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1999년 10월 30일은 인천광역시 인현동 호프집 화재 사건이 발생한 날이다.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가 일어난 지 4개월도 안된 시점에서 일어난 대형 사고이다. 사망자 56명, 부상 78명의 대참사이다. 더욱이 청소년 사망자가 너무 많이 나와서 국민 모두를 아프게 한 사건이기도 하다. 호프집 화재 사건은 그야말로 총체적 문제점이 드러난 인재였다. 그 이후 사람들이 각성을 하게 만든 계기가 되기도 했다. 총체적 문제 드러내 해당 호프집은 불법 무허가 영업 및 미성년자 주류 판매를 버젓이 했던 곳이다. 즉, 영업 정지 처분을 받아 폐쇄돼야 했던 곳이다. 하지만 호프집 주인은 지역 공무원과 경찰 등에 뇌물을 줘서 회유를 했고, 공무원과 경찰 등은 영업을 묵인해줬다. 해당 호프집은 인천 지역 일대 중고등학교 앞에서 버젓이 전단지를 돌렸다. 즉,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주류 판매 홍보를 한 것이다. 만약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한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면 경찰은 현장에 출동하지 않고 신고를 묵살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인천 지역에서는 학생들에게 술을 파는 집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교복 입은 학생들이 드나드는 명소가 됐다.

지하 노래방에서

당일 지하 노래방은 내부 수리 공사 중이었는데 노래방에 일하던 10대 남자 아르바이트생이 흡연을 하다가 불이 옮겨 붙었다. 하지만 불은 노래방 벽을 타고 빠르게 위로 올라갔다. 화염과 유독가스가 호프집이 있는 3층으로 빠르게 전파된 것이다. 당시 호프집에는 학교 축제가 끝난 후 뒤풀이하는 고등학생들로 차있었다. 건물에 불이 난 것을 안 학생들이 출입문을 통해 빠져 나가려고 했지만 호프집 매니저가 “돈 내고 가라”면서 출입구를 막았다. 그러는 사이 불길이 치솟으면서 출입구로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비상구로 나가려고 했지만 비상구를 베니어 합판으로 막아버렸다. 창문은 간판으로 쓰려고 모두 판자를 붙여 놓은 상태가 되면서 창문을 통해 빠져 나가는 것 역시 불가능했다. 화재가 발생하자 비상구등이 켜지면서 학생들은 비상구등이 켜진 쪽으로 향했지만 비상구등은 가짜였고, 비상구인줄 알았던 곳은 화장실이다. 이에 화장실에서 질식사를 많이 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상처

결국 업소 주인과 매니저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사고 직후 인천시는 ‘청소년 보호육성 종합계획’을 내놓았고, 위령비를 건립했다. 그리고 유흥가의 중심지였던 인현동은 급속도로 쇠퇴했다. 참사 건물주는 정작 본인도 피해자인데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피해자들을 위한 넋을 매년 위로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미성년자인 학생이 호프집에 가서 술 마시다가 희생된 것이 ‘자업자득’이라는 시선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