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점매석으로 돈 벌어
도고 즉 매점매석의 폐해
허생전의 핵심은 조선경제의 취약성을 언급한 것이다. 즉, 도고(매점매석)의 폐해를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허생전에게는 한계가 드러나 있다. 허생 자신은 ‘선비’라고 주장한 것이다. 비록 매점매석이지만 장사를 하면서 상인을 장사치로 폄하한 것이다. 그러면서 매점매석을 비판한 것이 조선경제의 취약성을 비파한 것과 동시에 사농공상의 패러다임이 아직 뒤바뀌지 않았다는 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유학자의 눈에 상인은 새로 만들어내는 것이 없이 싼 값에 물건을 사서 비싸게 파는 투기꾼에 불과하다는 것을 허생전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것이다. 허생전을 통해 박지원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장사 즉 상업을 키우라는 것이 아니라 상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매점매석이지만 상업 활동을 해서 돈을 번 50만냥을 바다에 그냥 버린 것도 이런 인식을 담고 있다. 허생전은 후반부 이완과의 대화에서 양반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가했지만 당시 조선 상인의 행태에 대해서도 초반부에 신랄하게 비판을 가했다. 즉, 조선경제의 취약성을 비판하면서 그에 대한 대책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상업 활동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담은 것이 허생전이다.사대부의 나라가 아니라
허생전에 나오는 이상향은 글자 모르는 농부들의 섬을 만드는 것이다. 성리학적 사회의 이상향은 선비들이 다스리는 나라이지만 박지원이 허생전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상향은 원시공산제적 농업공동체를 의미한다. 다른 실학자들이 자본주의 맹아로서 경제적인 처방을 제시하려고 했다면 박지원은 오히려 원시공산제적 농업공동체를 제시했다. 다른 실학자들이 중농주의나 중상주의를 얘기하면서 여전제나 정전제 등등을 제시한 것과 달리 박지원은 허생전을 통해 원시공산제적 농업공동체를 이상향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특히 허생은 글자를 아는 사람들을 조선으로 돌려보냈다는 점에서 글자를 모르는 사람들이 사는 사회가 이상향으로 제시한 것이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