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군대에서 갓 전역한 20대 남성이 아파트 단지 내 헬스장에서 화장실을 이용했다가 성범죄자로 몰려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는 사연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왜냐하면 그 과정에서 경찰이 남성에게 반말하거나 퉁명스럽게 대하는 음성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용의자로 지목된 A씨가 온라인에 자신의 상황을 전했다. 지난 23일 오후 4시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지하에 있는 헬스장에 갔고, 운동을 하던 중 소변이 마려웠던 그는 1층 남자화장실로 올라가 용변을 봤다고 한다.
다음날 A씨가 운동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섰는데 갑자기 경찰들이 나타났고, 사연을 들어보니 헬스장 화장실을 이용한 한 여성이 자신이 용변을 보는데 누군가 엿봐서 도망쳤다면서 신고를 했다고 한다. 이에 경찰은 CCTV 속 인상착의를 토대로 A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그래서 A씨가 CCTV를 확인하려고 하니 경찰은 “지금 너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나중에 연락주면 그때 하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경찰과의 대화가 담긴 음성파일을 공개했는데 “뭐야? 군인이야? 학생이야?” “궁금한거 있으면 연락하고 일정은 따로 연락 줄게” “아니 너 다시 조사 받을거야” 등 A씨에게 반말로 대했다고 한다.
화성동탄경찰서는 26일 입장문을 내고 “최근 신고자(여성)로부터 ‘불상의 남성이 여자 화장실 용변 칸에 들어와 여성을 훔쳐봤다’라는 신고가 접수됐다”며 “경찰은 신고처리 절차대로 신고자와 피신고자를 만나 진술을 청취했다. 이후 CCTV를 확보해 수사 중”이라면서 억울하지 않도록 엄정하게 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유죄추정의 원칙
유죄추정의 원칙은 무죄추정의 원칙보다 역사가 오래됐다. 다만 유죄추정의 원칙이라는 ‘표현’은 무죄추정의 원칙보다는 최근에 나온 말이다.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사람에게 언론이나 대중, 또는 공권력이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적으로 근대 형법이 세워지기 전에는 무조건 ‘유죄추정의 원칙’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네 죄를 네가 알렸다”가 대표적인 유죄추정의 원칙이다. 서양에서는 ‘마녀사냥’이 유죄추정의 원칙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근대 형법 체계가 완성되면서 ‘무죄추정의 원칙’이 세워졌지만 성범죄만큼은 ‘유죄추정의 원칙’이 파다하게 이뤄지고 있다. 즉, 재판에서 선고를 받기도 전에 유죄추정의 원칙에 의해 성범죄 용의자는 사실상 ‘범인’이 된다.
심슨의 명대사
1990년대 미국에서는 시민단체가 상담받으러 온 학생들에게 유년기에 성폭력을 당했다면서 학부모들을 고발하는 것을 남발했다. 사실 별다른 증거가 없었다. 이에 연재 만화 심슨에서는 “괜찮아요. 당신의 눈물이 실제 증거보다 증거로서의 가치가 큽니다”라는 명대사를 남겼고, 그것이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성범죄가 다른 범죄에 비해 유죄추정의 원칙이 논란이 되는 것은 객관적인 증거가 사실상 없고, 유일하게 피해자의 증언만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법원에서도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을 따진다. 피해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진술을 일관되게 하느냐 여부에 따라 성범죄 여부를 재판부가 판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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