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코로나19 펜데믹이 시작되는 해였던 2020년 국내 증시는 급등하며 과열 양상을 보였다. 이듬해인 2021년 상반기까지도 유사한 형태를 보였다. 때문에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에게만 유리한 점이 많은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불리는 공매도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동학 개미’ 중심으로 공매도 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나왔으며, 이같은 현상은 현재까지도 진행형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으며 법무부는 윤 당선인의 생각에 부합하는 개편안을 내놓았다.

법무부, ‘무차입 공매도’ 처벌 강화할 것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는 지난 5일 법무부가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최지현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인수위에서 브리핑을 통해 “법무부가 시세 조종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에 준해 법률을 엄정히 적용하고, 검사 구형도 상향시킬 것이라는 내용의 계획을 보고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인수위는 검찰,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 간에 '불법 공매도 모니터링 시스템 및 수사협력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의 정식 직제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사실상 문재인 정부에서 해체됐던 검찰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을 부활시킨다는 의미다. 아울러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도 강화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 내 특별사법경찰관팀을 설치하고 금감원 특별사법경찰관 인력보강 등 증원을 통해 수사역량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법무부는 금융위·금감원 특별사법경찰관을 현재 16명에서 31명으로 늘리고, 장기적으로 100명 이상으로 증원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수위에 제안했다. 특별사법경찰관 직무 범위에는 자체 범죄인지 사건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자본시장 교란 사범에 대해 법률 적용을 엄격히 하고 구형 기준을 상향하며 범죄수익을 철저히 환수한다는 방침이다. 최 수석부대변인은 “서울남부지검에 '범죄수익 환수부'와 '범죄수익환수과'를 신설할 필요성도 업무보고에서 거론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법 공매도 처벌을 강화하고 증권 범죄 수사 처벌을 개편해 제재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사항”이라며 “수위는 법무부 업무보고를 토대로 공약 이행 방안을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매도가 뭐길래

공매도란 말 그대로 ‘없는 것을 판다’, 즉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주식을 매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매도는 크게 ‘무차입 공매도’와 ‘차입 공매도’로 구분된다. 주가하락을 예상해 빌린 주식을 파는 행위로서 투자자는 주식중개인을 통해 주권을 빌린 다음 매수자에게 인도해야 한다. 먼저 사서 나중에 파는 행위와 반대로, 먼저 팔고 나중에 다시 매입하는 것이다. 만약 더 낮은 가격에 되산다면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높은 가격에 주식을 되살 경우 손실을 보게 된다.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매도가 가능한 이유는 주식 매도 주문 시점과 실제 결제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윤 당선인이 처벌 강화를 약속한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하나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먼저 매도한 뒤 결제일 전에 주식을 빌리거나 되사서 반환하는 방식이다. 공매도 수량에 대한 제한이 없는 투기적 거래로 결제불이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공매도한 주식이 결제되지 않는 일이 발생하면서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80조(공매도의 제한) 1항에서 ‘증권시장의 안정성 및 공정한 가격형성을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르는 경우’ 공매도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불리나

그동안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에 대한 반발 심리가 깊었다. 이들은 심지어 공매도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유는 뭘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은 본래 축구에서 유래됐다. 스페인 프로축구리그에서 FC바르셀로나가 계속 이기게 되자 다른 축구팀들이 농담으로 “운동장이 기울여졌냐?”라고 말하면서 시작돼 다른 사회 분야에서도 점점 쓰이고 있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데 한쪽으로만 기울어졌다면 골대에 골을 넣기가 쉬울 수 밖에 없다. 즉, 애초부터 불리한 경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는 개인투자자보다 외국인 투자자 및 기관투자자가 이용하기 훨씬 쉽기 때문이다. 반대로 개인투자자가 공매도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매우 어렵다는 뜻도 된다. 때문에 공매도를 이용하는 비율이 외국인투자자, 기관투자자가 99%를 차지하고, 개인투자자는 1%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미국 등 선진국은 불법 공매도에 대해 징역 20년형, 벌금 50억원 등 강력한 처벌을 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비교하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불법 공매도의 중개인인 증권사는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에, 불법 공매도에 대한 책임을 묻도록 관련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