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이제 가정으로 돌아간다”
새 정부 들어 금융지주 CEO 교체 바람
그동안 금융업계에서는 경영의 연속성, 실적 보상, 조직 안정 등을 이유로 CEO의 연임 또는 3연임이 자연스럽게 이어 내려져 오고 있었다. 조 회장의 전임인 라응찬 전 신한금융회장과 김승유 전 하나금융회장 등도 3연임을 지낸 바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각 금융지주 CEO들이 연임을 하지 않고 교체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연임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의 경우 그간 연임이 유력시됐지만, 최종적으로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상황이다. BNK금융지주도 김지완 전 회장 퇴임 이후 회장 선임 작업이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CEO의 연임에 대해 줄곧 비판적인 견해를 내비쳐온데다 사회적으로도 금융사 CEO 자리가 '철밥통'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면서, 금융업계 내부에서도 외부에서 불어오는 세대교체 바람을 무시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계에서는 조용병 회장의 후임을 위한 아름다운 용퇴를 계기로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임이 유력시되던 조용병 회장의 용퇴는 금융권에 큰 울림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후임 양성과 세대교체를 요구하는 사회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우리금융 손태승 회장 ‘백기’
이같은 상황은 해가 바뀌면서 우리금융그룹에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연임 도전과 자진 사퇴의 기로에 섰던 손태승 회장은 18일 오전 우리금융 이사회에 “연임에 도전할 의사가 없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3월 25일 임기 만료를 앞둔 손 회장이 용퇴를 결정한 이유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그룹의 완전 민영화를 비롯해 지난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이끌어낸 손 회장에 대해 그룹 내부에서는 별다른 반대 세력이 없었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금융노조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차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금융당국 개입을 적극적으로 견제하기도 했다. 손 회장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한 리스크 해소를 위해 법적 다툼을 벌이면서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대법원 승소 판결을 이끌어 내는 등 연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특히 손 회장은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보다 재임 기간이 짧기 때문에 이번 회장 후보군에는 무난히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에 대해 손 회장에게 문책 경고 징계를 내리는 등 강한 압박을 가해왔다. 비슷한 시기에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라임펀든 불완전판매 제재안에 대해 손태승 회장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며 사실상 연임 도전 의사를 꺾어왔다. 문책 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게 되면 3년 동안 금융회사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추가로 지난달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용퇴를 결정한 점도 손태승 회장에게는 부담스러운 부분으로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