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이명박과 현대건설 태국 금고 사건
[역사속 경제리뷰] 이명박과 현대건설 태국 금고 사건
  • 어기선 기자
  • 승인 2022.12.28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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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영 명예회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28일 자정을 기점으로 특별사면을 받았다. 특별사면을 두고 여러 가지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세상에 두각을 나타낸 것을 현대건설 당시 태국 금고 사건이라는 말들이 있다. 1965년 태국 파타니 나리왓 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고속도로 건설에 반대하는 현지 주민들이 난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때 이 전 대통령이 혼자 금고를 지켰다는 소문이 돌면서 그에 따라 현대건설에서 승승장구한 계기가 됐다는 이야기다.

신화는 없다에서

이 전 대통령의 에세이 신화는 없다에 따르면 위장 취업한 인천 지역 폭력배들이 폭동을 일으켰고, 이 전 대통령이 혼자 남아 단도의 위협과 집단 폭행으로부터 금고를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용이 1990년에 방영된 KBS2 TV 드라마 ‘야망의 세월’(이종수 연출, 나연숙 극본)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대중에게 이 전 대통령의 이름을 각인시키게 만들었고, 이것이 정치인의 길을 가게 했다. 당시 현대건설이 돈이 없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불도저 로더 등 최신 장비를 구입했지만 기능공들은 사용법을 잘 몰라서 두달도 못가서 고장을 냈다. 또한 태국 현지의 날씨가 공사의 장애물이었다. 공사비는 한정된 상태인데 중장비 고장에 현지 날씨로 인해 공사가 더뎌질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적자를 내게 만들었다. 실제로 총공사비는 522만 달러였는데 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이 공사를 하면서 전동식 롤러나 컴프레서 믹서기 등을 직접 고안해 만들어 사용 했으며 최신 장비 사용법과 선진공법을 익혔다. 이것이 훗날 중동건설 붐에서 현대건설이 상당한 수주를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이명박 혼자 지켰나

다만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부터 시작해서 에세이 신화는 없다에서 기술했듯이 폭동 당시 이 전 대통령 혼자 금고를 지켰냐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여러 가지 말들이 많이 나온다.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1992년 시사저널 기고를 통해 “칼을 든 폭도들이 금고를 열라고 요구했지만 이명박씨 혼자 끝까지 금고를 지킨 무용담이 있는데 이씨는 사실 금고를 지킨 많은 사람 중의 한 명일뿐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금고를 지킨 사람이 여러명이었고, 이 전 대통령은 그 중 한 사람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시사저널 기고가 1990년 드라마 야망의 세월이 방영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시점을 감안하면 야망의 세월에서 이 전 대통령을 너무 각색한 것에 대해 정 명예회장의 심기를 건드린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 명예회장이 이 전 대통령만한 인물이 현대건설에 없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에 중책을 맡게 된 이유에 대해 “이명박씨는 사실 부지런하고 판단력이 좀 빨랐다. 그런 점이 인정돼 승진도 빨랐다”며 “내가 서울대학 출신의 많은 선배들을 물리치고 그 분을 기용했기 때문에 많이 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정 명예회장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신뢰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중에 정치적으로는 갈라서게 되면서 두 사람은 다른 길을 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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