동한 상당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참깨라면이 뒷받침해줬고, 진라면이 계속 개선을 거치면서 오늘날에는 진라면이 농심 신라면을 앞지르기도 했다.
2020년 5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국내 봉지라면에 대한 소비자행태조사(MCR) 결과, 소비자들은 가장 자주 구매한 라면으로 진라면(26.4%)을 골랐다. 또한 향후 구매 의향 조사에서도 진라면(24%)이 농심 신라면(20%)을 앞질렀다.
이순자 연루설
청보식품이 전두환 정권 당시 워낙 갑자기 튀어 나온 식품회사이기 때문에 온갖 루머가 많았다.
풍한방직이 당시 유명무실한 회사였고, 부동산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연명하던 회사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군납업체로 선정돼 대량의 라면 납품권을 손에 쥐게 되면서 당시 영부인 이순자가 소유한 기업 아니냐는 이야기서부터 풍한방직 회장이 이순자와 친인척 관계라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아울러 여의도 순복음교회 혹은 통일교 소유라는 소문도 돌았다.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주식을 잠깐 보유한 적이 있어서 대우그룹 위장 계열사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그렇게 전두환 정권 당시 만들어진 식품회사이고, 전두환 정권이 물러나는 해에 도산한 회사이기 때문에 전두환 부인 이순자 회사가 아니냐는 풍문이 돌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