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뷰] 삼성SDI로 드러난 기술 유출의 민낯
[산업리뷰] 삼성SDI로 드러난 기술 유출의 민낯
  • 이석원 기자
  • 승인 2022.04.19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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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여간 핵심기술 유출 시도 100건 육박
중국으로 수급 사업자의 기술자료 유출한 삼성SDI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이석원 기자] 최근 산업기술 해외 유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우리 기업과 국가의 안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급업체로부터 전달받은 다른 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중국 내 협력업체로 유출한 삼성SDI가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 이하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와 함께 지난 2일 국정원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적발된 산업기술 해외 유출 사건은 99건으로, 최근 5년여간 100건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기술들이 해외로 넘어갔다면 손해액이 2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34건은 국가 안보와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했으며, 이 ‘국가 핵심기술’ 유출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 우려되는 상황이다. 기술 유출 주요 분야는 반도체, 전기·전자, 디스플레이, 자동차, 조선 등 한국의 주요 산업들로 나타났다. 분야별 적발 규모는 디스플레이 19건, 반도체 17건, 전기·전자 17건, 자동차 9건, 조선 8건, 정보통신 8건, 기계 8건 등 순으로 집계됐다. 기술 유출 방식으로는 전직 금지 약정을 회피하기 위해 협력, 기술 자문 명목으로 기술을 빼돌리는 등 각양각색 우회 수법이 활용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중심 각국 기술 획득 시도가 치열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 기관은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이차 전자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인 양극재 생산 업체 퇴직 연구원들이 아시아 및 유럽계 후발업체 이직을 목적으로 다수의 기술자료를 유출한 정황이 국정원에 적발된 바 있다. 또한 지난 2020년 한 대학 교수가 반도체 웨이퍼 제조 장비 연구에 참여해 얻은 성과물을 기술 자문 중이던 반도체 장비 업체에 무단 유출해 해당 자료가 중국 신생 업체까지 넘어간 사례도 있었다. 이 밖에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증착기 업체에서 설계도면을 빼돌려 이직하려 한 연구원들이 국정원에 적발된 일 등도 있었다.
사진=삼성SDI

◇ 삼성SDI, 기술자료 유용 등으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공정위는 전날 삼성SDI의 기술자료 유용행위, 기술자료 요구서면 사전 미교부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억7000만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 2018년 5월 국내 수급 사업자 A사가 보유하고 있던 다른 사업자 B사의 기술자료인 운송용 트레이 도면을 받아 중국 현지 협력업체에 제공했다. 또한 삼성SDI는 지난 2015년 8월 4일부터 2017년 2월 23일까지 8개 수급 사업자에게 이차전지 제조 등과 관련한 부품의 제조를 위탁하고 이를 납품받는 과정에서 해당 부품의 제작이나 운송(트레이)과 관련한 기술자료 16건을 요구하면서 사전에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 이번 심사 과정에서는 수급 사업자가 직접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업자를 통해 제공받아 보유하게 된 기술자료도 하도급법상 보호 대상이 되는지가 쟁점이 됐다. 삼성SDI는 A사가 작성해 소유한 기술자료를 취득한 경우에만 법 적용대상이 된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다른 사업자로부터 제공받아 보유한 기술자료 또한 하도급법 보호 대상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며 그러한 기술자료를 취득해 유용한 행위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또 공정위는 삼성SDI가 기술자료 16건을 요구한 행위에 대해서는 해당 기술자료를 통해 다른 부품 등과의 물리적·기능적 정합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 등 정당한 사유가 있으나, 법정 사항에 대해 사전 협의해 기재한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점에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하도급법의 목적, 법 문언상 의미, 다양한 거래 현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수급 사업자의 기술자료’란 수급 사업자가 작성(소유)한 기술자료에 한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수급 사업자가 보유(매매, 사용권 허여 계약, 사용 허락 등을 통해 보유)한 기술자료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또 “무엇보다도 원사업자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를 방지하고자 하는 하도급법 취지를 고려하면 수급 사업자가 소유한 기술자료로 좁게 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러한 행위가 중소업체들의 기술혁신 의지를 봉쇄함으로써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므로 수급 사업자가 보유한 기술자료까지 두텁게 보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기술자료 유용행위 개요도./사진=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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