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이름은 스트로베리 티인데, 정작 딸기는 0.5%고 히비스커스는 92%네요? 이정도면 딸기&히비스커스 티라고 이름을 붙여야 하는거 아니에요?” 얼마전 탕비실에 똑 떨어져버린 차를 구입하던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였습니다. 함량만 놓고 보면 ‘딸기차’라고 부르기는 상당히 민망할 정도인데, 과연 이름을 딸기차로 붙이는게 맞냐는 것이었죠.
사실 이같은 일은 식품업계 내에서는 비일비재합니다. 랍스터맛 과자라길래 얼마나 들어갔는지 겉면을 뒤집어 보면 0.7% 함유, 트러플 새우깡에 들어간 블랙트러플 분말은 0.017%, 허니버터칩에는 프랑스산 고메버터가 0.006g 함유돼있습니다. 조금 예민한 참견일 수는 있지만 “1%도 안 들어갔는데 생색은 엄청나게 낸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는 않죠.
제품명과 함량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물어봤습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제품명에 사용하려면 해당 원재료가 실제로 포함돼 있어야 하고, 그 함량을 제품명 옆에 표시하도록 해서 소비자들이 함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함량이 적다고 제품명에 쓸 수 없도록 하거나 하는 별도의 기준은 없다”고 덧붙였죠.
쉽게 말해 특정 원재료를 제품명에 쓰려면 단 0.0000001%라도 해당 원재료가 들어가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한때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버터 없는 버터맥주’ 논란, 기억하시나요? 최근에 버터맥주 논란으로 버터맥주 기획사인 버추어컴퍼니 대표이사 겸 어반자카파 멤버인 박용인씨에 대해 법원이 자택 가압류 신청을 인용한 바 있죠.
2022년 5월부터 편의점 등을 중심으로 ‘버터맥주’라 불리며 불티나게 팔린 ‘BEURRE(뵈르: 프랑스어로 버터)’ 제품은 원재료에 버터가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뵈르’를 제품 겉면에 사용했다가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를 받았습니다. 당시 제조사 부루구루에서는 과도한 행정처분이라며 “과자 고래밥에도 고래가 없고, 곰표맥주에도 곰이 없다”는 다소 황당한 주장을 폈지만, 받아들여지진 않았습니다.
그 논리대로라면 잉어빵에는 잉어가 들어가야 하고, 붕어싸만코에는 붕어가 들어가야 하며, 죠스바에는 상어가 들어가야 하느냐는 비아냥이 적지 않았죠. 실제로 당시 버터맥주를 구입한 많은 소비자들은 제품에 버터가 함유된 것으로 오인했지만 버터가 조금도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적잖이 실망했습니다.
이후 박용인 대표는 올해 1월 “(버터 없는 버터맥주) 논란 이후 생산된 모든 제품에 버터를 첨가하기도 했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들은 문제가 터지자 뒤늦게 조치하는 것이냐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핵심은 결국 ‘소비자가 오인할만 했느냐’입니다. 다소 주관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오인의 가능성이 적다면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고래밥에 고래고기가 들어갔을 거라고 기대하는 이들은 없겠죠? 오인의 가능성이 매우 적기 때문에 고래밥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버터맥주는 달랐습니다. 하다못해 버터를 0.000001%라도 넣었거나, 버터모양의 패키지에 넣어서 팔았으면 몰라도 ‘버터 없는 버터맥주’는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식약처를 중심으로 나오는 이유입니다.
일례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은 먹어봤을 빙그레의 대표작 ‘바나나맛우유’의 제품명도 함량과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만 합니다.
정식명칭은 ‘바나나우유’가 아니라 바나나‘맛’우유인데요. 굳이 ‘맛’이라고 넣은데에는 제품에 실제 바나나 과육이 아니라 바나나농축과즙이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만약 버터맥주가 억울함을 인정받으려면 빙그레의 바나나맛우유도 바나나우유라고 불려야 하지 않을까요?
버터 없는 버터맥주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식품업계 내에서는 함량이 매우 적은 원재료를 떡하니 제품명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소비자들을 기만한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함량만 제대로 표시한다면 이를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는 없는 만큼, 아무리 중소형‧영세 사업장이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기본’은 지키는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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