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때부터 함께 한 건빵
건빵의 역사는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이집트 선원들은 ‘두라’(dhourra cake)라고 불렀다. 로마군은 ‘부켈룸’(buccellum), 리처드 1세 십자군의 ‘무슬린의 비스킷’(biscuit of muslin), 영국 해군의 ‘쉽 비스킷’(ship biscuit), 남북전쟁기 연방군 육군의 ‘하드택’(hardtack), 일본 제국 육군의 ‘칸판’(乾パン/kanpan), 러시아 해군의 ‘갈레타’(Галеты/Galeta), 하와이 주민의 ‘크래커’(cracker)로 불렀는데 모두 수분 없는 바짝 마른 구운 밀가루 빵이라는 뜻이다. 현대 건빵의 원형은 영국 해군의 ‘쉽 비스킷’에서 나왔는데 고대 로마에서 개발된 음식이었다. 긴 항해 동안 배에서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식량으로 개발하기 위해 건빵이 개발된 것이다. 핵심은 ‘미각의 즐거움’을 주지 않고 ‘생존’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대항해를 하기 위해서는 수개월 동안 배 안에서만 지내야 했다. 단백질 보충은 소금에 절인 고기나 살아있는 짐승을 배에 싣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됐지만 빵은 그러하지 못했다. 수분이 적은 빵이라고 해도 3개월도 되지 않아 곰팡이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배 안에서 빵을 굽는다면 화재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불가했다. 아울러 폭풍우 등 기상조건이 악조건일 때에도 빵의 안정적 공급이 필요했다. 이런 이유로 영국에서는 쉽 비스킷을 만들었다. 쉽 비스킷을 만들기 위해 우유, 베이킹소다, 설탕, 이스트 등 모든 것을 배제했다. 오로지 밀가루로만 반죽해서 구워서 바짝 건조를 시켰다. 워낙 딱딱하기 때문에 영국 해군 사이에서는 식사 중에 쉽 비스킷을 던지면 안된다는 것이 규율이 됐다. 그만큼 영국 해군 장병들은 건빵을 먹는 것이 고통스러웠다고 한다.일본 육군 비상식량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일본 근대기에 일본 육군은 영국 쉽 비스킷을 도입하면서 일본 육군에 맞는 ‘칸판’(乾パン/kanpan)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영국 쉽 비스킷 형태로 만들었지만 병사들의 불만이 쌓여가면서 결국 병사들의 기호에 맞춰 변화하기 시작했고, 별사탕도 들어가기 시작했다. 일본 제과점에서 일하고 있던 한국인 제빵사 이순택씨는 건빵 만드는 법을 배웠고, 해방 이후 민간인에게 판매를 하면서 인기를 얻게 되자 대한민국 국군에서도 공급돼서 건빵이 정착됐다. 한국전쟁 당시 이순택씨는 북한군에 붙잡히는 바람이 북한 조선인민군에서도 강제로 건빵을 공급하다가 대한민국 국군에 구출되면서 건빵을 국군에 납품하게 됐다. 이에 자연스럽게 우리 국군도 조선인민군도 모두 건빵을 갖게 됐다. 한국전쟁 당시 건빵이 장병들의 비상전투식량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사단별로 건빵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1952년 초부터는 서울에 건빵공장이 세워져서 한국군의 수요를 충당했다. 해태제과 역시 한국전쟁 당시 건빵을 납품하고, 전쟁 이후 각 제과점을 통해 판매하면서 성장해나갔다.영양간식으로
한국전쟁 이후에도 건빵은 사랑을 받아온 음식이었다. 먹을 것이 부족한 때에도 건빵을 통해 영양을 보충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점차 성장하면서 건빵은 군의 비상전투식량의 개념보다는 간식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보리건빵 등등 건빵의 다양화가 시도됐다. 아울러 건강식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건빵에 대한 매출도 상당히 높아졌다. 실제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는 지난해 가장 많이 판매된 제품 1위~10위를 발표했는데 그 중 2위가 ‘발표 보리건빵’이다. 연간 50만개 이상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건빵은 최근 들어 다이어트 음식으로 알려지면서 여성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