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에 의해 날아간 부산 향토 기업들
부산은 전통적으로 신발산업이 상당히 발달했다. 또한 목재산업이 상당히 발달했다. 바로 동명그룹과 국제그룹이 있었다. 동명그룹은 한때 삼성을 제치고 국내 대기업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부를 쌓았다. 국제그룹 역시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었다. 하지만 신군부 집권 1호로 해체된 기업이 바로 동명그룹이었고, 전두환 정권이 들어선 이후 국제그룹이 해체됐다. 부산을 대표했던 두 그룹이 해체됐다는 것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적으로 두 그룹이 해체되면서 부산을 기반으로 한 대기업의 성장이 이뤄지기 힘든 구조가 됐다. 사실 부산은 세계 최대 신발 생산기지로 유명했다. 부산진구 당감동 소재 화승은 1970~80년대 나이키 운동화 OEM 생산기업체였고, 산하 브랜드로도 월드컵/프로월드컵, 르까프를 두었을 만큼 부산을 대표하는 신발 제조사였다. 국제그룹은 ‘스펙스/프로스펙스’를, 대양고무는 슈퍼카미트, 태화고무는 ‘까발로’, 삼화고무는 ‘타이거’ 등 전세계 신발을 부산이 생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동남아 노동력의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신발공장은 점차 퇴화하기에 이르렀다.그밖에 기업들도 점차 부산을 떠나
부산은 신발공장 이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태동한 곳이기도 하다. 예컨대 섬유산업으로 유명한 태광산업 역시 부산 향토 기업이었다. 하지만 현재 서울로 본사를 이전했다. 페인트산업에서 유명한 조광페인트만 부산에 남아있을 뿐이고 삼화페인트, 노루페인트, 제비표 페인트 등은 모두 부산에서 창업했지만 다른 지역으로 옮겨갔다. 넥센타이어는 부산에서 태동했지만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 상태다. 하지만 부산에는 큰 먹거리가 하나 남아있었다. 그것은 부산항이다. 세계 3위 물동량을 자랑했던 부산항은 현재 세계 10위권 안에서 계속 왔다갔다 하고 있지만 여전히 강력한 물동량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부산과 창원이 연결되면서 그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상당히 높다.외곽도시의 소비 도시로
부산은 2차 제조업이 몰락하면서 3차 산업을 키워나갔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했다. 인근의 울산이나 창원 등은 중공업이나 조선업 등으로 도시가 점차 성장했지만 부산은 도시가 성장할 수 있는 중공업을 키우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부산은 어느 순간부터 울산이나 창원 등의 외곽도시의 소비를 담당하는 도시로 전락했다. 부산의 3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서울, 대전에 이어 3위를 기록하지만 주로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관광업 등이다. 이는 울산, 창원, 김해, 거제, 양산 등이 소비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으면서 이들 주민들이 부산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도시도 이제는 점차 소비 인프라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들 도시의 주민들이 굳이 부산으로 놀러가지 않아도 소비를 즐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부산은 국내 최대 관광도시이지만 관광업으로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부산시장과 부산 출신 정치인들이 부산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이를 위해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쪽으로 산업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센텀시티는 부산에서 첨단산업이 발달한 곳인데 IT 및 영화 관련 기업이 집적해 있다. 또한 동삼혁신지구, 문현금융단지, 센텀시티 등 혁신도시 사업, 북항재개발 사업,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사상 스마트시티 등의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혁신도시 시즌2’ 사업에 맞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서울에 있는 금융 관련 공공기관 9곳을 이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핵심은 제조업의 유치가 없다면 특히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중에 향토 기업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부산의 경제는 다시 부상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