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부터 민둥산으로
한반도는 산지가 많아서 산림이 울창했고, 이로 인해 호랑이도 서식할 정도가 됐다. 하지만 17세기 인구가 늘어나고 온돌이 보급되면서 목재 수요가 증가했다. 이로 인해 산림이 고갈됐다. 조선 정부는 ‘금산(禁山)’을 정해 규제했고, 대규모 나무심기 행사를 가졌다. 하지만 수요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광복 이후에도 계속해서 녹화사업을 하려고 했지만 6.25 전쟁으로 인해 전국이 황폐화 됐다. 그리고 1공화국 당시 식목일을 지정했지만 가정용 연료의 목재 비중이 엄청났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다.석탄 보일러 도입과 녹화사업
그러던 것이 1960년대 석탄 보일러가 출현하고, 박정희 정권부터 녹화사업을 시작했다. 1970년대부터 1982년 전국토 녹화를 목표로 제1차 치산녹화 10개년계획을 수립했다. 그때부터 군관민 모두 합심해서 ‘미친 듯이’ 나무를 심었고, 산림은 점차 풍성하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녹화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석탄보일러의 출현과 함께 그야말로 미친 듯이 나무를 심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1980년대에는 유한킴벌리가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주도하면서 민간단체의 녹화사업이 활발해졌다. 1998년 생명의숲 국민운동, 1999년 평화의숲, 동북아산림포럼, 2000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 2003년 서울그린트러스트 같은 다양한 운동이 전개돼 오늘에 이르렀다.소나무 중심 사업
문제는 해당 녹화사업이 주로 소나무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소나무는 바위나 산 등에서 잘 자라는 나무이다. 산악지대가 많은 우리나라로서는 가장 적합한 나무이기도 하다. 게다가 사시사철 푸른다는 점에서 보기 좋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주로 소나무를 심었다. 충청도, 강원도와 경북 북부 지역에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왜냐하면 소나무는 화재에 약한 나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솔잎 등이나 송진 등이 마르게 되면 그것은 연료 즉 산불의 에너지 공급원이 된다. 따라서 한번 불이 붙게 되면 쉽게 진화가 되지 는 것이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침엽수 대신 활엽수를 심어야 하고, 3차 사업에는 활엽수림으로 전환하려고 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실행을 하지 못했다. 활엽수는 잎이 넓고 물을 머금기 때문에 쉽게 불이 붙지 않는다. 또한 불이 난다고 해도 잎이 넓기 때문에 바람을 탄다고 해도 멀리 날아가지 않는다. 반면 솔잎이나 송진은 가볍기 때문에 불에 탄다고 해도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기 때문에 대형산불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임도(林道) 만들지 못해
게다가 녹화사업 할 당시 산림의 경제성을 아예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심기’에만 열중했다. 그것은 임도 즉 숲길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불이 나면 대형산불로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숲길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불씨가 바람을 타고 이웃 숲으로 옮겨가는데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여유 공간인 임도가 있다면 이웃 숲으로 옮겨가는 것이 훨씬 적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에는 임도가 부족한 편이다. 우리나라 임도 밀도는 ha당 3.8m로 독일 46m, 오스트리아 45m, 일본 13m 등 임업 선진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임도가 부족하면서 한번 불이 나면 그것이 이웃 숲으로 쉽게 옮겨 붙게 된다. 또한 임도가 없다는 것은 산불을 끄기 위해 사람의 접근이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이 직접 진화에 나서야 하는데 우리나라 산은 사람의 접근을 쉽게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주로 ‘헬기’ 진화에 의존하고 사람은 주불을 제압하고 나면 잔불 정리 등에 투입되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헬기’는 야간에는 뜰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야간에 산불이 나면 수수방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임도가 있다면 야간에도 인력을 투입해서 산불을 진화할 수 있지만 임도가 턱없이 부족하면서 그로 인해 야간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밀양 산불의 경우 남성현 산림청장이 지난 1일 현장 브리핑에서 “이 지역에 산불이 난 지역에 임도가 없다. 그리고 산세가 험하다”면서 “그래서 진화 장비나 진화 인력을 투입하는 데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의 산림녹화 사업은 무조건적인 ‘나무 심기’보다는 임도 확충이나 활엽수 등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