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스테인리스 밥그릇
[역사속 경제리뷰] 스테인리스 밥그릇
  • 어기선 기자
  • 승인 2022.07.14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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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파이낸셜리뷰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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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스테인리스 밥그릇은 오늘날 식당에서 가장 흔한 밥그릇 중 하나이다. 해당 밥그릇을 놓고도 논란이 많이 있다. 소식을 하는 사람들은 해당 밥그릇에 담긴 밥을 다 못 먹는 경우도 있지만 과식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해당 밥그릇이 양이 많이 작다는 것을 느끼면서 공깃밥을 추가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밥그릇은 옛날에는 엄청나게 컸다. 머슴밥이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양의 밥그릇을 자랑했다.
구한말 밥그릇 크기가 오늘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하지만 고구려 시대에 비하면 상당히 많이 축소된 밥그릇이다.
구한말 밥그릇 크기가 오늘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하지만 고구려 시대에 비하면 상당히 많이 축소된 밥그릇이다.

선교사들이 놀랐던 것 중 하나가 밥그릇 크기

조선전기 훈구파 대표주자인 이극돈은 풍년이면 음식을 아끼지 않고 중국사람들이 먹을 3끼 분량을 하루만에 먹어치웠다고 기록했다. 임진왜란 때 기록된 쇄미록에는 성인 남자는 7홉을 한끼로 먹었다고 기록했다. 대략 1.2리터이다. 이는 오늘날 밥그릇 양의 7배 정도 된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군과 왜군이 농성전에 들어갔는데 왜군의 식량 사정을 간파한 조선군은 농성전을 하면 며칠 못가서 왜군이 기아에 허덕이다가 항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왜군은 생각보다 지구전을 오래 버텼다. 이에 해당 성을 점거해서 왜군들의 밥그릇을 봤는데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워낙 밥그릇이 작아서이다. 이에 조선군들은 저 밥그릇 양을 먹고 어떻게 버텼냐고 의아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나마 조선시대는 고구려 시대보다 식사량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사사벨라 버드 비숍이 구한말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여러가지 기록을 남겼다. 그중 하나가 바로 식사량이었다. 조선 사람들은 한 사람이 앉아서 3~4인분을 먹어치우고, 3~4명이 앉으면 참외나 복숭아가 20~25개 사라지는 것은 다반사라는 기록을 남겼다.

해방 이후 밥그릇 변화가

밥그릇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1940년 용량 약 650ml, 1950년대 630ml, 1960년대 550ml, 1980년대 400ml, 1990년대 360ml, 2000년대 290ml, 2015년 200ml 정도로 점차 크기가 작아졌다고 한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일제강점기까지만 해도 1인 1밥상이었다. 개다리소반 등을 통해 따로 식사를 했다. 원래 우리나라 식문화는 1인 1밥상이었다. 하지만 6.25 전쟁이 터지면서 개다리소반을 들고 피난을 갈 수 없게 되면서 가족들이 함께 모여서 하나의 음식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하는 그런 식문화가 정착이 됐다. 6.25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먹고 살기 힘들면서 1인 1밥상을 차리는 것이 쉽지 않게 됐다. 아울러 여성들도 생활전선에 뛰어들면서 더 이상 1인 1밥상을 차리는 것이 힘들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가족들이 함께 먹는 문화가 정착됐다.
사진=파이낸셜리뷰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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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 밥그릇 출현

문제는 국민들이 먹을 쌀이 턱없이 부족하면서 1956년 이승만 정부 때 농림부, 재무부, 내무부가 합의해서 절미운동 즉 쌀 절약운동을 전개했다. 이것이 박정희 시대로 접어들면서 '혼분식 장려운동'으로 결합했다. 절미운동과 혼분식 운동까지 했지만 쌀 소비량은 크게 줄어들지 않으면서 박정희 정권은 밥그릇을 주목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1973년 서울시가 서울 시내 음식점을 대상으로 지름 11.5cm, 높이 7.5cm의 밥그릇을 사용하도록 권장했다. '강제성 없는' 캠페인이기 때문에 음식점들은 따르지 않았다. 그러자 1974년 박정희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밥그릇을 전면 금지하고 무조건 스테인리스 밥그릇만 사용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1976년 서울시 전체 음식점이 지름 10.5cm, 높이 6cm 스테인리스 밥그릇만 사용하도록 의무 규정을 만들었다. 해당 기준을 1회 어기면 1개월 영업정지, 2회 위반이면 허가 취소였으니 식당들은 저마다 스테인리스 밥그릇을 도입해야 했다. 이것이 1981년부터 전국단위로 적용되면서 음식점에서는 스테인리스 밥그릇이 표준규격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제는 강제 규정이 아니지만

2012년 지름 9.5cm, 높이 5.5cm의 더 작은 밥그릇이 대부분 음식점에 보급이 됐다. 하지만 이때는 음식점이 오히려 반겼다. 그 이유는 탄수화물이 비만의 주범이라면서 다이어트 열풍이 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밥 식사량을 줄이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존 스테인리스 밥그릇으로는 밥을 남기는 사례가 발생했는데 밥그릇 크기가 작아지면서 그런 현상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음식점으로서는 환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이유는 가볍고 튼튼하면서 관리가 쉽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국 표준 규격이기 때문에 밥 식사량을 갖고 시비가 붙는 경우가 없다. 이와 더불어 온장고가 보급되면서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 밥을 푸지 않고 미리 퍼뒀다가 온장고에서 꺼내기만 하면 되니 음식점들로서는 스테인리스 밥그릇이 구세주나 다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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