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보드란
길보드란 1990년대까지 우리나라에 존재했던 길거리 문화 중 하나로 ‘길’과 ‘빌보드’를 합친 것이다. 카세트테이프와 LP가 주였던 90년대 시대에 음악을 불법으로 복제해서 카세트 테이프로 길거리 리어카에서 싸게 팔았던 것을 말한다. 앨범을 통째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주로 여러 가수들의 최신 히크곡을 카세트 테이프 1개에 담아 파는 것이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 당시 정품 앨범이 카세트 5000원 내외, CD 15,000원 안팎이었다는 점에서 길거리 리어카에서 판매하는 불법 제품은 단 1천원이었다. 이런 이유로 학생들이 주로 많이 사갔다. 이런 리어카에서 판매하는 음악 중 가장 많이 판매되는 음악에 순위를 매긴 것이 바로 길보드이다. 가수들 중에서도 앨범을 발매했지만 판매가 지지부진했다가 길보드에서 역주행을 하면서 매출이 급상승한 경우도 있었다.임창정 이미 나에게로
가수 겸 배우 임창정이 2020년 10월 23일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가장 고마운 노래로 ‘이미 나에게로’를 꼽았다. 임창정은 “1집을 내고 댄스 가수로 데뷔했는데 망했다. 실의에 빠져서 소주 한잔 마시고 나오는데 길거리에서 내가 밀지도 않은 발라드 ‘이미 나에게로’가 나왔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 노래로 섭외가 들어와서 기적처럼 다시 앨범을 낼 수 있었다. 길보드 차트로 역주행에 성공했다”면서 길보드 차트의 위력을 증언했다. 가수 김종환은 2019년 2월 27일 TV CHOSUN ‘인생다큐-마이웨이’에서 1집 앨범으로 데뷔했지만 회사의 부도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고, 2집 ‘존재의 이유’를 발매한 후 길보드에서 반응을 보였고, 드라마 ‘첫사랑’ OST로 사용되면서 국민 애창곡으로 거듭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수 김현정은 2022년 5월 26일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에서 한 청취자가 “99년도에 강남에서 재수할 때 '길보드'에서 많이 들었다. '그녀와의 이별'이 원조 역주행 곡”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너무 감사했다”고 답을 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길거리에 캐롤이 울려퍼지면서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기도 했다.디지털이 들어서면서
길보드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디지털 시대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법 음반을 없애려는 음악 관계자들의 노력도 있었다. 현재는 길보드는 사라졌지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무명가수들이 인기가요를 묶어서 논스톱으로 부른 노래들이 판매되고 있다. 이른바 고속도로 메들리로 불리고 있다. 현재 고속도로 메들리가 길보드의 문화를 이어받고 있다. 다만 이들 제작은 저작권을 내고 부른 노래들이라는 점이 과거 길보드의 불법 음악과는 상황이 다르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