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리뷰] 8월 25일 일장기 말소사건
[역사속 오늘리뷰] 8월 25일 일장기 말소사건
  • 어기선 기자
  • 승인 2022.08.25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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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1936년 8월 25일 베를린 올림픽 당시 마라톤 경기에서 우승했던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수의 가슴에 붙어 있는 일장기를 동아일보에서 지워버린 사건이 발생한 날이다. 당시 조선총독부가 언론 탄압을 했고, 해당 사건 기자들은 항일 민족 정신을 고취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독립유공자로 임명 및 추서됐다.

올림픽의 꽃 마라톤 우승

1936년 나치당이 집권한 독일은 베를린 올림픽을 열었다. 독일 우월주의를 표방했던 히틀러와 나치당은 다른 경기는 몰라도 마라톤에서만큼 독일선수가 우승을 하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하지만 손기정 선수가 동료 선수인 남승룡 선수와 함께 참가했고, 손 선수는 올림픽 신기록을 달성하면서 1위를 차지했고, 남 선수는 3위를 차지하면서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시상대에서는 한국이름인 손기정, 남승룡이라는 이름 대신 일본이름으로 호명됐고, 국기도 태극기가 아닌 일장기가 게양됐으며 국가도 애국가가 아닌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연주됐다. 당시 일제강점기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손 선수와 남 선수 모두 슬픔으로 숙연해한 분위기였다. 남 선수는 훗날 손 선수가 1위를 한 것에 대해 부러워했는데 그것은 금메달을 따서가 아니라 가슴에 있는 일장기를 월계수 묘목으로 가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 소식은 국내에서 신문을 통해 빠르게 보도됐다. 8월 13일자 조선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손 선수의 가슴에 있던 일장기 부분을 덧칠해서 보도했다. 즉, 가슴에 있는 일장기가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동아일보가 8월 25일자 신문에서 다시 한 번 일장기를 지우고 보도했다. 그러자 조선총독부는 동아일보 관계자 10여명을 체포했다. 체포된 사람은 동아일보 사장인 송진우, 동아일보 체육부 기자인 이길용, 사회부장이면서 주필인 현진건, 사진부장 신낙균, 백운선, 서영호를 비롯해 이길용 기자의 지시에 따라 일장기 사진의 빨간 부분을 하얀색으로 덧칠해서 지웠던 사진부 화가 이상범 등이었다. 당시 조선총독부는 법률로 다스리기 위해 처벌조항을 찾아봤지만 처벌조항이 없어서 형사처벌은 받지 않았지만 모진 고문을 당했다. 그리고 조선총독부는 송진우를 사장에서 끌어내리고 나머지 사람들도 언론 활동을 하지 못하게 했으며, 동아일보를 8월 29일자로 무기한 정간 시켰고, 자매지인 신동아 역시 폐간했다.

조선중앙일보 vs 동아일보

당시 조선중앙일보는 여운형이 운영했다. 그러다보니 좌파 계열 사람들은 보수언론인 동아일보의 일장기 말소사건이 아닌 조선중앙일보의 일장기 말소사건이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면서 일장기 말소사건의 원조 논란도 불거졌다. 하지만 8월 13일이라는 같은 날 일장기 말소사건이 발생했고, 8월 25일 조선총독부가 동아일보만 콕 집어 탄압을 했다는 점에서 동아일보의 일장기 말소사건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당시 해직된 언론인들은 해방이 된 이후 동아일보가 원하는 사람들은 복직을 시켜줬다. 그리고 일제강점기에 항거했던 그 언론정신은 이승만·박정희 정권 등에서도 이어지면서 비판적인 논조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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