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역사와 함께한 막걸리
막걸리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고려시대부터이지만 역사가들은 우리나라 역사와 함께 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막걸리라는 것이 결국 ‘막 거른 술’이라는 뜻이다. 증류식 소주가 고려말 때 원나라로부터 들어왔기 때문에 그 이전에는 술을 결국 막 걸러 마셨지 않았겠냐면서 막걸리가 주류를 이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상류층은 막걸리를 계속 걸러서 맑게 만든 청주를 마셨을 것이고 그 보다 조금 아래 계층 사람들은 막걸리를 가만히 놔두면 뿌연 부분은 아래로 가라앉고 조금 맑은 부분이 위로 뜨는데 그것을 걸러서 동동주로 마셨을 것으로 보인다. 즉, 막걸리를 가만히 놔두면 탁한 부분이 아래로 가라앉으면 그 윗부분만 떠서 마신 것이 동동주이다. 송나라 서긍의 ‘고려도경’에는 고려 서민들은 맛이 떨어지고 빛깔이 짙은 술을 마신다고 기록돼 있다. 탁주에 대한 기록이다.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는 젊을 때 백주(自酒)를 즐겨 마셨지만 벼슬길에 오르고 청주를 마시게 됐다고 기록했다. 막걸리를 백주 혹은 탁주 혹은 박주로 불렀다.조선시대, 금주령에도
조선시대는 그야말로 금주령의 나라라고 할 정도였다. 무슨 일만 발생하면 금주령을 내렸다. 흉년이 들어도 금주령을 내렸고, 풍년이 돼도 금주령을 내렸다. 왕이 사망해도 금주령이 떨어졌고, 왕비가 사망해도 금주령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종실록 등에 따르면 한양 시내에서 누룩을 파는 곳이 7~8군데이고, 누룩으로 빚어 거래되는 술의 양이 쌀 1천석에 달했다고 한다. 그만큼 막걸리에 대한 인기가 날로 높아졌다. 특히 조선 후반기 들어서면서 이앙법(모내기)으로 쌀의 생산량이 대폭 증가했고, 상공업이 발달하면서 막걸리 수요가 늘어났다. 영조 재위 기간 동안 거의 전체적으로 모두 금주령을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주막이 발달하기 시작했고, 주막에서는 막걸리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다만 주로 가정집에서 각자의 노하우대로 술을 빚어 마셨다. 그 이유는 금주령이 내려지면서 몰래 술을 마셔야 했기 때문에 각 가정집마다 각자의 노하우로 술을 빚어 몰래 마셨다. 그러다보니 누룩을 사용하는 방법이나 곡물을 사용하는 방법 그리고 물을 사용하는 방법 등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오늘날 ‘지역 막걸리’의 제조법으로 전해지기 시작했다.일제강점기 주세법 때문에
집집마다 막걸리 제조법이 달랐는데 1909년 주세법이 제정되고 공포됐다. 전통적으로 빚어온 술이 ‘밀주’로 사라지게 되면서 양조장이 탄생했다. 그동안 집집마다 술을 담궈 마셨지만 일제강점기 때는 술을 집에서 담궈 먹는 것이 금지되게 됐다. 더욱이 1930~40년대 일본이 중일전쟁과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면서 한반도에 있는 쌀을 수탈해 갔다. 그러다보니 서민들은 막걸리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완전히 사라졌다. 양조장 역시 제조를 중단하는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그나마 양조장을 중심으로 막걸리 제조법이 전수됐었는데 그것마저 끊어지게 될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해방 이후라고 달라지지 않아
해방이 된 후에도 역시 먹을 것이 부족하니 쌀로 술을 빚는 것을 제한하게 됐다. 특히 1965년 ‘양곡관리법’ 시행으로 쌀을 이용한 술 제조가 금지됐다. 이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쌀이 아닌 보리 혹은 옥수수 혹은 밀가루로 막걸리를 빚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옥수수 막걸리’ 혹은 ‘밀 막걸리’ 등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다만 쌀 막걸리에 비해 품질이 당시에는 상당히 떨어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외국에서는 위스키 등등이 들어왔고, 국내에서는 희석식 소주가 인기를 얻으면서 막걸리는 사양 산업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오면서 점차 경제 사정이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9년 이전까지 비살균 탁주의 공급구역이 시/군의 행정구역으로 제한했다. 즉, 주민들은 해당 지역 막걸리만 마실 수 있고, 다른 지역 막걸리를 마실 수 없었다. 그런데 1999년 주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통과되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곳이면 전국 어디든 비살균 탁주를 마실 수 있게 됐다. 현재 서울에서 각 8도 막걸리를 다 마실 수 있게 된 것도 이때문이다. 이러는 사이 소비자들은 ‘도수가 낮은 술’을 선호하게 됐고, 또한 막걸리가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가 있으면서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한편, 막걸리 병뚜겅은 녹색, 흰색, 검정색이 있다. 녹색 뚜껑은 ‘국내산 쌀’, 흰색 뚜껑은 ‘수입산 쌀’ 검정색 뚜껑은 ‘쌀은 국내산, 밀은 수입산’이라는 표시이다. 혹은 가끔 노란색 뚜껑도 있는데 이 역시 ‘쌀은 국내산, 밀은 수입산’이라는 표시다. *지나친 음주는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적당한 음주를 하기를 바랍니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