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사략선
[역사속 경제리뷰] 사략선
  • 어기선 기자
  • 승인 2023.09.22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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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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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사략선은 국가가 공인한 해적선이다. 일반 해적과 구분이 된다. 사략선은 국가의 허가를 받아 주로 타국의 선박을 나포하는 것으로 그 노획물을 국가와 배분하는 선박을 말한다. 국가가 사략선을 허가한 이유는 일석이조이기 때문이다. 국가로서도 노획물을 가져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함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적 입장에서도 노획물만 국가에 제대로 배분하면 조국에서는 처형을 당할 걱정을 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와 해적 모두 윈윈하는 결과이다.

대항해시대 거치면서

해적은 그 이전에도 존재해왔다. 하지만 사략선은 대항해시대부터 본격화됐다. 자국의 상선이 적국 함선의 공격으로 화물이 노획되는 등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면서 민간 선박들에게 적국의 함선을 알아서 격퇴하라는 식으로 면허를 제공했다. 그러면서 민간선박들 중에 일부는 적국의 상선을 공격해서 물품을 노획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그것을 자국의 정부에게 바치면서 국가 입장에서는 재정 충당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게 됐다. 이에 국가는 민간 선박의 적국 상선 노획질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보니 해운회사나 선주들은 정상적인 무역보다는 사략행위를 선호하게 됐다. 그러면서 점차 해운회사나 선주들이 ‘국가에서 공인한 해적’의 형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해군 역시 사략행위가 돈벌이가 된다는 생각에 군선을 사략선으로 둔갑시켜 적국 상선을 노획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나폴레옹 전쟁 당시

나폴레옹 전쟁 당시 영국은 해상봉쇄를 단행했다. 하지만 영국 해군만으로는 해상봉쇄를 모두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략선의 활약이 상당했다. 영국은 사략선 선원을 해군 수병으로 간주했다. 그러면서 영국은 해상봉쇄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었고, 나폴레옹 황제와 프랑스는 물자부족에 시달려야 했다. 프랑스는 영국 사략선에 대해 상당히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사략선이 해적과 다른 점은 국가로부터 공인받은 준군사조직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국제법에서는 사실상 군인으로 간주되면서 국제법 보호를 받았다. 따라서 해적선 선원은 사로잡혀 재판을 받는다면 교수형이지만 사략선 선원은 전쟁포로로 간주한다. 따라서 몸값을 받고 본국으로 송환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사략허가가 종료된 후에도 사략행위를 한다면 해적으로 간주돼서 교수형에 처해진다.

사략선의 고충

문제는 사략선도 고충이 상당하다. 왜냐하면 초창기에는 국가가 공인한 사략선이기 때문에 노획한 물건을 갖고 국가와 사략선과 분배하면 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업이 되면서 투자자가 몰리기 시작했다. 즉, 해운회사나 선주 그리고 투자자 등이 사략선에 자신의 지분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이 되면서 만약 사략선이 이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면 사략선 선원들은 그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이런 이유로 시간이 지날수록 사략행위가 아니라 ‘해적행위’가 되게 됐다. 프랜시스 드레이크가 해적이라고 취급 받은 이유는 스페인 선박을 사략행위가 아니라 해적 행위로 물자 등을 노획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투자자의 압력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결국 19세기 들어서면서 사략선은 쇠퇴의 길을 가게 됐다. 그것은 절대왕정이 지나고 제국주의 시대가 도래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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