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때부터 있었던 괴담
선풍기 괴담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있어왔다. 1935년 10월 31일 동아일보에는 연재 소설 ‘밀림’이 실었는데 “자경어머니는 선풍기를 시려하는 까닭에 안방에는 선풍기가 없다. 누가 한말인지 선풍기를 틀어노코 자면 죽는다하는 말을 듣고부터는 밤이면 어느방에 선풍기가 돌고잇나하고 도라다니는 어수룩한 늙은이다”라고 돼있다. 당시 선풍기 괴담이 유행한 것은 신문물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사실 당시에는 선풍기 뿐만 아니라 다른 신문물에 대한 공포가 있었기 때문에 각종 괴담이 난무했다. 예컨대 사진기는 영혼을 빼앗아간다는 식의 괴담이다. 선풍기 괴담은 해방 이후에는 사라지는 듯 했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오면서 대유행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제1차~2차 오일쇼크와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1973년 아랍 산유국의 석유 무기화 정책과 1978년 이란 혁명 이후, 각각 두 차례에 걸친 석유 공급 부족 및 가격 폭등으로 세계 경제가 큰 혼란과 어려움을 겪은 사건이 오일쇼크였다. 이때 전기절약이 국가적인 과제가 됐다. 이때 만들어진 아파트들이 1층과 2층 사이에 엘리베이터를 만들고, 계단으로 자신의 집으로 이동하게 한 것도 전기절약을 위한 것이었다. 이때 선풍기를 사용하는 것은 사치였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민의 전기 사용을 줄이려고 하기 위해 선풍기 괴담을 퍼뜨렸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이때 만약 밤새도록 선풍기를 작동시켰다면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 틀어서 사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전기요금 때문에 어머니에게 맞아죽을 확률이 더 높다고 할 수 있었다.8090년대에는 왜
1980년대 오일쇼크가 해소되면서 선풍기 괴담이 사라지는 듯 했지만 1980년대부터 1990년대 들어서면서 갑자기 대유행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공중파 뉴스 때문이다. 이때 공중파 뉴스에서는 ‘전날 선풍기 틀어 놓고 자다가’라면서 변사체가 발견되면 ‘선풍기’ 때문에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변사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사인(病因)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으면 ‘선풍기’ 때문이라고 경찰이 발표했다. 오늘날에는 기술이 발달해서 사인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사인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으면서 일부 변사 사건의 원인을 선풍기로 돌렸다.우리나라 선풍기에만 있는...
선풍기에 타이머 기능은 우리나라에만 있다. 그것은 선풍기 괴담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선풍기 괴담이 없다.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를 틀어도 질식사할 이유는 없다. 밀폐된 공간이라고 해도 문틈 사이에서 산소가 계속 공급되기 때문이다. 또한 저체온증으로 사망한다는 속설도 속설에 불과하다. 선풍기는 바람을 인공적으로 만들어서 피부에 있는 수분을 증발시켜 기화열을 통해 피부 접촉면의 온도를 일시적으로 낮춰준다. 저체온증으로 사망하기 위해서는 피부가 아닌 몸속의 온도가 낮아져야 한다. 그러자면 체온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기온이 내려가야 한다. 이런 이유로 선풍기보다는 오히려 에어컨을 오랫동안 켜놓고 잘 경우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다만 선풍기를 오래 틀면 누전의 위험이 있고, 밀폐된 공간은 환기가 되지 않기 때문에 곰팡이나 먼지가 선풍기를 통해 폐로 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