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칼럼] 우울과 불안, 그리고 극복
[김정훈 칼럼] 우울과 불안, 그리고 극복
  • 김정훈
  • 승인 2022.10.05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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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점점 선선해지고 있는 초가을 날씨를 느끼며 오늘은 최근에 있었던 지인들과의 모임 얘기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모임의 진행은 술잔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소소한 일상의 삶 얘기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인터넷 매체에서 접하였던지 아니면 사회생활을 같이 하는 지인 들에게서 들었던지 정체모를 여러 우스갯 소리와 뜬 소문들이 여러 차례 지나갑니다. 같은 얘기라도 지인들로 부터 듣는 우스갯 소리는 보다 공감이 가고 더 즐겁게 느껴지는 것은 그 동안 같이 보냈던 긴 시간들과 친구들 사이의 거리낌 없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우스갯 소리 그 자체가 재밌었을 수도 있지만요. 이어서 점차 술기운의 탓으로 각자의 마음이 풀어져서 인지 아니면 술기운의 도움을 받아 정말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하려는 것인지 주제는 가십거리를 넘어 점차 깊이(?) 있는 내용으로 넘어갑니다. 아는 분의 사업 이야기 부터 떨어지는 주식시황과 재테크 이야기, 언제가 맞이할 은퇴 후의 그럴듯한 삶의 모습, 그리고 좋아하게 된 새로운 취미까지...
저는 뜬금없이 최근에 본 중국 무협 드라마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막상 입을 열고 나니 괜히 식상한 주제를 꺼내지 않았나 후회 하려던 찰나였습니다. 그러나 친구들의 예상치 못한 호응에, 역시 이래서 오랜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좋구나 하며 뿌듯해 하던 생각이 납니다. 운기조식이 어떻고 주인공 장무기가 어떻고 미국에 마블 히어로가 있다면 아시아에는 무협 히어로가 있고 진정한 히어로는 동방불패라는 둥 중,고등학교 때 섭렵하였던 중국 무협소설까지 입에 오르며 한동안 즐거운 만담의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그 모임에는 이전에 마음이 울적하다고 말했던 친구 한 명이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워낙 유쾌하고 술자리 분위기도 잘 이끄는 친구라 요새 힘든 일이 좀 있었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요즘 같은 시대에 40대 후반의 남자에게서 울적하지 않은 마음을 찾기가 도리어 어렵겠다는 생각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울적하지 않은 마음을 갖지 못한 그들 중에 하나입니다. 의도치 않게 우울증 이야기로 화제가 바뀌자 저만이 아니라 모임의 다른 친구들 역시 자신들의 고민거리를 조금씩 털어 놓습니다. 누구라고 꼬집을 필요도 없이 모두들 우울, 불안, 강박 그리고 번아웃과 같은 불안한 심리상태를 넌지시 이야기 합니다. 그 만큼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러한 불편한 마음상태는 그다지 멀리있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얘기라는 뜻이겠지요. 저도 한동안 그리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지금도 우울과 불안한 마음이 불쑥 불쑥 마음속에서 튀어나오는 것을 느낍니다. 정신 건강을 위해서 우울증과 관련한 책도 찾아보기도 하고 우울한 기분을 조금이라도 달래 줄 건강보조제라도 먹어야 하나 고민도 하구요. 물론 인터넷 검색도 많이 했습니다. 검색 결과가 궁금하시나요? 주로 이런 내용이 많았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멀리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라.' 라거나 '충분히 수면시간을 가지고 사교활동을 늘려라.' 혹은 '운동을 많이 해라.' 등등 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내용이 가슴에 확 와닿지는 않더군요. 부정적인 생각이 많아 불안하고 괴로운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라니.... 마음이 노예처럼 부리는 대상도 아닌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자고 결심하면 바로 긍정적인 마인드가 되는 것이 과연 가능하겠습니까? 양질의 수면시간과 대면활동, 그리고 적절한 운동 이러한 것들은 잠시 기분전환과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뿐 본질적인 해결책이 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정신건강에 대해서 전문가는 아니지만 마음의 병은 마음 그곳에서 치료되고 해결되어야 하지 않을까 단편적인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그 많은 검색 정보 중에 기억에 남은 유튜브 영상이 하나 있었습니다. 우울증과 관련하여 유용한 심리학 책을 하나 소개시켜 주는 영상이었는데 자못 공감이 되었던 내용이고 저에게는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해주었던 인연이라 잠시 소개해볼까 합니다. 책을 내용을 소개하는 영상에서는 우울과 불안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었습니다. 과거를 반추하여 현재의 괴로움을 만들어 내는 것이 우울이라고 하며, 오지 않는 미래를 걱정하며 초조해하는 것을 불안이라고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현재 감정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하고 있으며 자신이 우울을 느끼는 지 불안을 느끼는 지 정확히 모르고 마음이 괴롭다는 것으로 방치하곤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병이 악화될 때까지 마음상태를 적절히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책과 영상에서 우울과 불안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여러가지를 제시하고 있는 데 그 중 대표적인 것 하나가 현재에 집중하는 명상 수행을 하는 것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우울은 과거에서 온 것으로 과거와 비교하지 않고 현재에 집중하여 우울한 마음을 해소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과 초조함에서 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하여 현재에 집중하여 미래를 예단하지 않는 것 이것이 제가 본 영상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 현재에 집중하는 명상을 수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지요.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수많은 경구와 금언, 방법론을 접했지만 사실 많은 도움이 되지는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현재에 집중하는 명상을 수행하라는 영상에서의 언급은 개인적으로 그리고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실질적인 도움이라는 것은 최근에 제가 읽고 있던 책과 관련이 있습니다. 냐나포니카 스님이 지으신 마음챙김(Right Mindfulness, 정념)이라는 현재에 집중하는 명상을 소개하는 책 두권을 정독하는 중이었고, 맨주의 기울이기(Bare Attention)의 가능성을 심도 있게 설명하고 있는 책의 내용에 많은 감명을 받고 있던 차였지요. 책을 읽으며 제가 개인적으로 느꼈던 것은 제 주위의 너무도 많은 자극, 그 중에는 제 생각이 스스로 만들어 낸 자극도 포함됩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제 자신의 무감각하고 자동적인 반응이 정신을 계속 갉아먹고 생채기 내고 있지 않은지 의심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유튜브 영상과 제가 읽던 책의 내용을 복기하다보니 좋은 해결방안의 단서를 발견하게 된 것 같아 속으로 매우 기뻤습니다. 매순간 들어오는 감각 자극과 스스로 만들어 낸 생각에 대하여 좋다, 싫다 혹은 옳다, 그르다 등등을 한시도 빼놓지 않고 무엇이든 자로 재보구 판단하는 제 모습을 돌아보니 '참 피곤하게 살고 있었구나 오히려 우울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 이상한 게 아닐까?'하고 제 자신에게 솔직한 질문을 던지게 되더군요. 마음은 단순히 대상을 아는 것일 뿐이라는데 대상과의 접촉에서 그 대상이 외부의 것이든 마음 속에서 만들어 낸 것이든 좋다, 싫다라는 느낌이 더해지고 거기에 들뜸, 성냄, 어리석음, 자만, 인색, 후회 등등의 좋지 않은 마음부수가 더해져서 마음의 건강이 해쳐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어지러운 마음으로 잘못 기억하고 있는 지나간 시간과 아직 오지도 않은 그리고 오지도 않을 미래에 대한 희망과 좌절 들... 이와 관련된 허무맹랑한 망상들이 더욱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게 되지 않나 싶습니다. 제 자신을 돌아보더라도 지난간 과거 사건을 객관적으로 진단해보면 꼭 아름답지만도 괴롭지만도 않은 복합적인 감정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미래에 대해서도 그동안의 자신의 행동과 겪어왔던 사건들로 유추해보면 예상치 못한 큰 사고가 아니라면 아주 나쁜 일이 일어날 가능성도 별로 없고 장미빛 아니 무지개빛 미래가 펼쳐질 가능성도 그다지 없습니다. 그냥 현재의 모습에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조금씩 변형에 변형이 있겠지요. 우울, 불안, 강박감, 혼란스러움 그리고 번아웃까지 우리를 괴롭게 하는 불편한 마음가짐을 극복하려면 접촉 대상이 무엇이든 그냥 바라보고 알기만 할 뿐 판단하거나 행동하지 않아야겠지요. 판단하거나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과거에서도 벗어나고 미래에 대해서도 초연하여 현재의 상태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현재의 사건 혹은 대상과의 접촉에 집중만 할 수 있다면 복잡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부드러워질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현실을 회피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부연하고 싶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성인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의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고 합니다. 이 통계가 정확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통계는 병원에 내원한 중증이상을 기준으로 집계한 것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실제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고생하고 있는 분들은 훨씬 많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를 포함하여 우울과 불안으로 고생하시는 많은 분들의 마음에 고요함과 청정함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김정훈 약력

공인회계사 세무사 내부감사사 IFRS Manager 現 삼지회계법인 이사 現 한국심장재단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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