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통한 과거리뷰] 약과 그리고 뇌물
[오늘 통한 과거리뷰] 약과 그리고 뇌물
  • 어기선 기자
  • 승인 2023.06.1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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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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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MZ세대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간식이 바로 약과이다. 최근 약과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그에 따라 검색어 순위도 상당히 높아졌다. 이에 ‘약과 오픈런’ 또는 ‘약케팅(약과와 티케팅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고, 약과를 판매하는 디저트 카페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약과는 우리나라 전통과자로 전통적인 유밀과의 한 종류이다. 밀가루에 참기름치고 꿀과 술을 넣어 반죽해 판에 찍은 후 기름에 튀겼다.
옛날에는 밀가루도 귀했을 뿐더러 기름도 귀하고 꿀도 귀했기 때문에 ‘약’으로 취급됐다고 해서 ‘약과’라고 불렀다. 문제는 너무 귀했기 때문에 ‘뇌물’로도 사용했다. 이런 이유로 약과를 금지시키기까지 했고, 곤장까지 맞아야 했다.

고려시대 제사상에 어육 금지

고려시대는 불교 국가이다. 이런 이유로 제사상에 어육이 올라가는 것을 금지했다. 이에 과자를 대신 올렸고, 이로 인해 과자 문화가 발달했다. 원나라 간섭기 때는 약과가 원나라까지 전파되면서 인기 있는 과자가 됐다. 하지만 국가 재정이 파탄이 날 정도가 되면서 약과를 비롯한 유밀과의 제조를 금지하게 됐다. 조선시대 역시 귀한 과자이기 때문에 금지시킨 경우가 발생했다. 실제로 정조 때 발간된 홍재전서에서는 “사가의 연회에서 유밀과를 쓰는 것은 원래 금지 조항에 저촉되는데, 요즈음의 세태를 보면 혼례나 수연에서 종종 유밀과를 몇 자[尺]씩이나 높게 진설하는 경우가 있다. 사치를 이처럼 부린다면 재물이 어찌 바닥나지 않겠는가“라고 한탄했다. 성종실록 10년 2월 29일 기사에는 “예조에 전지하기를, 종친·대신의 치제에는 식례에 따라 떡을 쓰는 것인데, 요전을 내리도록 명하면 수령은 마침내 유밀과를 쓰므로, 법금에 어그러지는 것이 있을 뿐더러 비용도 적지 않으니, 이 뒤로는 일체 금지하라”고 기록돼 있다. 최남선의 조선상식 대전통편에는 혼례, 장례 때 약과를 쓰는 사람에게 곤장 80대를 처한다고 돼있다.

이건 약과네

우리가 흔히 ‘그 정도면 약과지’라고 할 때의 약과가 바로 이 약과를 듯한다. 달고 맛있고 부드러워서 노인이나 어린이들도 먹기 쉽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또한 약과가 뇌물로 사용되는 경우가 발생했다. 워낙 귀하기 때문에 약과를 뇌물로 바쳤다. 하지만 약과에 들어가는 꿀과 기름 등의 생산이 점차 증가하면서 약과의 가격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약과 대신 산삼이나 녹용 등이 뇌물로 대체되면서 약과를 뇌물로 바칠 경우 “이건 약과네”라는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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