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칼럼] 아빠의 건망증
[김정훈 칼럼] 아빠의 건망증
  • 김정훈
  • 승인 2023.04.12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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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오늘은 한 아이의 아빠인 저로서 참 동감되었던 아버지와 아들의 미묘한 관계를 아름답게 표현한 글 하나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할까 합니다. '아버지는 잊어버린다'는 글이 있습니다. 작가 W. 리빙스턴 라니드에 의해 지어진 글인데요. 그 내용이 참으로 가슴에 와 닿고 아름다워 글의 일부를 아래에 발췌했습니다. 글의 배경은 한 아버지가 잠든 아들에게 전하는 이야기 입니다.
'....조금 전 서재에서 독서를 하던 중에 후회의 거센 물결이 나에게 덮쳐왔단다. 나는 죄책감을 느끼며 네 잠자리를 찾아왔다. 나는 너한테 너무 까다롭게 대해왔다.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에 물만 찍어 바른다고 하면서 등교준비를 하는 너를 꾸짖곤 했지.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 놓는다고 너를 비난했고, 물건을 함부로 마룻바닥에 던져 놓는다고 화를 내기도 했었다. ... 아침 식사 때도 여지없이 난 너의 결점을 들춰냈다. 음식을 잘 씹지 않고 삼킨다거나 음식을 흘린다거나, ... 그러나 너는 학교 교문에 들어설 때 출근하는 날 뒤돌아보며 손을 흔들며 말했지. "아빠 잘 다녀오세요." 그때도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했지. "어깨를 펴고 걸어!" ... 얘야 기억하고 있니? 내가 서재에 있을 때 너는 경계의 빛을 띠고 겁먹은 얼굴로 들어왔었잖니? 일을 방해당한 것에 짜증을 내면서 서류에서 눈을 땐 나는 망설이고 서 있는 너에게 무슨 일이냐고 퉁명스럽게 말했지. 너는 아무 말도 없이 나에게 달려들어 두 팔로 내 목을 껴안고 키스를 했어.... 그것은 어떠한 냉담함에도 시들 수 없는 애정으로 가득 차 있었지. ... 쥐고 있던 서류를 마룻바닥에 떨어뜨리고 무서운 공포가 나를 엄습한 것은 바로 그 직후의 일이었단다. 내가 왜 이렇게 나쁜 버릇을 갖게 되었을까? 잘못만을 찾아내 꾸짖기만 하는 버릇을. 그것은 너를 착한 아이로 만들려고 하다가 생긴 버릇이란다. 널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야. 어린 너한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 데서 생긴 불찰이야.....얘야, 나는 어두운 네 방에 들어와 무릎을 꿇고 나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있다.... 네가 깨어 있을 때 이야기해도 너는 내말을 이해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너와 사이좋게 지내고, 네가 고통을 당할 때 같이 괴로워하고, 네가 웃을 때 나도 웃겠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계속 되뇌어야지. "우리 애는 착한 어린아이에 불과하다고" 너를 어른처럼 대해 온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 내가 너한테 너무나 많은 것을 요구했었어. 너무나도 많은 것을....' 우리가 하루 하루 살아가는 광경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모든 아버지가 그렇겠지만 글에서와 같이 자식과의 관계에서 자주 혹은 종종 갈등과 후회를 느낍니다.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었는데...내가 성급했어...' 하면서요. 하지만 망각이 다시금 우리를 똑같은 행동으로 내몰곤 하지요. 자식을 위하는 마음이 너무 앞선 나머지 아들과 딸의 시선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었던 겁니다. 자신의 시선으로 상황을 단정짓고 지적과 조언이라는 행동을 무리하게 감행하는 것이지요. 아버지는 경험과 지혜로서 조언하고 행동하지만 아들과 딸은 아버지의 그러한 행동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어릴 적에 무분별하고 고집스러웠던 제 모습을 되돌아 보면 지금의 아들은 그 보다 한참이나 더 성숙한 아이입니다. 그렇치만 욕심이랄까요? 근 50년을 살아오면서 배우고 깨닫고 느껴왔던 것을 지금 갓 10세 초반인 자식에게 그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가당치도 않은 일이지요. 저 본인도 아직까지 실수를 하고 후회를 많이 하면서도 그러한 고통을 사전에 피할 수 있는 지식과 지혜를 어른도 아닌 어른 자식에게 강요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적하고 강요한다고 아들과 딸들이 이를 받아들이고 배워갈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스스로 알아내도록 기다리고 응원해 주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거라고 생각이 바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상대방을 지적하고 섣부르게 조언하기 전에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부족했었던 탓이겠지요. 심지어 제 인생의 1/4 밖에 겪지 않은 아들보다도 말이지요. 시간은 계속 흘러가는 데 아직도 고민하고 배워야 할 것 투성이라니 배움의 한계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올 한해부터는 우리의 아들 그리고 딸들에게 항상 지적만 하는 어른이 아니라 친구가 되고자 합니다.

김정훈 약력

前 삼정회계법인 외환/하나은행 근무 現 삼지회계법인 이사 現 한국심장재단 감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내부감사사 IFRS Mana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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