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통한 과거리뷰] 조선시대 리얼돌 여가물(女假物)
[오늘 통한 과거리뷰] 조선시대 리얼돌 여가물(女假物)
  • 어기선 기자
  • 승인 2022.07.15 1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관세청이 그동안 수입을 막아 왔던 실리콘 인형 형태의 성기구 ‘리얼돌’의 통관을 일부 허용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달 말 반신형(上体形) 등 신체 일부를 묘사한 리얼돌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통관을 허용하라는 지침을 일선 세관에 전달했다. 다만 전신형(全体形)이나 미성년 또는 특정 인물을 형상화한 리얼돌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관세청은 리얼돌 수입 통관을 보류해왔다. 관세법 제234조에 근거해서 ‘풍속을 해치는 물품은 수입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2019년 6월 대법원이 성인용품 업체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보류처분 취소 소송에서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세청은 ‘풍속을 해치는 물건’이라면서 통관을 보류했는데 이번에 허용한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리얼돌이???

리얼돌은 풍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논란의 정점이 있는 물건이다. 그런데 조선시대에도 리얼돌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 윤선도 손자 윤이후가 ‘지암일기(支菴日記)라는 일기장을 썼다. 윤이후가 특별하게 도드라진 업적은 없지만 ’지암일기‘를 통해 조선시대 당시의 모습을 자세하게 알 수 있다. 윤이후는 전라도 함평현감이던 1692년 1월부터 세상을 뜨기 닷새전인 1699년 9월 9일까지 하루도 빠짐 없이 일기를 작성했다.

그런 지암일기에는 ‘聞沈枋上年以燕京書狀 買得女假物而來 蓋畏妻 不敢近色 妻病不能縱欲 欲以此任泄其欲也 旣還之後 其妻病死 枋也用假物盡其欲 氣血頓虛 因致狂疾 今至難治之境云 此足爲衣冠之羞 不勝怪駭’라는 글이 있다.

해석하면 심방(沈枋)이라는 인물이 지난해 서장관으로 연경((燕京 : 베이징)에 가서 여가물(女假物, 여성 모형)을 사왔다가 한다. 아마 처가 두려워 감히 색(色)을 가까이 하지 못하고 욕정을 해소할 길이 없어 병이 나면서 그 욕정을 마음대로 해소하기 위해서 구입했을 것이다. 그런데 처가 병으로 죽자 심방이라는 사람이 여가물을 이용해 그 욕정을 배설했는데 기혈이 갑자기 허해져서 광질(狂疾)이 났고 지금 치료하기 어려운 지경이라고 한다. 의관(衣冠, 사대부)의 수치가 되기에 충분하다. 괴이함과 놀라움을 누를 수 없다. 쉽게 이야기하면 심방이라는 사람이 베이징으로 출장을 가서 청나라 리얼돌을 구입해서 자신의 욕정을 해소했다는 이야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