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준 칼럼] 삼성그룹의 도전과 위기(10) : 이건희 회장의 선견지명과 결단력
[정인준 칼럼] 삼성그룹의 도전과 위기(10) : 이건희 회장의 선견지명과 결단력
  • 정인준
  • 승인 2022.06.1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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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1988년 늦은 가을 미국 Samsung Semi-conductor Inc(SSI, 1985년 Tri-Star Semi-conductor에서 명칭 변경)의 구석진 방에서 진대제 박사(IBM근무)와 권오현 박사(스탠포드대)가 4M D 선행 개발을 시작했으며, 중요한 순간 과감한 판단을 내린 이건희 회장의 승부사 기질은 1989년 4M D램 개발 방식의 선택에서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미국 SSI에서는 ‘트랜치(Trench) 방식’(파 내려가는 형태)을, 기흥공장에서는 ‘스택 (Stack) 방식’(위로 쌓는 형태)을 연구 개발을 하면서 어느 것을 채택할지 고민할 때 IBM, TI, NEC, 히타치, 도시바 등 거의 대부분의 경쟁사들이 트랜치 방식을 택했지만, 이건희 회장은 백업 장치로 눈으로 확인이 가능한 ‘스택 방식’이 유리하다는 기술진의 의견을 과감히 수용, 삼성이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일본 NTT가 1987년 2월 16M D램 선행 개발에 나서고, 1989년 2월 NEC,미쓰비시가 16M D램 개발과 양산에 나서자 삼성도 1990년 4월 진대제, 권오현 박사 중심으로 64M D램 개발팀 구성, 1992년 8월 1억4,000만개 소자를 집적한 64M D램 완전 칩을 얻어 IBM에 최초로 제출하고, 1993년 5월부터 64M D 램을 출시하면서 삼성이 일본 반도체 기술을 실질적으로 추월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일본 노무라연구소도 “D램 생산에서 정상에선 한국의 반도체공업”으로 평가했다.
1992년 3월 황창규 박사 등 70여명이 256M D램 개발 팀 구성, 1994년 8월11일 첫 테스트 웨이퍼에서 256M D램의 2억6,700만개 셀이 모두 작동하면서 삼성은 1994년 8월 29일 256M D램 개발을 공식발표했다. 1994년 12월13일 삼성이 256M D램 칩을 HP의 로렌스부회장에게 샘플을 건냈으며, 일본 NEC가 1995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256 M D램을 개발해 반도체 기술에서 한일 역전이 일어났다. 일본 보다 6개월 앞서 256M D램을 개발의 주역인 황창규 前삼성전자 반도체총괄사장은 1994년 8월29일 이후 삼성은 반도체 기술 자립을 이룩했으며, “반도체 신화를 이어가기 위해 시스템 반도체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견지명과 결단력

1983년 강진구 당시 삼성반도체통신 사장은 6개월 만에 64K D램 생산, 조립 및 검사까지 모든 공정을 완전히 개발하고, 고비 때 마다 시장의 흐름을 내다 본 이건희 회장의 결정이 주효했다며, 대표적인 것으로 D램 생산 방식 중 트랜치 방식과 스택방식이 대립하고 있을 때 삼성은 스택방식을 택한 사례를 들었다. 트랜치 방식을 택한 도시바 등은 이후 경쟁력 약화로 밀려나게 된다. 1990년대 초 업계 최초로 200mm 웨이퍼 양산을 결정한 것도 효율적인 투자로 평가되는데, 선두 업체가 차세대 웨이퍼 투자를 주저하고 있을 때 삼성은 과감한 선행 투자를 진행했던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1992년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섰고, 지금 까지 1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 배경은 신기술이다. 2014년 삼성은 20나노 D램(64 K D램의 12만5천배 용량)을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는데, 20나노 D램은 새로운 장비 없이 더 이상 미세화가 불가능 하다는 통념을 깬 사례이다. 이건희 회장은 2000년이 되기 몇 년 전부터 “앞으로 1 기가 D램을 많이 사용하는 시점에는 무선통신 같은 새로운 Giga기술이 상용화될 것이다”고 말씀하신 것은 스마트 폰 등장과 4차 산업혁명 관련 변화를 예견한 것으로 평가된다(진대제 前정보통신부 장관). 또한 이건희 회장은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머뭇거릴 때 과감하게 투자해 기회를 선점해야 성장 기회가 오고, 국가경제에 보탬이 된다. 실패해도 되니 신기술 투자에 돈을 아끼지 말라”며 ‘기회선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는 낸드 플래시는 스마트폰, PC,빅 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 시대에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핵심은 낸드 플래시 원천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2020년 4/4분기 낸드 플래시 매출은 46억4,400만$로 세계 시장 점유율 32.9%이며, 15년 째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낸드 플래시 메모리 칩의 원조격인 16K EEEP는 삼성의 자체 양성 해외박사인 임형규 수석이 1984년 7월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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