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 일본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무엇인가요? 16세기 임진왜란과 20세기 일제강점기의 침략이다. 또한 한국 경제가 일본 경제를 그대로 따라간다고 생각된다. 그 이유는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생김새도 비슷하고 역사적으로도 서로 많은 영향을 준 동양 문화권이다. 그러나 양국의 문화와 인종이 비슷하지만 특성과 기질은 사뭇 다르다.
일본에서는 타인과의 거리를 유지하며 상호 간의 민폐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가족처럼 친밀하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욕 문화에서도 차이를 반영한다. 일본에서는 상대적으로 경미한 욕설이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반면, 한국에서는 더 강하고 감정적인 욕설이 흔히 사용된다. 심지어 친구 사이에도 욕을 한다. 이는 각 사회가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의 근본적인 차이를 보여주는 예다.
개인 감정과 사회적 문제의 처리의 경우 일본은 회피성 성격 특징, 문제 내면화이지만 한국은 문제와 감정 직접적 표현 및 해결한다.
한국의 먹방(먹는 방송의 줄임말. Mukbang)은 사회적 상호작용과 감정 표현의 매개체로 기능하고 음식이 단순한 영양 섭취를 넘어서 사회적 상호작용과 감정 표현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식사를 함께함으로써 외로움이나 고독감을 달래는 방식이다.
반면 일본은 어느 정도 여유롭게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구축하면서 외부 세계를 방관자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 성산업이 발달되었고, 개인과 타인의 경계 중시, 엿보기 욕구가 있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하며 매뉴얼화가 잘되어 있다.
요코하마 시립대학교 국제종합과학부 국중호 교수가 쓴 ‘흐름의 한국 축적의 일본’에서 한일의 차이점 세 가지 축을 제시한다. ‘넓고 얕게’의 한국과 ‘깊고 좁게’의 일본, 디지털 한국과 아날로그 일본, 흐름의 한국과 축적의 일본이다.
첫 번째는, ‘넓고 얕게’의 한국과 ‘깊고 좁게’의 일본이다. 그에 따르면, 한국인은 자신의 전문 분야 외에 관여하는 곳이 많은 편이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 관한 식견이 다른 분야보다 높기는 하지만,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보이며 상당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인은 여기저기 관여하는 바가 적은 편이라 자신이 종사하는 전문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성향이 강하다.
두 번째는, 디지털 한국과 아날로그 일본이라는 축이다. 조선 말기 쇄국 정책, 일제 식민지 지배, 한국전쟁을 거친 한국은 거의 모든 산업에서 일본에 뒤져 있었다. 그러던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고 앞서가는 대표적인 분야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다.
이것저것을 경험하며 다시 비약을 이뤄 보려는 성향이 강한 한국인에게는 디지털 속성이 잘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일본인은 조직 내 사람들과 연계하며 그동안 해오던 방식을 조금씩 개선해나가는 아날로그적 사고에 익숙하다. 그래서 일본은 아날로그 기술과 부합하는 자동차나 기계장비 산업에서 강점을 발휘한다.
세 번째는, 흐름의 한국과 축적의 일본이라는 축이다. 대륙과 해양을 잇는 지역에 위치한 한반도는 이것저것 혼합돼 흐름의 속성이 역력하다. 쌓인 자산이 금방 소진되기도 하고 다시 일약 큰 소득을 올리기도 한다.
이와 달리 대륙의 끝 섬에 자리 잡은 일본은 갖가지를 쌓아가는 축적 성향의 기질이 강하다. 장기간에 걸친 기술·자본·지식 축적을 중시한다. 한국은 변화에 강하다. 결국 일본인들의 매뉴얼 의존 경향, 규칙 강박, 안정성 추구, 예측가능성 추구, 보수적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불행했던 것은 약 400년 전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7년간과 금세기 초 식민 지배 35년간이다. 이렇게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일본과 관계 개선이 절실하다.
오래된 아랍어 속담에 “약속은 구름이요, 성취는 비이다”라는 말이 있다. 일본과 한국 사이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시도는 수년에 걸쳐 성공하지 못했다. 지금부터라도 민간 차원에서부터 쓰라린 역사적 기억을 해소시켰으면 한다. 정치외교적 측면의 관계 개선 및 소통과 협상이 필수적이다. 오해와 불신을 해소하고, 미래 지향적인 협력관계가 되었으면 한다.
최근 국내·외 정세가 급변하면서 동북아 지역에서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일수록 주변국과의 우호 협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한중일 세 나라가 힘을 합쳐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협력을 이끌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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