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원하면
김정렬 당시 국방부 장관의 회고록에 따르면 26일 아침 김 장관은 강경하게 이승만 당시 대통령에게 하야를 진언했다고 한다. 부인 프란체스카도 귀에 대해 결심을 재촉했다. 그 전날에는 허정 외무부 장관도 하야를 권유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박찬일 비서관을 불러 성명서를 쓸 것을 지시했다. 초안에는 대통령 하야, 내각책임제, 직선제 등이 적혀있었지만 이승만 대통령은 새로 쓰게 했다. 송요찬 계엄사령관의 건의로 이기붕의 공직 사퇴 내용이 첨가됐다. 송요찬 계엄사령관이 시민대표 설송웅(설민석 아버지), 고려대 정치학과 유일나 등 학생대표 5명과 이승만 대통령의 면담을 주선했다. 유일나가 “각하께서 하야하시는 길만이 나라를 구하는 길입니다”라고 하자 이승만 대통령은 “뭘 하라고?”라면서 알아듣지 못하자 곽영주가 “step down”이라고 속삭였다. 이승만 대통령은 “날더러 저 하와이나 외국에 가서 살란 말인가?”라고 하자 유일나는 “국민이 원합니다”라고 밝혔다. 결국 이승만 대통령은 시민들의 요구에 굴복해서 사임할 것을 발표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국민이 원한다면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국민이 원한다면’이라는 표현이 논란이 일어나자 허정 수석국무위원은 “문구상 표현”이라고 해명해야 했다.하야 거부???
김정렬 국방장관의 훗날 회고록에 따르면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 성명을 발표하고도 거부했다고 한다. 4월 27일 이승만 대통령이 국회에 사임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막무가내로 거부했다고 한다. 비서들의 사임서 사인 요구를 이승만 대통령이 버텼다고 한다. 허정 수석국무위원과 김정렬 장관이 설득했지만 이승만 대통령은 “사임하면 온 국가가 혼란에 빠질 것이 확실하다”는 대답만 들어야 했다고 김 장관은 훗날 회고록에 적어놓았다. 허정 수석국문위원이 질서를 확고히 유지할 수 있다고 하자 그제야 사임서를 사인해 국회에 제출할 수 있었다.허정 과도내각 수립
사임서가 국회에 통과되면서 자유당 정권은 급속도로 무너졌다. 그리고 허정 수석국무위원 겸 외교부 장관이 권한대행이 되면서 허정 과도내각이 출범했다. 그리고 이승만 대통령은 하와이로 망명을 갔다. 망명을 가는 순간에는 허정 권한대행의 주도로 각료들 모르게 비밀리에 진행됐었는데 이승만 대통령은 떠나는 순간에서도 “하와이에서 잠시 쉬다 아이크(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가 오기 전에 곧 돌아오겠다”고 너스레를 부렸다고 한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