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 칼럼] 역지사지
[김진혁 칼럼] 역지사지
  • 김진혁
  • 승인 2024.11.0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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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인도의 시인·사상가 아시아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에피소드다. 어느 날, 집안일을 봐주는 하인의 출근이 많이 늦어지자 내심 “이 녀석, 나타나기만 하면 혼내 주리라” 참지 못할 분노로 변하였다. 오후 늦게 모습을 드러낸 하인에게 타고르는 다짜고짜 자기의 집에서 나갈 것을 명령했다. 그러자, 주섬주섬 자신의 짐을 챙겨서 나가던 하인은 뒤돌아서서 마지막 인사를 올린 후 “정말 죄송합니다. 어젯밤 제 딸이 죽어 아침에 묻고 오는 길입니다.” 타고르는 하인의 말을 듣고 경솔했던 자신을 크게 책망했다. 부끄러워 하인을 볼 수 없었다. 이 충격적인 사건이 있고 난 후, 타고르는 어떠한 경우라도 상대방의 사정을 알아보지 않고는 남을 탓 하거나 독단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제자들이 스승인 타고르에게 물었습니다. “스승님 어떤 사람이 인생의 승리자입니까?” 타고르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자기를 이기는 사람이다.” 그러자 한 제자가 다시 물었다. “자기를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잠시 침묵이 흐른 뒤 타고르는 제자들에게 말하길 “첫 번째, 오늘은 어떻게 지냈는가? 두 번째, 오늘은 어디에 갔었는가? 세 번째, 오늘은 어떤 사람을 만났는가? 네 번째, 오늘은 무엇을 하였는가? 다섯 번째, 오늘은 무엇을 잊어버렸는가?” 이어서 “너희는 자신에게 매일 다섯 가지를 질문하여라. 이것이 자기를 이기게 하고 인생을 살리게 하는 질문이다.” 인생의 변화는 말투에서 시작된다. 공감과 소통의 다리를 놓고, 서로의 마음 간 거리를 좁힐 때 마음속 깊은 곳까지 닿을 수 있다. 공감은 타인의 내면세계를 체험하는 능력으로 역지사지(移地思之, 상대를 이해하려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자세)로 이어진다. 심리학자 데이비드 리켄(David Lykken)은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태어난 수천 쌍의 쌍둥이를 수십 년간 추적 연구한 끝에 행복의 50% 정도는 유전적으로 결정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는 아주 유명한 말을 남겼다.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은 키를 키우려는 노력만큼이나 헛된 일이다.” 이후 유사한 연구 결과들이 계속 쏟아졌다.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유전적 요인 50%, 환경조건 10%, 의도적인 활동이나 노력이 40% 정도다. 2018년에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감각적 쾌락과 정신적 행복의 30~64%가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다. 또 남성과 여성의 정신적 행복 수준은 비슷하지만, 감각적 쾌락은 남성이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적 행복만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주장은 지적 허세에 불과하다. 행복에 이르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욕망을 성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욕망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다. 두 가지 길이 모두 어렵다. 욕망은 영원히 성취할 수 없고, 욕망을 줄이려면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일찍이 니체는 “인간이 쉽사리 신이라고 자처하지 못하는 것은 배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는 동물의 본능을 가진 존재다. 정신적 만족은 행복의 한쪽 면일 뿐이다. 나머지 한쪽 면은 욕망을 통해 얻는다. 부모는 바꿀 수 없고, 출신 국가나 학교를 바꾸기는 어렵다. 설령 바꾼다고 해도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환경을 바꾸는 것보다는 나를 바꾸기가 훨씬 쉽다. 수많은 현자가 가르침을 주었듯이, 행복은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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