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미국 남북전쟁의 근본 원인은 ‘노예제 존속’이었다. 북부는 이미 공업지대가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임금 노동자들이 출현한 반면 남부에서는 아직도 노예제가 존속하고 있었다. 이에 북부를 중심으로 노예 해방을 외치고 있었고, 남부에서는 노예제를 존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에 따른 갈등이 불거졌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표면적인 문제이고,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국 재산적 가치의 존속 문제이다.

산업혁명에서 노예제는 비효율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발발했고, 그것이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산업혁명 아래에서 노예제는 비효율적이었다. 자본가 입장에서 노예제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비효율적인 제도이다. 우선 노예를 구매해야 한다. 그리고 구매한 후에는 먹이고 입히고 재워야 하기 때문에 의식주에 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여기에 어떤 일에도 능동적으로 대처를 하지 않고 포상을 준다고 해도 임금 노동자에 비해 노동생산성은 낮다. 산업혁명 하에서 자본가로서는 노예제를 운용하기 보다는 임금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자본가들 입장에서는 노예제 폐지가 가장 좋은 방안이다. 이는 남부 플랜테이션 농업을 하던 농장주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대지주 입장에서는 노예를 구입해서 먹고 입히고 재워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노예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남부에서 나오고 있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노예 가격

문제는 이미 북부에서는 노예 대신 임금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지만 아직도 남부 지역에서는 노예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당시 노예 무역이 종료되는 시점이었다. 미국은 1808년 노예 수입을 법으로 금지됐다. 물론 일부 지역에서는 불법 수입을 했다. 하지만 미국 전역에서 노예 수입을 금지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노예 가격이 급등하게 됐다. 남부 지역 대농장주는 면화 생산을 통해 돈을 버는 것보다 노예를 매매하는 것으로 돈을 버는 사례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즉, 누가 더 많은 노예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재산의 크기가 달라지게 됐다. 남부지역 면화 산업이 발달하면서 노예는 더욱 많이 필요하게 됐지만 노예 공급이 한정되면서 노예 가격이 급등하자 남부 대농장주는 노예제 폐지를 반대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노예제를 폐지하게 되면 자신의 재산적 가치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남부 대농장주들도 노예제보다는 임금 노동자가 경제적으로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노예제를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재산적 가치의 변화 때문이다. 실제로 1800년 노예 가격은 50달러였지만 1850년에는 1천달러로 치솟았다. 노예의 생산력이 문제가 아니라 노예 가치가 중요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1850년 노예 가치가 20억 달러인데 이는 남부가 소유한 총자본의 1/4 이상이다. 노예제 해방은 이런 재산적 가치를 포기하라는 소리이기 때문에 남부에서 당연히 반대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