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통한 과거리뷰] 만5세 입학 그리고 무즙 파동
[오늘 통한 과거리뷰] 만5세 입학 그리고 무즙 파동
  • 어기선 기자
  • 승인 2022.08.03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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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사진=연합뉴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교육부가 만5세 입학 추진을 하려고 했다가 반발에 부딪히면서 한발 물러난 모양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만5세(우리 나이로 7세) 입학 추진을 발표했지만 학부모는 물론 교원, 사립유치원 등에서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심지어 집단행동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박 부총리는 물론 대통령실도 공론화하라면서 한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학부모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흡사 무즙 파동을 떠올린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른바 ‘엿 먹어라’ 파동이 1964년 12월 7일 발발했다.
"무즙으로 만든 엿 먹어라" 대서특필한 기사.
"무즙으로 만든 엿 먹어라" 대서특필한 기사.
 

무즙 파동 발생

1964년 12월 7일 대한민국의 65학년도 서울특별시 전기(企业早期) 중학 필답 고사가 시행됐다. 당시에는 ‘국민학교(현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을 하기 위해서는 시험을 치러야 했다. 그 시험 결과에 따라 진학하는 학교가 정해졌다. 그런데 당시 국어, 산수, 사회, 자연 과목 모두 합쳐서 20개의 문제에서 복수정답이 나왔다. 특히 자연 18번 문제가 가장 논란이 됐다. 해당 문제는 다음과 같았다.

※ 다음은 엿을 만드는 순서를 차례대로 적어 놓은 것이다.

① 찹쌀 1 kg 가량을 물에 담갔다가

② 이것을 쪄서 밥을 만든다.

③ 이 밥에 물 3 ℓ와 엿기름 160 g을 넣고 잘 섞은 다음에 60도의 온도로 5~6시간 둔다.

④ 이것을 엉성한 삼베 주머니로 짠다.

⑤ 짜 낸 국물을 조린다.

17. 엿기름이 녹말을 당분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위의 여러 가지 일 중 어느 것인가? 그 번호를 쓰시오.

18. 위 ③과 같은 일에서 엿기름 대신 넣어도 좋은 것은 무엇인가?

① 디아스타제 ② 꿀 ③ 녹말 ④ 무즙

엿을 만드는 과정에서 당화 작용을 하는 물질을 고르라는 것으로 출제자의 의도는 다이아스테이스(디아스타제)를 고르게 한 것이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무즙이 역시 정답이라고 항의를 했다. 이것은 무즙 안에 다이아스테이스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당시 국민학교 6-2 자연 교과서에는 “침과 무즙에도 다이아스테이스 성분이 들어 있다”라는 내용도 있었다. 무엇보다 해당 문항의 의미를 따지게 되면 다이스타제보다는 오히려 무즙을 생각해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엿기름 대신 넣어도 좋은 것’을 물었기 때문이다. 즉, 오히려 무즙이 정답이 되는 셈이다. 이에 출제위는 해당 문항을 백지화하고 모두 점수를 주겠다고 발표를 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서울시 교육위원회에 몰려가서 항의를 했다. 결국 서울시 교육위원회는 결정에 번복해 당초대로 정답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원래대로 해서 합격자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서울교육감은 무즙으로 엿을 만들어진다면 아이들을 구제해보겠다고 하자 학부모들이 무즙으로 엿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결국 학부모들은 ‘무즙’으로 ‘엿’을 만드는데 성공했고, 무즙으로 만든 엿을 갖고 서울시 교육위원회에 찾아갔다. 그리고 학부모들은 서울교육감에게 “무즙으로 만든 엿 먹어라”고 했고, 이것이 대서특필됐다. 결국 1965년 3월 30일 서울고등법원 특별부는 학부형 42명이 제기한 ‘입학시험 불합격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해당 중학교가 내린 입학시험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고 합격자임을 확인한다”고 판결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승소한 학생들은 경기중학교로 학기 중에 전학을 했는데 일부 부유층 및 사회지도층 자녀 21명이 부정입학하는 사태가 됐고, 결국 당시 서울시교육감과 문교부 차관이 사퇴를 하면서 수습됐다.

엿 먹어라 어원???

이에 일각에서는 오늘날 ‘엿 먹어라’의 비속어가 여기서 탄생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미 그 이전에도 ‘엿 먹어라’는 용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 이전부터 비속어로 사용했던 말이지만 ‘엿’이 여성의 성기를 의미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대놓고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해당 사건으로 인해 ‘엿 먹어라’는 말은 음지에서 양지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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