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준 칼럼] 삼성그룹의 도전과 위기(7) : 반도체 신화와 제2의 창업
[정인준 칼럼] 삼성그룹의 도전과 위기(7) : 반도체 신화와 제2의 창업
  • 정인준
  • 승인 2022.05.2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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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1992년 2월 임원진과 LA출장 시 베스트바이 매장 한 구속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삼성TV를 보고 충격을 받은 이건희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며 프랑크푸르트 ‘新경영 선언’(1993.6.7, 프랑크푸르트 켐펜스키 호텔)을 통해 ‘양적 성장’보다는 ‘質 경영’을 천명하였다. 이건희 회장은 “우리 민족성을 보면 뭐니 뭐니 해도 전자업종이 제일 잘 맞는 거야. 섬섬 옥수의 손재주와 섬세성에서 우리 민족을 따라올 나라는 없다”고 말하며 삼성전자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은 “비서실이 변하고, 계열사 사장과 임원, 과장급 이상 300명이 바뀌어야 그룹이 바뀐다며 앞으로 5년 간 개혁드라이브를 걸고 나가겠다.”고 말했으며, 1990년 대 재계에 부채주도 성장과 주먹구구식 기업 운영이 만연한 시기에 ‘新경영’과 ‘1등 정신’을 내세우며 혁신적 경영을 하였다. 1995년 3월 구미사업장에서 임직원 2천명이 참석한 ‘애니콜’ 화형식에서 ‘품질은 나의 인격이요 자존심’이라는 현수막을 걸고 불량 휴대전화와 팩시밀리 15만대를 불태우면서 삼성제품의 세계 1등을 추구한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은 ‘반도체 신화’라는 제2의 창업을 일궈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반도체, 스마트폰 이전에 글로벌 시장에 한국을 알린 것은 TV로, 삼성과 LG는 2000년 초반 세계 TV시장이 브라운관에서 평면TV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기회를 포착했다. 이때만 해도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TV 시장은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들이 주도했다. 두께가 획기적으로 얇고 화질이 선명한 LED(발광다이오드) TV가 글로벌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 시작했을 때, 삼성은 ‘TV를 가구처럼’ 이라는 콘셉트와 우아한 와인 잔 분위기를 반영해 디자인 한 LCD(액정표시 디스플레이) TV ‘보르도’ 출시로 2006년부터 소니를 제치고 세계 TV시장 1위에 올라선다.

반도체 공장 건설

호암 이병철 회장은 73세인 1983년 3월15일 삼성그룹의 반도체사업 진출을 선포 후 1983년 4월 기흥에 10만평 부지확보, 7월 부지조성, 9월에 삼성석유화학 성건평 소장을 기흥반도체 초대공장장으로 임명하여 영하 15도의 추위 속에서 24시간 반도체 공장 공사를 강행하였다. 연인원 26만명이 참여한 반도체 양산 기흥 1라인 공장건설은 착공 6개월만인 1984년 3월 말에 완공하였다.(미국, 일본의 반도체 공장 건설은 통상 18개월 소요) 1982년 2월 도시바가 ‘W 작전’을 발표, 대규모 투자로 1 Mega램 개발을 공표했으나, 당시 반도체 주력제품은 64K D램이었다. 삼성은 당시 일본 NEC, 산요와 손잡고 TV를 생산하고 있었으나, NEC가 반도체 기술이전을 거부함에 따라, 1983년 5월 64K D램 개발팀을 구성하고, 설계기술 이전에 합의한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6명의 연구원을 파견했으나, 핵심기술영역에 접근을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하였다.

64K D램 개발

다행히 삼성은 자금난에 시달리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125만$를 주고 64K D램 설계도와 마스크를 입수했고, 무려 309개에 달하는 공정기술 개발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제품 개발 6개월만인 1983년 11월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64K D램 개발 성공을 발표하였다.(일본은 기술개발 6년 만에 64K D램 개발) 삼성의 64K D램 개발은 미국과 일본이 20년 걸린 개발과정(4K, 16K, 32K)을 3단계 뛰어넘는 도약으로, 미·일과의 반도체 기술 격차가 10년에서 2-3년으로 좁혀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반도체 장비 발주와 함께 직원 170명을 장비 제조업체에 파견, 설비제작과정을 보고 온 직원들이 훌륭한 엔지니어가 되어 1983년 11월 VLSI(초고밀도직접회로) 64K D램 양산에 성공함으로써, 삼성의 반도체 신화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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