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살인적 노동시간 투영된 0교시
[역사속 경제리뷰] 살인적 노동시간 투영된 0교시
  • 어기선 기자
  • 승인 2022.10.21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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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교시 문제를 다른 MBC 느낌표 '하자하자!'의 '아침밥 먹자' 한 장면.
0교시 문제를 다른 MBC 느낌표 '하자하자!'의 '아침밥 먹자' 한 장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지금은 사라졌지만 한때 0교시가 당연시 되던 때가 있었다. 야간자율학습과 함께 했던 것이 바로 0교시인데 정규 수업보다 먼저 실시하는 비정규 수업이기 때문에 0교시라고 부른다. 즉, 아침 9시에 1교시가 시작되지만 이미 그 이전에 학습이 시작되기 때문에 0교시라고 불렀다. 통상적으로 6~7시 정도 학생들을 교실에 모아두고 자습이나 영어듣기 평가 수업 등을 시키는 것을 말한다. 0교시는 학부모들은 물론 교사들도 곤혹스러운 제도였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깨우는데 상당히 고생을 했으며, 아이들 도시락을 싸줘야 하는데 아침밥부터 시작해서 점심밥 그리고 저녁밥까지 도시락 3개를 싸야 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교사들은 0교시 수업을 위해서 본인들도 일찍 출근해야 하는 괴로운 상황이었다.

0교시는 당시 노동시간 투영

사실 0교시는 당시 노동시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투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박정희 시대를 지나면서 ‘하면 된다’면서 살인적인 노동시간을 강요했다. 특히 사회초년생들에게는 새벽별을 보고 출근하고 저녁별을 보고 퇴근하게 하거나, 주말에도 노동을 강요하던 시대였다. 그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했던 시대였다. 또한 고학생들을 미화시키는 시대였다. 즉, 새벽이나 저녁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낮에는 공부하는 주경야독 등의 생활에 대해 미화를 시키는 시대였다. 그런 세대가 이제 사회지도층이 되면서 자신의 옛추억(?)을 학생들에게 투영시키는 그런 과정에서 나온 것이 0교시였다. 그러다보니 새벽별을 보고 등교하고 저녁별을 보고 하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아름답게(?)만 느껴지게 되면서 0교시를 고안한 것이다. 당시 교육 지도층은 학생들이 책상에만 앉아 있으면 무조건 공부를 잘하는 것으로 착각을 했고, 이에 공부를 강요하기 위해 0교시를 만들었다. 사실 박정희 시대 고도성장의 비결은 낮은 임금과 고강도 노동력 때문에 가능했다. 노동자의 노동력을 착취해서 고도성장을 이룬 것이다. 그것을 1990년대까지 학생들에게 강요를 한 것이 0교시다.
0교시 문제를 다른 MBC 느낌표 '하자하자!'의 '아침밥 먹자' 한 장면.
0교시 문제를 다른 MBC 느낌표 '하자하자!'의 '아침밥 먹자' 한 장면.

방송이 보여준 변화

그런데 2002년 MBC에서는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에 ‘하자하자!’ 코너에서 김영희 PD의 ‘아침밥을 먹자’가 방영됐다. 아침밥을 먹지 못하는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해당 프로그램이 방영되면서 0교시의 폐해에 대해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0교시를 없애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하지만 0교시는 계속 존재를 해왔었는데 진보 교육감이 들어서면서 점차 0교시가 폐지되기에 이르렀다. 물론 아직도 0교시가 존재하는 학교가 있기는 하지만 기존에 비하면 0교시가 갖는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0교시에 대해 이제는 강요를 하지 않는다.

0교시 폐지에 항의하는 학부모도

다만 0교시 폐지에 항의를 하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0교시가 폐지가 되면서 학생들은 8시 혹은 9시까지 등교를 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학부모들이 이제는 맞벌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출근을 해야 하는데 학생들이 등교를 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가사 노동이 더 늘어났다는 것이다. 학생들을 빨리 등교를 시키고 난 후 자신의 출근을 준비해야 하는데 0교시가 폐지가 되면서 자신의 출근에 대한 부담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0교시 폐지 소식에 항의를 하는 학부모도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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