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할매 귀신이란
홍콩할매 귀신 괴담이란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홍콩으로 가던 할머니가 비행기 사고를 당해 죽기 직전 데리고 가던 고양이와 융합해서 귀신이 됐고, 우리나라로 돌아와 하굣길 초등학생들을 납치해서 살해한다는 내용이다. 물론 대한항공 비행기가 홍콩으로 가다 추락한 사고 자체가 없었다. 따라서 괴담은 괴담일 뿐이다. 하지만 당시 괴담이 퍼지면서 초등학생들이 공포에 떨자 MBC 뉴스데스크에서 사회상으로 언론 보도가 될 정도가 됐다. 그만큼 당시 심각한 수준의 괴담이었다.왜 하필 홍콩할매???
홍콩은 우리나라와 밀접한 도시였다. 1945년 광복을 맞이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물자를 홍콩을 통해서 들어오고, 나가고 했다. 광복 이후 삼성물산이 엄청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홍콩을 통해 무역업을 했기 때문이다. 태평양 전쟁이 끝난 직후 동아시아에서 일본은 두 차례 원자폭탄 등을 맞으면서 폐허가 됐다.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었고 6.25 전쟁으로 또 다시 폐허가 돼야 했다. 하지만 홍콩은 영국 자치령으로 동아시아에서 엄청난 발전을 했다. 게다가 중국은 공산당이 장악을 하면서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바뀌었다. 이에 장개석이 이끄는 국민당은 대만으로 넘어가야 했기 때문에 대만도 경제성장을 이뤄내야 하는 초기였다. 중국이 탄생하면서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수교를 단절하면서 결국 홍콩에 상당히 기댈 수밖에 없었다. 동아시아에서 홍콩만큼 당시 경제성장을 이룬 지역이 없기 때문에 홍콩은 동경의 대상이 됐고, 그 동경의 대상은 1988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까지 이어졌다. 1950년대 젊은 시절을 보냈던 부모들은 해외여행 자유화로 인해 해외여행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과거 젊은 시절 동경의 대상이었던 홍콩으로 가는 것을 가장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왜 하필 대한항공???
그런데 왜 하필 대한항공이었는지에 대해서는 1980년대 대한항공은 세 차례 항공기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1983년엔 사할린 근해 상공에서 소련 전투기에 피격됐고, 1987년에는 북한 공작원 김현희의 테러에 의해 공중에서 폭파됐다. 또한 1989년에는 리비아에서 추락한 사고로 인해 탑승객 72명이 사망했다. 이는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되는 사건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대한항공이 각인될 수밖에 없었다.왜 하필 초등학생?
홍콩할매가 왜 하필 초등학생을 납치해서 살해했느냐는 시대 상황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3저 호황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기업들은 더욱 성장해야 했고, 그러다보니 일자리는 늘어나게 됐다. 문제는 구직난보다 구인난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는 점이다. 이에 기업과 정부는 결국 여성의 사회 진출에 대해 점차 허용하기 시작하면서 맞벌이 부부가 늘어났다. 당시 이전까지만 해도 남편이 돈을 벌어오면 아내는 집안일을 하는 방식이었지만 1980년대 이후 맞벌이 부부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당시 집에 혼자 남는 아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납치·유괴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실제로 1980년 이윤상군 납치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는 CCTV 등이 많이 설치돼 있고, 초등학생이라고 해도 하교를 하면 곧바로 학원 등으로 가기 때문에 납치·유괴가 쉽지 않지만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초등학생들이 하교를 하게 되면 갈 곳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주로 놀이터 등에서 놀게 되면서 범행 대상이 됐다. 이런 이유로 할머니가 짐을 들어달라고 해서 초등학생이 짐을 들어주면 승합차에 태워 납치하는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에 당시 모르는 할머니가 말을 걸어도 절대 따라가지 말라는 부모의 당부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자녀들의 귀가를 일찍 시키기 위해 괴담을 지어냈다는 이야기도 있다. 왜냐하면 홍콩할매 귀신 괴담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괴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당 괴담이 나왔던 시기는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조직폭력배, 마약사범, 인신매매범 등을 소탕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홍콩할매 귀신 괴담은 이런 시대상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만들어진 괴담이라고 할 수 있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