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일조편법(一條鞭法) 그리고 임진왜란
[역사속 경제리뷰] 일조편법(一條鞭法) 그리고 임진왜란
  • 어기선 기자
  • 승인 2022.07.11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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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황제 만력제
명나라 황제 만력제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황제는 ‘만력제’이다. 만력제는 명나라 백성으로 치면 ‘암군’이었지만 조선천자라는 별명이 있다. 그것은 만력제가 유독 조선 사랑이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만력제가 단순히 ‘군대’만 파병을 한 것이 아니라 ‘쌀’과 ‘은’도 지원했고, 전후 복구를 위해 막대한 지원을 했다. 만력제가 이처럼 막대한 지원이 가능했던 것은 일조편법(一條鞭法) 때문이다. 만약 일조편법을 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도대체 만력제가 얼마나 지원했기에

사실 만력제는 중국 역사 상 가장 미스테리한 인물이다. 어릴 때는 상당히 똑똑하면서 좋은 황제가 될 것이라는 기질이 보였다. 그리고 장거정을 중용해서 개혁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장거정이 죽자 돌변해서 장거정을 부관참시하고, 큰 아들을 잡아다 혹독한 고문을 한 끝에 죽여버린다. 그리고 30년을 국정운영에서 손을 놓았다. 그런데 왜 그랬는지는 역사학자들도 모른다. 만력제 제위가 48년인데 48년 중 30년을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황제의 태업으로 인해 관리들이 황제 대신 결제를 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태업을 하던 만력제가 국정에 손을 댄 사건이 발생했으니 바로 임진왜란이다. 임진왜란을 단순히 명나라 황제의 권한으로 도와주는 정도가 아니라 의아스러울 정도로 최선을 다해 도와준다. 임진왜란 발발 소식을 들은 만력제는 3일 만에 원조와 파병을 결정한다. 이때 신하들은 반대를 했지만 그 반대를 무릅쓰고 파병과 원조를 한다. 그야말로 의아스러운 대목이다. 이에 설화에서는 삼국지의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 꿈이야기까지 거론될 정도로 설명이 안되는 그런 파병 결정이었다. 이에 만력제는 초반에 군사 5천과 조선왕인 선조에게 은화 2만냥을 하사한다. 그리고 조선 백성들이 굶고 있다는 소식에 명나라 최대 곡창 중 하나인 산둥성의 쌀 백만석을 구입해서 원조하는데 은화 100만냥이 소비됐다. 당시는 조선 쌀 수확량의 1/10 정도 해당되는 양이다. 정유재란이 일어나자 20만명의 대군을 조선에 파병하고, 그 비용인 돈 은화 500만냥을 마련해줬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거치면서 폐허가 된 조선의 전후 복구를 위해 황실 돈 은화 200만냥을 조선에 지원한다. 이처럼 만력제가 조선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할 수가 없다. 다만 임진왜란 때 막대한 지원으로 인해 명나라 재정이 휘청거렸다고 할 정도이고, 청나라의 발호를 막아낼 재정이 부족해졌다는 평가다.

임진왜란 막대한 지원이 가능했던 이유

이처럼 만력제가 임진왜란 당시 막대한 지원을 했던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만력제가 초기에 등용했던 장거정의 일조편법 때문이다. 만력제 9년(1581) 만력제는 스승 장거정의 주도 아래 토지측량 및 일조편법을 전국적으로 실시한다. 일조편법은 15세기 강남 지역에서 실시한 조세 제도인데 이것을 전국단위로 만든 것이다. 일조편법은 토지 면적을 측정해 토지의 질과 양에 따라 평균 세액을 결정해 부과했다. 토지조사를 새롭게 시행해서 세금을 현실에 맞게 부과한 것이다. 또한 기존 여러 세금의 항목을 하나로 통일시켰다. 이름도 ‘일조’편법이라고 부른 것도 이 때문이다. 토지세와 인두세 두 개로만 고정시킨 것이다. 세 번째로는 세금의 은납화이다. 기존에는 토지세를 살이나 현물로 납부했는데 은으로 납부를 하게 한 것이다. 황실 창고에 은이 넘쳐났고, 조선에 은을 많이 보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장거정은 일조편법을 바탕으로 몰래 경작하는 대량의 땅을 적발하고, 과세대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은으로 납세를 하게 한 것이다. 이런 개혁으로 인해 명나라 재정은 크게 호전되면서 국고에서는 10년치 식량과 은화 4백만냥을 축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조편법이 결국 명나라를 멸망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있다. 일조편법은 그야말로 ‘인두세’이다. 즉, 사람의 머리숫자만큼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도망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그에 따라 이웃에 부과되는 세금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은을 구해서 납부해야 하는데 농민들로서는 은 납부가 쉽지 않았다. 그러면서 호적에 점차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났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군역을 지는 사람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국방력 약화를 의미한다. 여진족은 점차 발달해서 청나라로 전환되는데 명나라는 그에 맞설 군대가 축소되면서 결국 멸망의 길로 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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