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1987년 8월 18일은 공연윤리위원회가 동백아가씨, 고래사냥 등 금지가요 186곡을 해금한 날이다. 박정희 정권 당시 긴급조치 9호로 인해 국내가요와 외국가요가 금지곡으로 묶이면서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그동안 부르지 못했던 노래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면서 마음껏 노래를 부르게 됐다.

유신정권 탄생하면서

박정희 정권의 제3공화국은 유신정권으로 넘어가면서 제4공화국이 됐다. 그러면서 긴급조치 9호가 1975년 6월 발동됐다. 이른바 ‘정화대책’으로 공연예술 심의가 강화되고, 대중가요를 모두 재심해 국가안보와 국민총화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외래풍조의 무분별한 도입과 모방, 패배, 자학, 비판적인 내용, 선정·퇴폐적인 것은 모두 금지곡으로 묶었다. 이렇게 해서 국내가요 22곡, 외국곡 261곡이 금지곡이 됐다. 금지곡이 된 이유로는 이장희의 ‘그건 너’ ‘한잔의 추억’ 그리고 송창식의 고래사냥은 퇴폐적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는 사회 불신조장이었다.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도 금지곡이 됐지만 그것은 유신정권 당시 ‘박정희 찬가’를 만들라는 청와대의 요청을 거부하고 다른 곡을 만든 것에 대한 ‘꽤씸죄’였다. 신중현의 ‘미인’은 가사의 선정성이었다. 양희은의 ‘아침이슬’은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에서 ‘묘지 위에 붉게 타오르는 태양’이 결국 북한을 이야기한 것 아니냐는 이유였다. 또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사랑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금지곡의 한복판에는 한대수가 있었다. ‘물 좀 주소’는 청년에게 불행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행복의 나라’는 ‘현재 불행하냐’는 것이 이유였다. 이후에도 금지곡은 계속 나왔다. ‘대마초 사건’으로 인해 당시 유명 가수들의 노래가 속속 금지곡이 됐다. 심수봉의 ‘순자의 가을’은 KBS라디오 드라마를 위해 1979년 만든 노래인데 1980년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자 영부인의 이름 즉 ‘이순자’에서 ‘순자’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됐다. 결국 방미가 훗날 ‘올가을엔 사랑할거야’로 대히트를 친다. 1981년 제5회 대학가요제에서 정오차 그룹은 ‘바윗돌’로 대상을 받았지만 광주 영령을 위로한 노래라는 이유로 금지곡이 됐다. ‘독도는 우리땅’은 반일 감정을 악화시킨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됐다.

민주화운동 이후

그러다가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8월 18일 공연윤리위원회를 열어 공연금지곡 186곡을 해제했다. 이에 아침이슬, 고래사냥, 왜 불러 등이 이날 해제됐다. 이날 많은 노래가 금지곡에서 해제됐지만 여전히 노래를 바라보는 시선은 가위로 재단하듯이 자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정치적인 문제나 사회 참여 내용이 들어간 노래는 ‘좌우 이념’에 따라 금지곡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