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 경제리뷰] 흥부와 놀부 그리고 이앙법(모내기)과 머슴살이와 대동법
[작품 속 경제리뷰] 흥부와 놀부 그리고 이앙법(모내기)과 머슴살이와 대동법
  • 어기선 기자
  • 승인 2023.07.17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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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흥부 한 장면.
영화 흥부 한 장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흥부놀부 이야기는 간단하다. 놀부에게 전재산을 빼앗긴 흥부가 전전긍긍하다가 제비 다리를 고쳐주고 벼락부자가 됐으며, 놀부는 제비 다리를 고쳐줬지만 결국 패망했다는 이야기다. 이는 18세기 조선의 경제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흥부와 놀부는 그 중심에서 당시 시대상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으며, 우리 선조들의 경제적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장자상속의 시대

18세기는 장자상속의 시대이다. 조선중기 이전까지 균등상속의 시대였다. 남녀나 형제가 차별을 두지 않고 균등하게 상속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임진왜란 이후 성리학이 조선사회에 퍼지면서 조상에 대한 봉사 즉 제사를 중요시하게 여겨지면서 제사를 지낼 사람 즉 장자에게 많은 재산이 상속되게 된다. 실제로 17세기 중반 전후부터 장자상속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은 사례가 지역 곳곳에서 나왔다. 흥부전이 조선시대 당시 균등상속에서 장자상속으로 넘어가는 사회적 현상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이앙법(모내기) 도입으로 실직자 늘어나

18세기 경제적 변화가 또 있었다. 당시 이앙법 즉 모내기가 도입됐다. 모내기가 도입되기 전까지 논에 직접 씨앗을 뿌려 쌀을 생산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는 생산량이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모내기가 도입되면서 잡초 걱정이 덜어지면서 그에 따라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이것은 농민 한 명 당 쌀 생산량이 기존에 비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농민 한 명 당 담당해야 할 논의 면적이 늘어났다는 것을 말한다. 기존에는 논 한 마지기에 10명의 노동력이 투입돼야 한다면 모내기가 도입되면서 5명 혹은 2명 등으로 축소될 수 있었다. 기존 농사는 온 가족이 달라붙어서 해야 하는 것이라면 모내기가 도입되면서 굳이 많은 가족들이 농사에 투입할 필요가 사라졌다. 실제로 놀부는 더 이상 일손이 필요 없게 된 흥부를 농사일에서 제외시켜 버렸다. 놀부 입장에서 모내기를 도입해서 노동력이 감소하더라도 더 많은 쌀 생산량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흥부가 필요 없게 된 것이다.

머슴살이

농사를 더 이상 짓지 못하게 된 흥부로서는 새로운 일자리가 필요하게 됐다. 머슴은 그렇게 탄생하게 됐다. 머슴은 ‘노비’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이다. 머슴은 쇠경이라는 노임을 받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것은 해당 가문에 소속된 정규직(노비)이 아니라 언제든지 퇴직이 가능한 ‘비정규직’이다. 신분으로는 양인이고 양반도 가끔 있다. 즉, 흥부는 천민이 아니라 양인 신분이기 때문에 머슴살이를 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머슴살이를 하거나 곤장을 맞아주는 매품팔이 등으로 생계를 유지해나간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다가 소작이라고 해달라고 놀부에게 청을 하지만 소작 역시 놀부 입장에서는 생산성이 높은 소작농등에게 나눠줄 수밖에 없었다.

제비다리 그리고 대동법

조선중기 들어서면서 지방의 특산물을 쌀로 세금을 내게 하는 ‘대동법’이 실시됐다. 대동법이 실시되면서 화폐 경제가 발달하게 됐다. 화폐 경제의 발달은 흥부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게 됐다. 기존의 부를 축적하는 방법은 ‘논농사’ 이외에는 부를 축적하는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화폐 경제가 발달하면서 그에 따라 상업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제비는 중국 강남 지역에서 봄이 되면 우리나라로 날아오는 철새이다. 동지사(冬至使)는 동짓달에 청나라에 보내는 사신단을 말한다. 동지사는 봄이 되면 우리나라로 온다는 점에서 ‘제비’와 같은 운명이다. 그들이 오고 나면 우리나라는 활발한 상업활동이 재개된다. 청나라에서 가져온 물건 등이 풀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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