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압수수색한 이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는 이날 한국도로공사 본사와 부여지사 등에 수사관들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 사유는 한국도로공사 측이 고속도로 차선 도색 공사 과정에서 납품업체로부터 규격에 맞지 않는 제품을 낮은 단가에 제공받아 부실시공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하면서이다. 경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전국 20여개 구간, 총 240억 규모의 시공 사업에서 이같은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도로공사 측은 성실히 수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이미 예견된 일?
하지만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이유는 그동안 국회 국정감사나 국토교통부에서 계속해서 도로공사의 차선 도색 작업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헌승 자유한국당 의원은 도색한 지 1년 이상 지난 황복 6차로 이상 고속도로 40개 구간 중 19개 구간(47.5%)은 차선 휘도(輝度 ·단위 면적당 밝기의 정도)가 기준치보다 낮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왕복 6차로 이상 고속도로의 차선은 휘도 유지를 위해 유리알을 넣어 시공해야 한다. 중앙선과 갓길선엔 우천형을, 일반차로인 구분선엔 일반형을 사용한다. 일반형의 경우 시공 당시는 420mcd(밀리칸델라·휘도의 단위) 이상이어야 하고, 시공 1년 후에는 240mcd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우천형은 시공 당시 물을 뿌렸을 때 175mcd, 2년 후 100mcd 이상이어야 한다. 이를 기준으로 함량 미달인 구간이 가장 많은 곳은 영동고속도로로 10곳에 달했다. 강릉 방향 양지∼덕평(108mcd), 인천 방향 호법∼이천(132mcd) 구간 등이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9곳으로 뒤를 이었다. 일산 방향 일산∼자유로(141mcd), 판교 방향 송내∼장수(151cmd) 구간 등이다. 하자 점검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공 규정에 따르면 도색 1년 후 하자 검사를 해야 하는데 지난해까지 구분선 기준 128곳 중 절반에 가까운 62곳(48.4%)의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국토교통부 조사에서도 엉망·갑질 의혹도
또한 지난해에는 국토교통부가 도로이용자의 만족도 조사를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생산성본부가 국가고객만족도지표(NCSI)를 적용해 고속 및 일반국도의 이용자 724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 일반국도와 고속국도 모두 도로파임 및 균열, 차선 도색, 도로교통 안전시설 및 졸음쉼터 추가 설치 등에 대한 개선 요구가 가장 많았다. 이와 더불어 2015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한국도로공사가 차선도색 회사에게 갑질했다는 문제제기가 있엇다. 당시 정성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4년 한국도로공사가 시공업체와 고속도로 차선도색공사의 하자보수기간을 2년으로 계약했다고 주장했다.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은 1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2년으로 계약한 것은 도로공사의 일바적 필요에 의해 맺어진 계약이라면서 공정거래법 제23조를 위반한 불공정거래 행위라고 당시 정 의원은 주장했다. 정 의원은 “건산법 시행령에 1년으로 돼있는 하자보수유지기간을 법적 검토도 없이 도로공사의 일방적 필요에 의해 2년으로 연장한 것은 한국도로공사의 갑질이 일상화돼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당시 국정감사에서 지적했다. 도로공사 법무팀은 ‘하자담보 책임기간을 별도로 연장하는 것은 국가계약법 위반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국가계약법이 강행규정이 아닌 임의규정으로 해석될 수 있어 불공정거래행위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해석했다. 이처럼 2015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2019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조사에 의해서도 차선 도색에 대해 문제점이 제기됐지만 한국도로공사는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결국 경찰이 이번에 팔을 걷고 나선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