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허생전
[역사속 경제리뷰] 허생전
  • 어기선 기자
  • 승인 2022.11.15 13: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허생전은 연암 박지원 선생이 지은 소설로 열하일기 안에 있는 ‘옥갑야화(玉匣夜話)’에 나오는 이야기였다. 박지원과 비장들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박지원 자신이 윤영(尹映)에게서 들은 변승업의 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와 허생에 있던 이야기를 펼친 것이, 바로 허생전의 내용이다. 허생전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조선후기의 경제적 문제점과 그에 대한 개혁의지를 보여준 소설이다.

매점매석으로 돈 벌어

주인공 허생은 가난한 선비로 10년 글 읽기를 기약하고 매일 글을 읽었는데 7년째 되는 어느 날 아내가 허생에게 차라리 도둑질이라고 해서 돈을 벌라고 하소연을 했다. 이에 허생은 글읽기를 멈추고 한양 갑부 변씨를 찾아가 1만냥의 거금을 빌렸고, 이에 과일을 매점매석해서 10배의 폭리를 취하고 말총을 매점매석해서 방건 값이 10배로 올라 빌렸던 돈의 100배가 됐다. 이에 허생은 “1만냥만 가지면 팔도를 뒤흔들 수 있으니 심히 한탄스럽다”고 말했고, 허생은 변산에서 도덕떼가 들끓자 그들을 회유해서 무인도레 데러가서 새 삶을 살게 했고, 일본의 기근을 도와주면서 은 백만냥을 벌게 됐다. 하지만 땅이 좁은 것에 대해 한탄하면서 섬에 드나드는 배를 모조리 불태우고 바다에 50만냥을 그냥 버린다. 그리고 섬에 있는 사람들 중에 글을 아는 사람들을 골라 배에 태워 다시 조선으로 돌려보냈고, 그렇게 허생은 조선으로 돌아와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많은 돈을 나눠주고 10만냥이 남자 변씨에게 갚는다. 이를 계기로 허생과 변씨는 인연을 맺었고, 변씨가 어영청 대장인 이완 대장에게 허생의 얘기를 하자 허생을 찾았고, 이완은 허생에게 청나라 정벌 대책을 묻자 허생이 세 가지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이완이 모두 어렵다는 답변을 하자 허생이 이완을 꾸짖자 이완이 도망을 갔다. 그 이후 허생을 찾으려고 했지만 찾지 못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도고 즉 매점매석의 폐해

허생전의 핵심은 조선경제의 취약성을 언급한 것이다. 즉, 도고(매점매석)의 폐해를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허생전에게는 한계가 드러나 있다. 허생 자신은 ‘선비’라고 주장한 것이다. 비록 매점매석이지만 장사를 하면서 상인을 장사치로 폄하한 것이다. 그러면서 매점매석을 비판한 것이 조선경제의 취약성을 비파한 것과 동시에 사농공상의 패러다임이 아직 뒤바뀌지 않았다는 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유학자의 눈에 상인은 새로 만들어내는 것이 없이 싼 값에 물건을 사서 비싸게 파는 투기꾼에 불과하다는 것을 허생전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것이다. 허생전을 통해 박지원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장사 즉 상업을 키우라는 것이 아니라 상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매점매석이지만 상업 활동을 해서 돈을 번 50만냥을 바다에 그냥 버린 것도 이런 인식을 담고 있다. 허생전은 후반부 이완과의 대화에서 양반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가했지만 당시 조선 상인의 행태에 대해서도 초반부에 신랄하게 비판을 가했다. 즉, 조선경제의 취약성을 비판하면서 그에 대한 대책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상업 활동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담은 것이 허생전이다.

사대부의 나라가 아니라

허생전에 나오는 이상향은 글자 모르는 농부들의 섬을 만드는 것이다. 성리학적 사회의 이상향은 선비들이 다스리는 나라이지만 박지원이 허생전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상향은 원시공산제적 농업공동체를 의미한다. 다른 실학자들이 자본주의 맹아로서 경제적인 처방을 제시하려고 했다면 박지원은 오히려 원시공산제적 농업공동체를 제시했다. 다른 실학자들이 중농주의나 중상주의를 얘기하면서 여전제나 정전제 등등을 제시한 것과 달리 박지원은 허생전을 통해 원시공산제적 농업공동체를 이상향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특히 허생은 글자를 아는 사람들을 조선으로 돌려보냈다는 점에서 글자를 모르는 사람들이 사는 사회가 이상향으로 제시한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